데이비드 베넷 AMD APJ 총괄 사장

“PC 시장 침체, ‘기업용 칩’으로 돌파”
PC가 대중화된 뒤부터 줄곧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던 PC 시장이 현재 전 세계적으로 침체됐다. 글로벌 조사 기관인 IDC에 따르면 2014년 PC 출하량은 전년 대비 약 3% 하락했고 2018년까지 지속적으로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변화하는 시장의 흐름에 맞춰 PC 관련 업체들이 사업 전략을 바꾸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AMD다.

데이비드 베넷 AMD 아시아태평양일본지역(APJ) 총괄 사장은 “일반 소비자 PC 시장이 계속 침체되고 있다”며 “전문가들도 이미 성숙할 대로 성숙해진 일반 소비자 PC 시장의 반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AMD(Advanced Micro Devices Inc)는 포천 500대 기업 중 하나로,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기술 기업이다. 컴퓨팅 기기의 연산·작업 처리를 담당하는 핵심 기술인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 처리장치(GPU)를 모두 개발한다. CPU와 GPU 둘 다 개발하는 기업은 업계에서 AMD가 유일하다.

나아가 AMD는 주변의 모든 사물이 컴퓨팅 기술을 탑재해 지능화되는 시대인 서라운드 컴퓨팅(Surround Computing) 시대에 필요한 PC, 태블릿, 게임 콘솔, 클라우드 서버(cloud server) 등의 장치에서 연산·처리하는 기술을 설계·통합한다.


사업 전략 바꾸는 전통 업체들
라데온 그래픽카드와 CPU 설계 업체로 잘 알려진 AMD는 최근 들어 기업 간 전자 상거래인 B2B 사업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베넷 사장은 “최근 델(Dell)·레노버(Lenovo)·에이서(Acer)·휴렉팩커드(HP) 등 세계적인 PC 제조업체들이 출시한 기업 고객용 제품에 AMD 기업용 APU 칩을 많이 탑재하고 있다”며 그 이유를 “뛰어난 성능과 그래픽, 작은 사이즈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가격 등 기업 고객의 요구를 적극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가장 최근 출시작에 대해 묻자 베넷 사장은 “최근에 기업 고객을 위해 특화된 AMD 프로A 시리즈 APU 제품 라인업을 출시했다”며 “이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기업용 PC 시장에서 전략을 강화하고 있고 파트너사의 피드백도 좋다”고 강조했다. AMD 프로A 시리즈 APU에 대한 업계의 반응 역시 긍정적이다. 기업용 PC에 특화된 제품이고 경쟁사 제품에 비해 성능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솔루션 또한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AMD의 사업 전략 변화는 전 세계적인 PC 시장의 침체와 연관된다. PC 시장의 침체는 업계 전체의 지도를 바꾸고 있다. AMD·인텔·엔비디아 등 PC에 근간을 둔 전통 업체들은 사업을 다각화하고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인텔은 태블릿 및 스마트폰과 관련된 모바일 사업을 확대하고 있고 엔비디아는 게임 콘솔을 직접 개발하는 등 저마다 새로운 성장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베넷 사장은 AMD의 향후 사업 방향에 대해 “AMD는 올해 연말까지 임베디드 사업과 고객 맞춤형 칩 사업(세미 커스텀) 등 PC 사업 외의 새로운 영역에서 매출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며 “한편 PC 사업 분야에서는 AMD 프로A 시리즈로 기업용 시장의 입지를 굳힐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 전 세계 기업용 제품 시장에서 AMD 제품이 호평 받고 있다”며 인도의 유터프레데시·태밀나두·라저스탠 지역의 사례를 들었다. 베넷 사장은 “해당 지역정부들의 대형 입찰에 성공적으로 수주하며 AMD 기업용 제품이 APJ 전체 시장의 36%에 육박한 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용 PC 시장은 일반 소비자용 PC 시장과 달리 긍정적인 성장을 이어 가고 있다. 최근 들어 해마다 규모가 1억 달러씩 성장하고 있고 일반적으로 한 번에 많은 수량을 주문하고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특성 때문에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사업이 가능하다. 베넷 사장은 “기업용 시장은 AMD에 또 다른 성공을 재현하는 시장이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용 PC 시장에 대해 설명을 덧붙였다. 베넷 사장은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는 제품의 성능과 디자인이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될 수 있지만 기업 시장에서는 성능은 물론 높은 신뢰성 및 관리의 용이성이 중요한 부분”이라며 “이와 함께 최근에는 강력한 보안 기능에 대한 요구도 높다”고 말했다.
“PC 시장 침체, ‘기업용 칩’으로 돌파”
AMD가 기업용 PC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AMD의 독보적인 가속 프로세서 유닛(APU) 기술에서 찾을 수 있다. APU는 CPU와 GPU를 단일 칩에 구성해 하나의 칩에서 연산과 그래픽을 모두 처리할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이다. 베넷 사장은 “APU는 AMD의 기술이 집약된 기술”이라며 “사람의 뇌에서 좌뇌와 우뇌가 각각 다른 정보를 처리하며 높은 효율성을 보이는 것처럼 CPU와 GPU가 하나의 칩 안에서 동시에 움직이면서 보다 효율적인 성능을 구현한다”고 설명했다.

AMD는 APU 제품에 ‘프로A 시리즈’라는 이름을 붙여 기업용 라인업을 구성, 기업 고객에 특화된 제품을 최근 출시했다. 일반적으로 기업용 시장은 새로운 시스템으로 교체할 때 다양한 사안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베넷 사장은 “기업용 시장은 교체·도입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대신 한 번 이뤄지면 규모가 크기 때문에 더욱 신중한 접근과 고객 요구에 특화된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AMD가 기업 환경에 특화된 기능을 갖춘 프로A 시리즈 APU를 개발한 것은 이러한 시장 특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AMD는 시장의 변화에 발맞춰 탁월한 그래픽 구현 능력과 컴퓨팅 성능, 관리의 용이성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화려한 프레젠테이션 및 그래픽 작업 등 개인의 업무가 다양해지고 전문화됨에 따라 기업용 PC에서도 높은 그래픽 성능을 요구하는 추세다.


기업 고객에 특화된 라인업 구성
“AMD의 APU는 외장 그래픽카드에 버금가는 높은 그래픽 성능을 제공하기 때문에 기업용 PC에 매우 적합하다”는 게 베넷 사장의 설명이다. 또 “AMD 카베리 아키텍처(Kaveri architecture)의 특징인 소프트웨어 가속을 이용하면 포토샵 CC, 리브레오피스와 같은 사무용 프로그램에서 50%, 최대 81%까지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MD의 경쟁력은 그래픽 성능에 그치지 않는다. 베넷 사장은 “단순히 그래픽 성능뿐만 아니라 높은 CPU 성능도 제공한다”며 “하나의 칩에서 높은 성능의 연산과 그래픽 기능을 모두 제공하기 때문에 성능·사이즈·가격 등을 모두 고려하는 기업 고객에 적합하다”고 밝혔다.

AMD의 프로A 시리즈 APU 제품은 기업 고객에 하드웨어 단계에서 다양한 추가 기능도 제공한다. 하드웨어단에서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기능은 안면 인식 보안 기능, 제스처 컨트롤, 동영상 보정 기능, AMD 퀵 스트림 대역폭 관리, AMD 스타트 나우, AMD 무선 디스플레이, AMD 엔듀로 전력 관리 등이다. 기존에 추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통해 이뤄지던 다양한 솔루션을 APU에 통합해 편의성과 경제성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또 최근 강력한 보안 기능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의 특성을 고려해 기존 TPM(Trusted Platform Module) 1.2보다 우수한 보안 관리 기능을 갖춘 Dash(Desktop and Mobile Architecture for System Hardware) 1.1을 제공하는 것도 강점이다.

AMD의 가장 큰 강점에 대해 베넷 사장은 “고객 맞춤형 칩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앞으로 시장 요구에 특화된 제품으로 고객을 만족시킬 것이고 더 나은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AMD는 국내에서 레노버코리아·HP코리아와 손잡고 AMD 프로A 시리즈를 탑재한 기업용 PC 제품을 출시했다. 앞으로 라인업을 더욱 강화하고 더 많은 파트너사들과 협업해 AMD 제품을 탑재한 기업용 PC를 선보일 예정이다. PC 시장 침체의 돌파구를 기업용 시장에서 찾은 AMD의 행보가 어떤 성과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시경 인턴기자 c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