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4위 안착…돋보이는 케이씨엘·대륙아주·동인의 성장세

‘2014 베스트 로펌’ 조사에서 김앤장법률사무소(이하 김앤장)가 최고의 로펌으로 선정됐다. 2010년부터 시작해 매년 1회씩 로펌들의 순위를 산정해 발표하는 ‘베스트 로펌’ 조사는 올해로 5회째를 맞았다. 국내 최대의 로펌 김앤장은 지난 5년의 조사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종합 1위를 놓치지 않았다.

베스트 로펌 조사는 법률 시장 개방을 맞아 국내 로펌들의 경쟁력을 평가하기 위해 시작된 조사다. 베스트 로펌 조사의 특징은 두 가지다. 베스트 로펌 조사는 국내외의 다양한 로펌 평가 방식을 벤치마킹해 신뢰도를 확보했다. 또 로펌의 주요 수요자인 대기업들이 직접 참여해 정확성을 끌어올렸다.

베스트 로펌 조사는 모두 10개 부문에서 이뤄졌다. 증권 보험 등 금융 및 자본시장, 조세, 공정거래, 기업 인수·합병(M&A), 송무 및 중재, 인사 및 노무, 특허·상표 및 지식재산권, 국제분쟁, 형사, 기업 일반(프로젝트·에너지·부동산 등) 등이 그것이다. 사실상 로펌의 주요 업무 영역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

조사는 설문지를 통해 진행됐다. 설문 대상은 한경비즈니스가 매년 선정해 발표하는 한국 200대 기업의 법무팀 및 법률 업무 담당자로 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85곳의 기업이 조사에 참여했다. 설문 참가자는 부문별로 국내 모든 로펌 중 가장 경쟁력이 있는 로펌을 순서와 관계없이 세 곳씩 기입하도록 했다. 법무팀이 써낸 로펌을 각각 1표로 계산하고 이를 합산해 순위를 매겼다.
[대한민국 베스트 로펌] 김앤장 1위…광장·태평양 ‘2위 각축전’
조사 결과 종합 1위는 김앤장이 차지했다. 김앤장의 득표수는 615표였다. 전체 표수 중 각 로펌이 얻은 표수의 비율을 뜻하는 득표율은 26.9%를 기록했다. 전체 로펌 중 득표율 20%가 넘은 곳은 김앤장이 유일했다. 또한 10개의 부문별 조사에서도 김앤장은 9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김앤장 10개 부문별 조사서 9개 1위
김앤장의 가장 큰 경쟁력은 뭐니 뭐니 해도 규모에 기반한 ‘넓은 인재 풀’에 있다. 로펌은 고도의 지식 서비스산업이다. 지식은 인재에서 나온다. 사실 어떤 사업이라도 사람이 중요하지 않은 사업은 없다. 하지만 제조업은 설비라도 있고 금융업은 자산이라도 있다. 그러나 변호사가 없는 로펌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즉 로펌의 가장 큰 경쟁력은 소속 변호사의 양과 질이다.

김앤장은 국내 로펌 중 최대 규모다. 소속 변호사만 670명에 달한다. 2위권 로펌(광장 324명, 태평양 330명, 4월 법무부 기준)과 거의 두 배나 차이가 난다. 미국의 법률 전문지 ‘아메리카 로이어’는 김앤장의 변호사 수가 세계 로펌 가운데 95위라고 최근 발표했다. 국내 로펌 가운데 100위 안에 든 것은 김앤장이 유일하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글로벌 로펌들과 겨룰 만한 거의 유일한 로펌이다.

김앤장의 또 다른 경쟁력은 치열한 내부 경쟁이다. 김앤장의 변호사들은 국내 최대의 로펌에 일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김앤장 변호사들은 이 자부심에 결코 안주할 수 없다. 단적인 예는 김앤장의 지배 구조다. 로펌의 성장을 이끄는 변호사들은 10년 차 이상의 파트너 변호사들이다. 일반적으로 파트너들은 실적에 따라 급여가 달라진다. 그래도 대부분의 로펌은 기본급을 상당 부분 보장해 부담을 줄여주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김앤장은 대표 변호사가 대부분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오너 시스템’이다. 이에 따라 파트너들은 타 로펌보다 기본급 비율이 낮고 전적으로 일한 시간과 실적에 비례해 급여를 받는다. 결국 외부 경쟁자는 물론 내부에서도 최고의 인재 중 최고만 살아남을 수 있는 ‘무한 경쟁’이 벌어지며 ‘인재의 양과 질’ 모두가 상승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베스트 로펌] 김앤장 1위…광장·태평양 ‘2위 각축전’
지난 5회의 조사 중 ‘절대 강자’인 김앤장의 1위 수성은 계속됐다. 어찌 보면 당연하고 어찌 보면 심심한 결과다. 하지만 베스트 로펌 조사에서 더욱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포인트는 2위 자리를 놓고 벌이는 광장과 태평양 간의 경쟁이다. 광장과 태평양은 사실상 김앤장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유이(唯二)’한 로펌이다.

지난 5회의 조사에서 광장과 태평양은 각각 3회와 2회씩 종합 2위를 차지했다. 비교적 표 차이가 컸던 2012년 조사를 제외하고는 매년 득표율 1~2% 수준의 각축전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2013년 종합 3위에 올랐던 광장이 태평양을 다시 한 번 따돌리며 종합 2위를 차지하는 결과가 나왔다.

광장은 최근 5년 새 가장 성장한 로펌 중 한 곳이다. 광장은 각종 국내외 조사에서 한국의 로펌 중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실제로 광장은 지난 10월 31일 영국의 법률 시장 정보 제공 업체 ‘리걸이즈’가 발간한 ‘아시아 태평양 리걸 500’에서 금융 파이낸스, 분쟁 해결, 조세 등 14개 전문 분야에서 모두 1등급을 받았다. 국내에서 모든 분야에서 1등급을 받은 로펌은 광장과 김앤장 딱 두 군데다. 또 10월 13일 발표된 ‘국제금융법리뷰(IFLR) 1000’의 로펌 평가에서도 광장과 김앤장의 양강 구도가 형성됐다. 세계적 금융 전문지 유로머니에서 발간하는 IFLR는 매년 120여 개국의 로펌 순위를 매기고 있다. 여기서도 광장은 김앤장과 함께 모든 평가 부문(6개)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베스트 로펌’ 조사에서도 마찬가지다. 광장은 10개의 부문별 조사 중 모든 조사에서 3위 안에 드는 성적을 냈다. 이 같은 성적은 종합 1위 김앤장을 제외하고는 유일한 결과다. 특히 광장은 노동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김앤장의 독주를 저지했다.

이번 조사에서 주목할 로펌 중 한 곳은 세종이다. 세종은 2010년 조사에서 4위를 차지한 후 계속해 5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세종은 이번 조사에서 13.5%라는 높은 득표율을 보이면 4위를 차지했다. 세종이 득표율 10%를 넘어선 것은 이번 이 처음이다. 또 3위 태평양과의 득표율 차이도 불과 2%다. 다음 조사가 더 기대된다는 의미다.


광장, 득표율 18.4%로 2위 차지
1981년 출범한 세종은 설립 당시부터 금융과 형사 부문에 강점을 가지고 있던 로펌이다. 특히 세종은 2010년 법무법인 에버그린과의 합병을 통해 양적·질적 경쟁력을 더욱 끌어올렸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금융 부문에서 2위를 차지했고 다른 모든 부문에서도 5위권 안에 드는 호성적을 냈다. 케이씨엘·대륙아주·동인도 이번 조사에서 좋은 성과를 낸 로펌들이다. 지난 조사에 비해 케이씨엘은 두 계단, 대륙아주는 세 계단 순위가 상승했다. 특히 동인은 무려 일곱 계단이나 순위가 급상승하며 종합 10위 안에 드는 괴력을 선보였다.

동인은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은 비교적 ‘신생 로펌’이다. 하지만 동인의 변호사 수는 벌써 100명을 돌파했다. 법무부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동인은 변호사 수 기준 상위 10대 로펌에 선정됐다. 짧은 시간 동안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특히 동인은 올해 초 ‘창립 10주년을 맞는 올해 변호사 규모를 100명으로 늘려 10대 로펌에 진입한다’는 ‘10-100-10’ 프로젝트를 내부적으로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법률 시장 개방 등 변호사 업계의 변혁기를 대비해 우수 인재를 영입하고 전문 분야를 강화해 명실상부한 대형 로펌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