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21일 ‘교육거품의 형성과 노동시장 분석’ 보고서에서 4년제 대졸자의 하위 20%, 2년제 대졸자의 하위 50%가 고등학교 졸업자의 평균 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다고 밝혔다. 분석대상은 노동시장에 진입한 34세 이하 청년층 노동인구다.
보고서에 따르면 4년제 대졸자 중 고졸자 평균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비중이 1980년엔 약 3%에 그쳤지만, 1990년대 중반 10%를 넘어선 뒤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년제 전문대 졸업자 역시 1980년 하위 20%에서 2000년엔 40%를 넘어섰다.
한국개발연구원은 대학진학률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부실대학이 양산되고, 이에 따른 교육거품이 대졸자들의 노동시장 가치를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기준 상위 10% 대학은 대학 등록금, 정부 보조금 등 전체 수입이 평균 4844억원에 이르지만 하위 10% 대학은 713억원에 불과하다. 교원당 학생 수는 상위 10% 대학이 13.4명인 반면, 하위 10% 대학은 28.9명에 달한다.
또한 국내 최상위 10개 대학의 올해 재학생 수는 2000년에 비해 거의 늘지 않았지만, 하위권 대학의 재학생은 20% 이상 늘었다. KDI는 재정건전성이 부실한 하위 대학에서 재학생만 늘리다보니 이들 대학 졸업자들의 인적자본 증가가 미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주호 KDI국제정책대학원 겸임연구원은 “교육 거품의 근본 원인인 부실대학 퇴출에 초점을 맞추고, 대학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해외 유수 대학의 교수 및 경영진이 참여하는 외부평가제도 도입, 연구대학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 등 고등교육의 구조조정을 촉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상위 4년제 대졸자 임금과 고졸자 임금의 폭이 줄어들지는 미지수지만, 하위 4년제 대졸자 및 전문대 대졸자 임금과 고졸자 임금의 폭은 더 차이가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대학 교육의 거품 원인으로 꼽히는 부실대학 운영과 함께 현재 특성화고‧마이스터고의 취업지원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면서 고교 직업교육이 살아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그는 “현재 기업 또는 고용주들이 대졸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많이 줄었는데 이는 하위권 대학 출신보다 우수 고졸자들이 일을 잘한다는 인식과 함께 회사 내에서 하위 대졸자보다 인정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성화고의 한 취업담당 교사도 “중학생들 중에 성적이 중상위권인 학생들의 특‧마고 지원률이 높아져가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고졸 취업 활성화가 5년 안에 결과가 나타나기는 힘들다”며 “지속적으로 정부와 기업에서 기회를 부여해 ‘대학을 가지 않아도 좋은 곳에 취업할 수 있다’라는 인식을 학생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글 강홍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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