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 성장으로 ‘데이터 중심 비즈니스’ 확산, 비IT 기업도 영향권
정보기술(IT) 산업을 이끌어 온 스마트폰의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사물인터넷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직 사물인터넷의 명확한 청사진과 기술 구현을 위한 논의가 한창임에도 불구하고 사물인터넷으로 촉발된 새로운 패러다임이 글로벌 경제에 거대한 변화의 바람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IDC는 사물인터넷에 대한 시장 수요 및 인프라가 확대됨에 따라 2020년에는 관련 시장 규모가 8조9000억 달러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사물인터넷이란 용어는 최근에 새롭게 등장한 게 아니다. 1999년 매사추세츠공과대의 오토아이디센터(Auto ID Center) 소장 케빈 애시턴이 전자 태그(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를 일상생활 물품에 탑재해 사용할 것이라고 예견하면서 사물인터넷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그는 PC 및 휴대전화는 물론이고 자동차·건물, 각종 가전기기를 비롯한 모든 사물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사물인터넷은 전자 태그가 부착된 작은 단말 기기 간의 데이터 전송만을 지칭하는 용어로만 사용됐을 뿐 거대한 시스템 전체를 아우르는 표현은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 사물인터넷은 기존 의미에서 벗어나 대부분의 단말과 기기들이 인터넷을 통해 연결되고 정보를 주고받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바뀌었다. 각 표준화 기구 및 기업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대체로 사물인터넷이란 사람과 함께 각종 사물이 인터넷과 연결되고 이를 통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아 필요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정의되고 있다.
사실 이러한 개념은 이미 1988년 제록스 팔로알토 연구소의 마크 와이저가 소개한 유비쿼터스 컴퓨팅(Ubiquitous computing)의 정의와 유사하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기술 뒷받침이 부족했던 당시와 달리 오늘날은 각종 전자 부품의 성능이 증가한 반면 가격이 훨씬 저렴해졌고 데이터를 전달할 수 있는 네트워크 인프라의 품질이 크게 향상되면서 사물인터넷을 구현하기 위한 여건이 조성됐다. 특히 IT가 PC와 가전 등 전통적 제품의 범위에서 벗어나 모든 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 포함되는 추세로 진화하면서 사물인터넷은 IT 융합을 더욱 촉진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데이터 공유·확산 통해 부가가치 창출
이 같은 사물인터넷의 눈부신 성장은 데이터 중심 비즈니스(Data driven business)의 확산을 더욱 촉진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터넷과 연결되는 센서와 스마트폰 등 단말의 증가에 따라 지금까지와 차원이 다른 거대한 데이터가 쏟아지게 되면서 모든 비즈니스 활동이 데이터의 수집 및 분석과 활용을 기반으로 이뤄지게 되는 것이다. 네트워크 장비 기업 시스코는 인터넷에 연결되는 각종 기기들의 수는 이미 2008년 세계 인구를 초과했고 2020년에는 그 수가 500억 개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시장조사 기관 가트너는 데이터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2020년에는 2013년보다 10배 이상 많은 데이터가 산출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특히 사물인터넷은 클라우드 컴퓨팅과 빅 데이터 분석 등 최근 IT 산업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기술과 융합해 데이터로부터 창출되는 부가가치를 더욱 증가시키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빅 데이터 분석이 방대한 데이터의 저장과 활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사물인터넷은 데이터 산출 경로의 다양화와 효과적인 데이터 공유 및 확산을 통해 부가가치를 한층 증가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즉 사물인터넷과 클라우드 컴퓨팅, 그리고 빅 데이터 분석 기술이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사람과 사물로부터 생산되는 데이터의 유통 및 저장과 활용이라는 일련의 가치 창출 활동에 적용되는 핵심 요소로 볼 수 있다. 특히 이들 기술의 고도화 및 융·복합화가 빠르게 진전됨에 따라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와 관련된 시장 역시 향후 급속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IT가 본격적으로 비즈니스에 도입되기 시작한 이후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서 데이터의 중요성이 꾸준히 강조돼 왔다. 주로 생산과 판매 관리 등의 제한적인 목적으로 정형화된 형태의 데이터가 주로 활용됐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소셜 네트워크 등 새로운 기기와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가 엄청난 속도로 산출되고 있다. 특히 IT 융합이 확산됨에 따라 전 세계의 거의 모든 정보들이 디지털화되면서 미래에는 생체 정보 분석, 인지 과학 마케팅, 미래 시장 예측 등 새로운 유형의 데이터 활용도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는 21세기의 석유라는 말이 있듯이 각종 비즈니스 현장에서 산출되는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기업들은 오늘날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이 주름잡았던 IT 산업의 주도권을 구글과 아마존과 같은 신생 기업들이 단숨에 빼앗을 수 있게 된 것도 바로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존 시장의 패러다임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기업들이 현재의 비즈니스에 머무르지 않고 무인 자동차와 드론 배달 서비스 등 새로운 도전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도 바로 첨단 소프트웨어 기술을 바탕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을 위한 기술 수준과 제반 환경이 빠르게 고도화되면서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여러 산업에 걸쳐 기업들의 데이터 중심 비즈니스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이전까지 IT와 큰 연관이 없었던 산업에 속한 기업들도 사물인터넷을 통해 비즈니스 현장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 산업군으로 비즈니스 확산
세계 제1의 커피 전문 기업 스타벅스는 2008년 커피 머신 기업인 클로버를 인수했다. 스타벅스는 각 매장에 클로버 커피 머신을 설치하고 이를 클로버넷이라는 특수 목적의 네트워크와 연결했다. 스타벅스는 클로버넷을 통해 본사에서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의 취향을 추적하고 커피 머신의 성능과 상태를 원격에서 모니터링해 커피 추출 시간과 온도를 실시간으로 통제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스타벅스는 각 매장의 냉장고도 네트워크에 연결해 음식 재료나 우유의 상태를 확인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한편 항공기 엔진과 발전 장비, 의료 기기 등 각종 중장비를 생산하고 있는 제너럴일렉트릭(GE) 역시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 중심 비즈니스 전략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모든 산업의 장비들에 인터넷이 접목된다는 의미로 사물인터넷을 산업 인터넷(Industrial Internet)이라고 부르고 있는 GE는 센서가 부착된 각종 장비들로부터 산출되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플랫폼 프리딕스(Predix)를 개발했다. GE는 이를 통해 자사의 비즈니스 역량을 더욱 강화하는 동시에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데이터 분석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사물인터넷의 전면적인 등장에 따라 기업 비즈니스에서의 데이터 활용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따라서 더욱 많은 기업들이 수익 창출 및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데이터 중심 비즈니스 전략을 구상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사 및 시장 환경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통찰을 바탕으로 데이터 수집 및 분석의 목적과 효과를 정의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시스템의 구축과 가치 창출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수립하는 비즈니스 전략 수립 및 실행 역량이 기업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승우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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