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화재 지분 취득…보험사에 영향력 행사 가능하게 승인 신청

[이 주의 인물 업 앤드 다운] 금융 계열사에 교두보 마련한 이재용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은 삼성전자 등 그룹 경영권 행사에 꼭 필요하다.


이재용(46)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생명·삼성화재 소수 지분 취득을 지난 10월 29일 금융위원회가 승인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계획대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주식 0.1%씩을 취득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주식 취득은 삼성자산운용 지분 7.7%를 매각해 확보한 252억 원을 사용해서다. 삼성생명은 지난 5월 삼성자산운용 지분 100%를 취득했다.

보험업법에 따라 특수관계인이 1% 미만의 지분을 취득할 때는 원칙적으로 승인이 불필요하다. 하지만 보험사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부회장은 이번에 지분 취득 승인을 요청했다. 금융위가 지분 취득을 승인한 데 따라 이 부회장은 승인 직후부터 주식을 매입할 수 있게 된다. 이를 두고 업계는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삼성화재 등기 임원에 등극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은 삼성전자 등 그룹 경영권 행사에 꼭 필요하다. 지난 6월 말 기준 삼성생명의 최대 주주는 20.76%의 지분을 보유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며 삼성화재의 최대 주주는 지분 15%를 보유한 삼성생명이다. 삼성은 계열사별 독립 경영 체제이며 그룹 차원의 업무는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과 계열사 경영진이 협의해 처리한다. 하지만 중요한 의사 결정에는 이 부회장이 직접 관여함으로써 사실상 이 회장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부회장은 현재 삼성의 대표로서 활발한 활동도 벌이고 있다. 이 부회장은 10월 29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보아오 포럼 이사장인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를 비롯한 보아오 포럼 이사진 11명이 시 주석을 면담하는 자리에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아시아판 다보스’로 불리는 보아오 포럼의 3년 임기 이사로 선임됐다.


‘삼성 대표’로 광폭 행보
이 부회장과 시 주석의 만남은 올해만 벌써 세 번째다. 지난 7월 시 주석의 국빈 방한 때 삼성 전시관에서 영접했고 8월 난징 유스 올림픽 개막식 행사에서도 시 주석과 만났다. 이 부회장은 올 들어 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의 수장들은 물론 베트남 응웬 푸 쫑 당 서기장 등 해외 국가 정상들과도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지난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이 회장은 서서히 회복되고 있지만 아직 의식을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사실상 그룹 후계자인 이 부회장이 부친의 공백에 따른 대내외 불안을 잠재우고 경영의 중심축으로 제 역할을 하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