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서비스 기업의 생명은 브랜드…권위 확보에 투자해야
우리 회사는 내년이면 설립 18주년을 맞습니다. 기업에 재무회계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그동안 꾸준히 성장해 왔습니다. 고객들도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만족해 관계가 오래 지속돼 왔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회사의 성장이 정체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신규 사업자들이 대거 시장에 진입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입니다. 서비스 수수료가 낮아졌지만 우리 회사는 수수료를 내리지 않고 서비스를 확대하는 방법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습니다. 성장이 정체되자 유능한 직원들이 한두 명씩 회사를 떠나고 있습니다. 임원들이 연일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이렇다 할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새로운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까요.기업들이 경쟁 상황에 처하게 되면 둘 중 하나의 전략을 취하게 됩니다. 가격을 낮춰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거나 가격과 품질을 고수해 장기적 관점에서 브랜드를 지키는 것입니다.
첫째 전략은 품질을 유지한 채 가격만 내려야 하는 출혈경쟁 성격이 강합니다. 손익이 나빠져 재무 능력이 부족한 기업은 선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둘째 전략을 선택하면 가격은 유지되므로 이익이 급격하게 줄지 않습니다. 그러나 고객 없이 존재할 수 있는 기업은 없기 때문에 고객 이탈이 계속되면 회사가 위기에 처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따라서 고객 유지를 위한 특별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합니다. 귀하 회사도 두 가지 전략 가운데 어떤 것을 선택할지 고민하고 있는 것 같군요. 기업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어떤 전략이 옳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꼭 염두에 둬야 할 문제를 짚어 보는 것으로 답을 대신하겠습니다.
귀하가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간과하면 안 되는 것은 귀하의 회사가 제품을 만들어 파는 제조회사가 아니라 지식에 기반해 사업을 전개하는 회사라는 사실입니다. 지식 서비스 회사가 성장하려면 고객의 신뢰 확보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즉 귀하 회사의 브랜드가 고객의 신뢰를 받아야 사업이 커질 수 있습니다. 귀하가 고객에게 파는 것이 물품이 아닌 무형의 서비스이기 때문에 고객은 브랜드를 보고 구매를 결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사·컨설팅사·법무법인의 공통점
귀하 회사의 성장은 이렇게 브랜드에 기반하고 성장의 결과는 다시 브랜드에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브랜드를 잘 관리해 고객들이 믿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회사를 키우는 ‘비결’입니다. 이때 브랜드 관리의 최종 목표는 고객들로부터 권위를 인정받는 것입니다. 귀하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높이려면 고객들이 귀하 회사에 권위를 부여해야 합니다.
언론사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언론사에 정보를 담당하는 기자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대형 신문사라고 해도 편집국 기자는 200~300명에 불과합니다. 방송사의 기자는 그보다 훨씬 적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은 신문사와 방송사를 믿습니다. 그들이 만드는 뉴스를 신뢰하고 그들이 내놓은 의견에 귀를 기울입니다. 독자들은 왜 이렇게 작은 규모의 언론사가 한국과 세계의 뉴스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고 믿는 걸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언론사 기자들의 권위를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올바른 정보를 찾아내고 치밀하게 분석하고 정확하게 판단할 능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기자 개개인을 믿는 게 아니라 기자들이 모여 있는 언론사를 믿고 언론사의 뉴스 제작 시스템을 믿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어떤 언론사를 믿으면 그 언론사가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것은 비단 언론사만이 아닙니다. 연구소나 컨설팅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법무 서비스를 제공하는 법무법인이나 회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계법인도 똑같습니다. 홍보회사, 마케팅 회사, 병원이나 대학도 다르지 않습니다.
이들 회사에서 콘텐츠를 생산하는 직원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연구 조사를 담당하는 연구원이나 컨설턴트·변호사는 일반인들의 예상보다 적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집단의 영향력은 막강합니다. 이들이 내놓는 연구물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고객들은 이들이 내놓는 것을 신뢰합니다.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비싼 값을 주고 구매합니다.
그런데 엄밀하게 말하면 이때 고객이 사는 것은 콘텐츠나 서비스가 아닙니다. 브랜드입니다. 이들의 권위를 사고 신뢰를 구입합니다. 따라서 귀하의 회사도 고객들로부터 권위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 권위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귀하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지금보다 한 차원 높게 평가받고 귀하 회사의 가치도 한 단계 더 뛸 것입니다.
그러면 이런 권위는 어떻게 해야 만들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 우수한 인력이 포진해 있어야 합니다. 지식 기반 서비스 회사에 대한 고객의 신뢰는 일차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에 기반합니다. 고객은 귀하 회사의 임직원을 보고 신뢰를 결정합니다. 만약 귀하의 회사에 고객들이 인정할만한 전문가들이 다수 자리 잡고 있다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고객은 귀하 회사에 권위를 부여할 것입니다.
회사가 얻어야 하는 것은 집단적 권위
이에 따라 어떻게든 우수한 인적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회사 성장의 지름길입니다. 특히 서비스의 핵심 내용을 만들고 제공하는 인력이 우수해야 합니다. 그래야 고객의 신뢰를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고객이 인정할만한 인력들이 콘텐츠를 만든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귀하 회사는 경쟁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고 서비스 가격 인하를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다음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프로세스와 시스템입니다. 고객이 믿는 것은 그 회사 구성원 개개인이 아닙니다. 그 구성원이 모여서 일하는 방식에 신뢰를 보내는 것입니다. 단순히 유능한 인재들이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콘텐츠를 만들고 제공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일할 것이라고 믿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일하고 있느냐 못지않게 어떻게 일하느냐도 콘텐츠의 완성도와 서비스의 품질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데도 가끔 착각하는 경영자들이 있습니다. 우수한 인재만 모아 놓으면 저절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러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우수한 인력들이 모여 있어도 그들이 제 능력을 발휘하고 열정을 쏟아낼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면 기대했던 결과물을 얻기 어려울 겁니다.
독자들이 믿는 언론사는 정보와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는 유능한 기자들이 모여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기자들이 정보를 습득하고 분석하고 검증하는 과정 또한 체계적일 것이라고 믿습니다. 어떤 한 사람의 취재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이 다양한 방식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기자들이 조직적으로 확인하고 검증한 뉴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서비스 회사가 갖고 있는 권위는 구성원 개개인이 아니라 집단에 부여되는 것입니다. 귀하의 회사가 얻어야 하는 것도 그래서 집단적 권위입니다. 귀하 회사의 이름만 들어도 ‘아 그 회사’라는 반응이 나오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 회사에 한국 최고의 전문가들이 자리하고 있고 그들이 시스템적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믿고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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