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 10년 갈등 ‘해피엔딩’…제3기관 기부 모델 제시

‘노사불이’정신 되살린 이웅열 회장
2005년 2월 정리해고 이후 10년간 지속된 코오롱의 노사 갈등이 해피엔딩을 맞았다. 10년 갈등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장기간 노사 대립에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 첫 사례로 꼽힌다.


코오롱이 10년간 끌어 오던 해고 근로자와 대타협에 성공했다. 2014년 12월 29일 양측은 노사 상생과 노사 문화 발전을 위한 소정의 금액을 공신력 있는 제3의 기관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이 기관은 78명의 코오롱 정리해고자들을 비롯한 노사 갈등 개선을 위해 기금을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2005년 2월 정리해고 이후 10년간 지속된 코오롱의 노사 갈등이 해피엔딩을 맞았다.

코오롱과 정리해고자들의 갈등은 코오롱그룹 최악의 노사 대결 사례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경영난의 자구책으로 2005년 2월 구미공장 생산직 78명에 대해 정리해고를 통보했고 해고자들은 사측이 고통 분담을 하기로 한 약속을 어겼다며 반발해 왔다. 법원에 해고무효확인청구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코오롱 본사 앞에서 천막 농성을 벌여 왔다.

해묵은 사태의 해결은 2014년 12월 26일 고(故)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49재에 찾아온 정리해고자 대표 최일배 씨와 이웅열(59) 코오롱그룹 회장과의 만남으로 물꼬가 텄다. 이 회장은 이날 당시 어려운 경영 환경으로 부득이하게 회사를 떠나야 했던 이들에 대해 안타까움을 밝혔고 최 대표와 화해·상생을 위한 악수와 포옹을 나눴다. 이 회장은 이날 “당시엔 어쩔 수 없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고 최 대표는 “이젠 이해한다”고 답했다.

이 회장은 선친의 뜻에 따라 대화에 나섰다. 이동찬 명예회장이 평소 강조했던 ‘노사불이(勞使不二)’ 정신을 유지로 받들기로 한 것. 코오롱 관계자는 “평소 고 이 명예회장은 노사가 둘이 아니라는 ‘노사불이’ 정신을 강조했는데 이 회장이 이를 유지로 받들어 대화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리조트 사고 대응서도 긍정 평가
이번 결실은 10년 갈등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장기간 노사 대립에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 첫 사례로 꼽힌다. 해고와 복직 요구라는 노사 간 대립에 제3의 기관을 통한 위탁 기부로 해결점을 찾았다는 데서 재계와 노동계가 주목하고 있다.

한편 이 회장은 노사 대립 외에도 위기관리에서 발 빠르게 대응해 주목받았다. 2014년 초 코오롱이 운영하는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가 발생했는데, 최고경영자인 이 회장이 전면에 나서 초기 진화에 힘썼다. 이 회장은 2월 17일 밤 사고가 난 직후 보고를 받고 사고 현장으로 향했다. 이 회장은 다음 날 오전 “깊이 사죄한다.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희생자 유족과 보상 협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별다른 마찰 없이 신속하게 보상을 마무리했다. 이 회장은 피해자 보상을 위해 사재까지 출연했다. 발 빠른 대응과 사과를 통해 기업 이미지 실추를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