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틱시티 직격탄…경제 활성화 내걸고 주 헌법 수정 잇따라

[GLOBAL_미국] 카지노에 희망 거는 옛 공업도시들
미국 제2의 도박 도시인 뉴저지 주의 애틀랜틱시티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카지노가 잇따라 폐업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부의 라스베이거스로 불리는 애틀랜틱시티가 위기에 빠진 것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펜실베이니아·델라웨어·메릴랜드·뉴욕 주 등에 카지노가 잇따라 생긴 때문이다. 경쟁이 심화되면서 고객과 매출이 가파르게 줄었다.

카지노 산업이 미 동부 지역에서 과열에 진입했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번창하고 있다. 그 중심에 ‘보스턴·뉴욕·필라델피아·볼티모어’를 잇는 옛 공업도시들이 서 있다. 주(州)마다 유치 경쟁도 치열하다. 메릴랜드가 가장 적극적이다. 메릴랜드는 2008년 슬롯머신 카지노를 허용한 후 2012년 블랙잭이나 포커 등 테이블 게임까지 합법화했다. 입법 과정에서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반대도 있었지만 관광산업과 경제를 활성화하고 세수를 늘릴 수 있다는 주장이 더 힘을 얻었다. 2012년에 메릴랜드 주에서 첫 카지노가 개장한 이후 2년여 만에 5개의 대형 카지노가 앞다퉈 문을 열었다.

시저스 엔터테인먼트는 8월 26일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 시내 한복판에 라스베이거스 스타일의 대형 카지노 ‘호스슈(Horseshoe)’를 열고 영업을 시작했다. 볼티모어 시내 한복판에 들어선 호스슈 카지노는 미국 동부의 쇠락한 옛 공업도시들이 카지노 산업에서 경제 회복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대표적인 사례다. 볼티모어는 철도·조선·항만 등으로 명성을 날렸던 공업도시였지만 1970년대 이후 제조업과 항만 산업이 기울면서 경제가 위축됐다. 관광 문화 도시로의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지만 2008년 금융 위기 여파가 닥치면서 다시 위기에 빠졌다. 높은 실업률(10%)과 빈곤율·범죄율 등 삼고(三高)가 이어졌다.

볼티모어 시가 찾은 해법은 바로 카지노였다. 일자리를 늘리고 세금 확충으로 교육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자해 빈곤율을 끌어내리겠다는 것이다. 카지노 직원 1700명을 뽑는데 3만여 명이 몰렸다. 스테파니 롤링스 블레이커 볼티모어 시장은 “카지노가 볼티모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10%에 달하는 높은 실업률과 인구의 4분의 1이 빈곤층인 볼티모어 시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카지노의 경제 유발 효과에 ‘베팅’한 것이다.


“카지노가 만병통치약 아니다” 반론도
뉴욕 주는 지난해 말 뉴욕시 위쪽에 자리한 옛 공업지대에 최대 7개의 카지노를 설립할 수 있도록 주 헌법을 수정했다. 16개 카지노 업체가 입찰에 참여했고 올해 말 4개의 카지노가 최종 인가된다. 매사추세츠 주는 지난 6월 스프링필드에 8억 달러의 카지노 투자를 승인했다. 12개의 카지노를 갖고 있는 펜실베이니아는 필라델피아에 열셋째 카지노 승인을 고려 중이다. 보스턴·뉴욕·필라델피아·볼티모어를 잇는 옛 공업지대가 동부의 ‘카지노 벨트’로 재구성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카지노가 경제 활성화의 해법이 될 수 있느냐에 대해 논란도 있다. 데이비드 프럼 ‘더 애틀랜틱’ 부국장은 “카지노 고객은 도박장 밖으로 잘 나가지 않는다. 돈을 다 탕진하고서야 비로소 밖으로 나온다”며 “영화관이나 야구 경기장과 달리 지역의 경제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카지노가 경제 활성화의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워싱턴 = 장진모 한국경제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