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동양·현대 M&A 매물로 나와…동종 업계 인수 땐 단숨에 1위로

국내 시멘트 업계에 지각변동 조짐이 일고 있다. 국내 7대 시멘트 업체 중 상위권에 있는 세 곳이 ‘새 주인 찾기’에 나선 때문이다. 시장점유율 1위인 쌍용양회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동양시멘트와 현대시멘트는 각각 법정 관리(기업 회생 절차)와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에 들어가 올 4분기 안에 시장에 나올 전망이다.

이번 M&A를 계기로 국내 시멘트 업계의 시장 구도가 재편될지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동종 업계 누구든지 이들 회사를 인수하면 확고부동한 시장 지배자로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 가장 큰 빅딜’이란 기대감이 형성되는 이유다.

쌍용양회는 올 상반기 경영 실적이 크게 개선돼 채권단 측이 지금이 매각의 적기라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올 초 7000원대 초반이었던 주가가 7월에는 1만2000원대까지 올랐다”며 “현재 주가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합치면 매각 대금이 6000억 원은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KDB산업은행(13.81%)·신한은행(12.48%)·서울보증보험(10.54%)·한앤컴퍼니(10.0%) 등으로 구성된 쌍용양회 채권단은 지난 9월 23일 출자 전환으로 보유하게 된 지분 46.83%를 매각한다.

동양시멘트와 현대시멘트는 이번 4분기 중에 매각 작업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현대시멘트의 지분 100%를 가진 성우종합건설의 부실로 현대시멘트는 워크아웃에 들어간 상태다. 동양시멘트 역시 2013년 동양그룹의 부도로 법정 관리에 들어갔다. 채무를 변제하기 위해서는 내년까지 동양시멘트 지분 54.96%를 처분해야 한다. 현재 법원은 동양시멘트 최대 주주인 동양과 함께 매각할지 단독으로 매각할지 고민 중인 상황이다. 동양시멘트를 따로 팔 경우 예상 인수 대금은 동양시멘트가 보유한 채무 8000억 원을 포함한 9000억 원대로 예상된다.


‘올 하반기 가장 큰 빅딜’ 기대감
국내 시멘트 제조 시장에서 쌍용양회·동양시멘트·현대시멘트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20%, 12.5%, 10%다. 동종 업체가 인수전에 뛰어든다면 한 업체만 인수해도 당장 시멘트 업계 1위로 올라설 수 있다. 시장의 패권을 쥘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두 회사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업체는 제법 된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시멘트 업계 잠재 후보는 한일시멘트와 성신양회·라파즈한라시멘트·아세아시멘트다.

국내 시멘트 산업은 이들 상위 7개사의 점유율이 90%에 육박하는 과점 체제다. 그러나 연간 생산능력이 6200만 톤에 달하지만 시장 수요는 4500만 톤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단가 인상 등의 과점 시장의 장점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 구조조정이 이뤄지면 시장 지배력이 견고해질 수 있다.

일례로 일본은 시멘트 공장 가동률이 1990년대 중반 97%에서 건설 경기 장기 침체와 공급과잉 구조로 2004년 74.2%로 하락했다. 그러나 M&A를 통해 생존한 소수 대형 업체의 시장 지배력이 견고해지자 지속적인 가격 인상으로 수익성을 개선해 나갔다. 그래서 이번 딜이 성사된다면 시장 플레이어가 최소 4개사로 줄어 경쟁 완화와 단가 인상 등 수익성 향상 전략을 구사하기가 수월해진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내 시멘트 업체들의 재무구조가 튼실하지 못하다는 점을 근거로 6000억 원대로 예상되는 쌍용양회, 8000억~9000억 원대로 예상되는 동양시멘트 지분 인수전에 선뜻 나설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매각가를 감안하면 자력으로 인수를 추진하기 버거울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국내 시멘트 업체들이 시멘트사 인수전에 나선다면 현금 동원 능력이 높은 사모 펀드(PEF) 등 재무적 투자자(FI)의 힘을 빌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PEF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쌍용양회를 인수한 뒤 업계 재편으로 수익성이 개선되면 풍부해진 유동성을 바탕으로 PEF 지분을 되사주는 전략을 활용할 것이란 예상이다.

PEF 중에는 시멘트 업계 M&A로 유명한 한앤컴퍼니가 유력 인수 대상자로 꼽힌다. 시멘트 산업에 대한 높은 관심과 의지 때문이다. 한앤컴퍼니는 2012년 시멘트 사업에서 3건의 투자를 진행됐다. 2012년 5월엔 대한시멘트를 3000억 원에, 7월에는 쌍용양회 지분 10%를 437억 원에, 11월에는 유진기업의 광양 슬래그시멘트 공장을 855억 원에 인수했다. 게다가 최근 한앤컴퍼니가 포스코의 슬래그 시멘트 원료 업체인 포스화인의 우선 협상자로 선정되면서 시멘트 업계에서 덩치가 가장 커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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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M&A 업계에서는 한앤컴퍼니가 어떤 전략적 판단을 내릴지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앤컴퍼니가 이미 충분한 시멘트 업체를 구축한 만큼 추가 시멘트 업체 인수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이번 쌍용양회 매각협의회 구성원 중 하나로 매각자 위치에 있는 만큼 쌍용양회 인수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있다.


레미콘사들도 시너지 효과 위해 ‘관심’
이번 매물은 레미콘 업계로서도 놓치기 아까운 대상들이다. 레미콘 회사가 시멘트 제조사를 인수하면 레미콘은 물론 기초 소재 등 현재 갖고 있는 사업 분야와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는 게 그 이유다. 자체 시멘트 공급처를 확보해 가격 인상 등에 대한 부담이 적어진다. 이에 따라 동양시멘트 인수 후보에 유진기업과 경쟁사인 삼표산업·아주산업 등 레미콘 ‘빅 3’ 업체가 거론된다.

삼표산업은 지난해 동양레미콘의 충청권 공장 9곳을 인수했던 만큼 동양시멘트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 5월 동양시멘트의 건축자재 자회사인 ‘동양파일’에도 인수 의향을 보였다. 2년 전에는 대한시멘트 인수전에도 참여했다.

유진기업은 지난해 동양의 레미콘 공장을 인수하기도 했다. 특히 이곳은 최근 6년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해 왔다. 그간 유진기업의 발목을 잡아 왔던 하이마트 매각과 시멘트 사업 정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때문에 이번 인수전에 성공하면 과거 유진그룹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이다. 아주그룹 역시 잠재적인 후보자다. 현재 진행 중인 아주캐피탈 매각이 완료되면 6000억~7000억 원의 자금 여력이 생긴다. 하지만 매각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이들은 이번 딜에서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있을까. 먼저 국내 시멘트 시장은 과점 상태여서 구조조정이 이뤄지면 수익성 개선이 어렵지 않다. 또한 건설 콘크리트 공사에서 시멘트를 대체할 자재가 없다는 점도 시장의 지속 성장을 예상하게 하는 부분이다.

국내 시멘트사는 원재료인 석회석 광산의 위치에 따라 내륙사와 해안사로 나뉘는데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업체의 M&A가 긍정적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내륙사는 한일시메트·성신양회·현대시멘트·아세아시멘트로, 충북 제천과 단양 일대에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를 말한다. 운반은 육송과 철도에 의존한다. 해안사는 강원도 인근에 생산 공장이 있는 쌍용양회·동양시멘트·라파즈한라시멘트 등이 있고 운반은 해송·육송·철도 모두 가능하다. 특히 해송을 통해 수출이 가능하다는 점이 해안사의 매력이다. 쌍용양회는 국내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인데다 국내 수출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성신양회와 한일시멘트 등 내륙사가 쌍용양회를 인수한다면 라파즈한라 같은 해안사에 비해 시너지 효과를 내기가 더 수월하다. 판매망이 겹치지 않아 영업망 중복 등에 따른 비용 낭비를 막을 수 있는 데다 전국적인 판매망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사양산업이라고 치부됐던 시멘트 산업도 서서히 부활하고 있다. 2009년 이후 감소세를 보였던 시멘트 내수 생산량이 2012년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특히 시멘트 업체들의 수익성 개선이 눈에 띄는 상황이다. 이 같은 성장은 2015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강승민 NH농협증권 애널리스트는 “올 6월부터 인상된 시멘트 가격이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됐고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정책에 따른 신규 주택 증가는 시멘트 출하량을 늘릴 것이며 이와 함께 이자 비용이 감소하면서 영업외 손익이 점차 개선돼 순이익 개선이 클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