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체계에 구멍’ 공포감 확산…미 중간선거 막판 변수로 부상

[GLOBAL_미국] 민주·공화, 에볼라 감염 서로 ‘네 탓’ 공방
미국이 에볼라에 떨고 있다. 미국 병원에서 에볼라 환자를 치료하던 간호사 2명이 잇따라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정 판정을 받았다. 간호사들이 마스크 장갑 안면 보호대 등 보호 장구를 완벽히 착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에볼라에 감염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미국의 의료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둘째로 감염된 간호사는 확정 판정 직전에 두 차례나 민간 항공기를 탑승한 것으로 드러나 미국 전역이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노출된 의료진은 절대 비행기를 타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 간호사는 비행기에 오르기 전 보건 당국에 보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열이 높지 않다는 이유로 탑승을 막지 않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보건 당국은 간호사가 이용한 여객기 탑승객 132명을 대상으로 감염 여부를 추적 조사 중이다.

에볼라는 보름여 앞으로 다가온 미 중간선거(11월 4일) 표심의 향방을 결정할 막판 변수로 부상했다. 현지 언론들은 에볼라 2차 감염 사고에 대해 “의료 방역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고 잇따라 보도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무능’이 부각될 수 있는 대목이다.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정부의 컨트롤 타워 부재를 지적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에볼라 총책(Ebola czar)’을 임명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미국 의료 시스템으로 에볼라를 통제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 성향 단체인 ‘어젠다 프로젝트’는 공화당이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국립보건원(NIH)의 예산을 삭감하는 바람에 에볼라 백신 개발이 늦어졌고 이 때문에 에볼라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는 TV 광고를 내보냈다. 프랜시스 콜린스 NIH 원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에볼라 백신 개발은 사실 2001년부터 꾸준히 추진해 온 것”이라면서 “솔직히 예산 삭감만 아니었다면 이미 백신이 개발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볼라 파장이 표심에 어떻게 작용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공화당의 예산 삭감으로 백신 개발 늦어져”
에볼라 해법을 놓고도 시각차가 뚜렷하다. 공화당 측은 기니·라이베리아·시에라리온 등 에볼라 창궐 국가 여행자의 미국 입국을 즉각 제한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지만 백악관과 민주당 측은 여행 제한에 따른 긍정적 효과보다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에볼라 공포가 확산되면 여행 및 외출 자제 등으로 경제활동이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미 항공사 주식들이 급락하고 있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0월 15일 선거 지원 일정을 취소하고 긴급 TV 연설에서 “에볼라가 감기처럼 널리 퍼질 상황은 아니다. 더 공격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10월 15일 현재 에볼라 감염자는 8914명, 사망자는 4447명이다. WHO 관계자는 지난 4주간 매주 1000건의 새로운 감염 사례가 발생했고 앞으로 60일 이내에 에볼라에 대한 대응 조치가 충분히 취해지지 않으면 오는 12월에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매주 5000~1만 명의 신규 감염자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 = 장진모 한국경제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