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첫 내부 출신 회장에 선출…김정태 전 행장이 발탁

[이 주의 인물 업 앤드 다운] 돌아온 윤종규, ‘KB 전성기’ 부활시킬까
성균관대 경영학과(야간)에 입학해 주경야독으로 학업을 마쳤다. 직장 생활을 계속 이어 가던 1980년에 회계사 시험에 합격했고 1981년에는 25회 행정고시에 차석으로 합격했다.


지난 10월 22일 차기 KB금융을 이끌 수장으로 내정된 윤종규 KB금융 전 부사장은 KB금융 역사상 첫 내부 출신 회장이다. 업계에선 도쿄지점 부당 대출, 고객 정보 유출,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회장·행장 간 알력 등 그간 벌어졌던 난제들을 추스르고 국내 최대 ‘리딩 뱅크’라는 자존심을 회복할 적임자라는 평가가 대다수다.

윤 내정자는 2002년 국민은행의 재무전략기획본부장을 제안한 고 김정태 행장의 부탁으로 KB금융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윤 내정자를 영입하기 위해 김 행장이 수차례 찾아가 설득했다는 ‘삼고초려’ 일화는 금융권에서 유명한 이야기다.


주경야독으로 대학·행시·회계사 합격
윤 내정자는 업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한다. 1955년 전남 나주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운 집안 환경에 광주상고에 다니던 열여덟 살에 외환은행에 입행해 은행원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학업에 대한 열망으로 1975년 성균관대 경영학과(야간)에 입학해 주경야독으로 학업을 마쳤다. 직장 생활을 계속 이어 가던 1980년에 회계사 시험에 합격했고 1981년에는 25회 행정고시에 차석으로 합격했다. 하지만 학생운동에 나섰다는 이유로 당시 신군부에 의해 최종 임용에서 탈락했다. 윤 내정자는 2008년 “학생 시위 때문에 합격자를 임용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까지 받아냈지만 이미 공직의 꿈을 접었기에 손해배상 소송에는 나서지 않았다.

학업에 대한 열정만큼이나 현업에서도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1973년부터 외환은행에서 일하면서 외환·수출입·대부 등 은행 전반에 관한 실무를 경험했다. 이어 1980년 삼일회계법인으로 자리를 옮겨 파이낸셜 서비스 본부장을 맡았다. 이 기간에 삼성·LG 등을 비롯한 국내외 기업의 회계 감사와 세무 컨설팅으로 이름을 알렸다. 1985년에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와의 교환 근무를 통해 도쿄지점에서 일하며 국제 금융 및 파생 상품에 관한 경험을 쌓았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로는 국내 금융시장 구조조정에 전문가로 활약했다. 은행경영평가위원과 증권사 경영평가위원, 종금사 경영 평가 실무 위원 등으로 일하며 은행·증권·종금사 구조조정에 참여했다.

내부 출신 첫 회장이라는 타이틀은 그만큼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선 무너질 대로 무너진 조직의 사기를 끌어올리고 무너진 고객의 신뢰도 되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LIG손해보험 인수 문제를 마무리해야 하고 은행장 인선 문제, 차기 CEO 승계 프로그램 구축 등 숙제가 산적해 있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