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고객·거래처·제품 “틈새 집중화 전략 펼쳤다”
집 안 인테리어나 정비, 자동차 수리 등을 직접 해결하려는 ‘셀프족’이 늘면서 함께 성장한 게 있다. 바로 ‘공구’ 시장이다. 그중에서도 ‘충전(무선) 전동공구’의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충전 공구의 매출 비중이 전체의 55%가 넘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최근 개발된 충전 공구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해 가볍고 편리하다.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서도 전동공구를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다. 최근에는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전동공구를 찾는 이가 늘고 있다.” 홍성완 스탠리블랙앤데커 코리아·스탠리블랙앤데커 동북아시아(한국·대만·일본) 지사장의 설명이다.

스탠리블랙앤데커 역시 이런 흐름을 타고 국내에서 공구업계 3위에 든 업체다. 미국에 본사를 둔 스탠리블랙앤데커는 권총 모양의 전동공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회사다. 가정용 공구와 생활 가전 ‘블랙앤데커’, 고성능 산업 전동공구 ‘디월트’, 수작업 전문 공구 ‘스탠리’를 함께 유통, 판매한다.


공구 업계 3위 대표의 뚝심
토목공학도였던 그가 이 회사와 인연을 맺은 것은 10여 년 전인 2005년이다. 당시 블랙앤데커 아시아퍼시픽 마케팅 매니저로 입사해 ‘디월트 매출 상승’이라는 지시를 받았다. 브랜드 인지도가 거의 제로에 가까웠던 때였다. 전문 장비이기 때문에 가격도 타사 제품에 비해 5~10% 비쌌다. 그때 홍 사장은 충전 전동공구의 단점인 ‘짧은 배터리 사용 시간’에 주목했다. 그는 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2개의 배터리를 묶은 ‘2팩 배터리 세트’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당시 판매가가 7만 원에 달하는 배터리를 원가 수준으로, 그것도 두 개를 공급하다 보니 디월트가 경쟁사에 비해 비싸다는 느낌을 덜고, 상대적으로 저렴해지는 효과도 봤다. 매출은 두세 배로 쑥쑥 올랐다. 업계에선 이례적인 일이었다.

홍 사장은 이런 분위기를 토대로 시장에 점차 안착해 나갔다. 현재 스탠리블랙앤데커는 국내 공구 업계 시장점유율 13%, 5년 동안 연평균 20%씩 성장해 나가고 있다. ‘중점을 결정해 집중적인 활동을 한다는 홍 사장의 경영 철학도 고수 하고 있다. 그래야 과점화된 판매 경쟁 시장에서 이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지역·시장, 고객·거래처, 제품·상품 등 전략과 전술 요소를 세분화했다.

그는 충전 전동공구를 중점적으로 내세우고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해 주 타깃 그룹을 설정하고 그에 맞는 채널에 집중한다. 예컨대 야구장 광고를 하는데, 그 이유가 스탠리블랙앤데커 유저 그룹 중 많은 이들이 즐기는 스포츠가 야구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주 거래처를 대형 대리점에서 소매점으로 전환했다. 고객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 브랜드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 소매점 자체가 일반인들 사이에서 발생되는 홍보 효과 등을 노린 것이다. 그래서 이 소매 업체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내부 조직도 신설했다.

“작지만 이기는 방법을 자꾸 배워야 해요. 크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거죠. 중점을 결정해 집중적인 활동을 하면서 구성원들에게 비전을 끊임없이 제시하고 스스로 동기부여하도록 자신감으로 밀어주고 격려하고 구성원들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죠. 내부적으로 단결이 되면 안 될 게 없습니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