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 전문가 대동·특화 시설 갖춘 상품 봇물…내수 활성화 효과 기대
열심히 달렸으니 쉴 때가 됐다. 은퇴 세대라면 누구나 떠올리는 욕구다. 냉정한 노후 밥벌이 때문에 한가하게 들릴지 몰라도 그나마 건강할 때 하고 싶은 걸 해 두자는 현실론은 설득적이다. 급격히 악화되는 건강 상황을 감안하건대 미루면 후회로 남을 수밖에 없다. 금전 걱정만 없다면 고령 세대의 최대 고민은 뭘 할지에 달려 있다. 65세 시점 잔존 시간(수면·식사 시간 제외)만 평균 10만 시간(남 9만, 여 12만 시간)일 정도다. 사회참여든 취미 활동이든 움직여야 덜 늙는다는 점에서 절대 여유는 중요한 해결 과제다.은퇴 세대의 취미 활동 우선순위는 여행이다. 일본 노인의 설문 조사에선 장기간 1위에 랭크된 게 국내·해외여행 수요다. 선호도가 월등한 시니어 마켓의 관심 영역이다. 역발상적인 노인 대상의 1인 여행부터 초호화 열차 크루즈까지 세분화된 고령 수요를 잡기 위해 열심이다. 핵심은 고정관념의 파기다. 수명 연장의 불확실성이 화두인 고령 고객을 유인하자면 특화 서비스가 첨부된 차별화된 여행 제안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때 관심을 끄는 게 간병 서비스의 특화 여행이다. 여행은 신체 건강이 대전제다. 다양한 교통수단이 붙지만 기본적으로는 건강한 고객에 한정된다. 아프면 여행 불가다. 이걸 깬 게 간병 서비스 부가 여행이다.
고령 대국 일본에선 노인 생활의 불편 장벽을 해소하려는 장치가 확산 중이다. 가령 휠체어로 어디든지 오갈 수 있도록 제반 시설을 교체하는 움직임이 붐이다. 차별적인 장애 철폐가 생존권에 직결될 뿐만 아니라 노인 생활이 활발해져야 내수 증진에 도움이 돼서다. 출입구를 넓히거나 계단을 없애고 진열 눈높이조차 노인 시선에 맞춰지는 추세다. 간병 서비스가 붙는 여행 상품은 이런 맥락에서 고안됐다. 간병 준비가 갖춰지면 비일상적인 공간에서도 얼마든지 생활할 수 있다고 봐서다. 소비 창출이다.
실제로 비정부기구(NPO) 등 시민 단체는 여행 희망의 노인 외출을 돕기 위해 간병 전문가를 대동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간병 복지 혹은 간호 자격을 갖춘 스태프가 동행해 원하는 곳을 방문하는 것으로 입소문이 대단하다. 교토의 ‘샤라쿠’라는 비영리조직(NPO) 법인은 신청 접수 후 전화·방문 조사로 건강 상태와 희망 조건을 확인해 적당한 간병 스태프를 선정한다. 건강 상태별로 요금이 다르지만 시간당 1950~3240엔을 받는다. 동행 직원의 교통비와 숙박비는 별도 경비가 붙는다. 필요하면 주치의로부터 진료 정보를 받아 식사·음료 등까지 관리해 준다.
대형 여행사도 ‘실버족’ 잡기 나서
간병 서비스를 내세운 여행 수요는 시민 단체의 사회 공헌 차원을 넘어섰다. 최근엔 대형 여행사까지 출사표를 던졌다. ‘클럽투어리즘’은 여행 불안을 느끼는 고령 고객을 전담하는 전용 창구를 개설했다. 계단이 없는 루트를 찾거나 휴식 시간을 넉넉히 배치한 여행 기획은 물론 전속해 돌봐주는 전문가를 배치한다. 질환 상태나 희망 사항 등 사전 준비와 정보 공유에 다소 시간이 걸리지만 고객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아직은 일반화된 여행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원활한 수급 매치를 위한 중간 조직까지 운영된다. ‘일본베리어프리관광추진기구’는 현재 간병 서비스가 붙는 여행 프로그램을 확보한 18개 단체를 모아 정보 취합과 필요 내용을 소개한다. 여행 상담, 회사 정보 등 여행별로 가장 적합한 프로그램과 희망자를 연결해 준다. 별도로 전국 2000개소 관광·숙박시설의 휠체어 사용 여부 등의 정보를 공개해 가족 간병의 여행도 도와준다. 가령 고령 부부의 온천 여행에서 불편한 남편 입욕을 도와줄 간병 서비스가 가능한 시설 등의 알선이 그렇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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