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즐기기 문화 아이템 14선

더위가 한풀 꺾이는가 싶더니 선선한 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온다. 9월의 시작과 함께 찾아온 추석 연휴. 적당히 뜨겁고 적당히 선선한 요즘 날씨는 가족들과 한데 모여 풍성한 명절 분위기를 즐기기에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다. 특히 올해는 유독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영화와 공연 등 즐길거리가 풍성하다. 모처럼 감성을 자극하는 영화·연극·도서를 즐기며 가족들과 특별한 추억 만들기에 나서 보는 건 어떨까.


공연
뮤지컬 위키드
[SPECIAL REPORT] 가족과 함께 추억 만들기 어때요?
오는 10월 5일 장장 11개월의 대장정을 마무리 짓는 뮤지컬 ‘위키드’ 한국어 공연은 결코 놓치기 아까운 작품이다. 2003년 10월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현재까지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고 국내에서도 2012년 최초 내한 공연을 시작한 이후 매회 매진 행렬을 기록하며 30만 명 이상의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았다. 고전 ‘오즈의 마법사’를 유쾌하게 뒤집은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뮤지컬로 옮긴 ‘위키드’는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오즈의 마녀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도로시가 오즈에 떨어지기 전 이미 그곳에서 만나 우정을 키운 초록 마녀 엘파바와 금발 마녀 글린다가 주인공이다. 시선을 압도하는 12.4m의 거대한 타임 드래곤과 신비함이 느껴지는 무대 세트와 특수 효과, 눈부시게 화려한 의상들, 고정관념을 비튼 따뜻한 스토리와 검증된 음악은 관객들을 동심의 세계로 이끌어 준다.

기간 : 10월 5일까지 장소 : 샤롯데씨어터



뮤지컬 조로
[SPECIAL REPORT] 가족과 함께 추억 만들기 어때요?
추석 연휴 온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 영웅담만한 것도 없다. 칼날로 새겨진 ‘Z’라는 이니셜만으로도 알 수 있는 남자. 가면을 쓰고 망토를 두른 모습으로 변장해 악당과 부패한 관료들로부터 민중을 지켜 내는 스페인 귀족. 2011년 국내 첫선을 보인 후 3년 만에 만나는 뮤지컬 ‘조로’다.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왕용범 연출과 이성준 음악감독의 지휘 아래 선보이는 ‘리부트(reboot:시리즈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새로 만드는 것)’ 버전이라는 점이 눈길을 모은다. 귀족 신분을 숨긴 채 서민 편에 서서 악당들을 응징하는 조로의 모험담을 그린 원작 대신 야망가 라몬에 의해 죽을 위기에 처했던 조로가 집시 여인 이네즈의 도움으로 살아난 뒤 복수를 해 나가는 과정이 무대에서 펼쳐진다. 경쾌한 음악과 함께 선보이는 배우들의 스펙터클한 검술 대결, 아크로배틱과 플라잉 액션 등은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든다. 실력파 배우 김우형을 비롯해 보컬리스트 휘성, 케이팝 스타이자 뮤지컬 배우인 샤이니의 키(Key), 비스트의 양요섭이 선보이는 다양한 매력의 조로를 무대에서 만나보자.

기간 : 10월 26일까지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뮤지컬 시카고
[SPECIAL REPORT] 가족과 함께 추억 만들기 어때요?
이보다 더 섹시하고 농염한 무대가 있을까. 2000년 국내 초연 이후 열 번째 무대를 갖는 뮤지컬 ‘시카고’는 날카로운 풍자와 위트 넘치는 스토리, 매혹적인 재즈 선율, 절제됐지만 결코 시선을 뗄 수 없는 아찔한 안무로 관객들을 유혹한다. 1920년대 재즈의 열기와 냉혈한 살인자들로 만연하던 미국 시카고가 배경이다. 남편과 여동생의 불륜을 목격하고 살인을 저지른 보드빌 스타 벨마 켈리와 자신을 배신한 내연남을 죽인 록시 하트가 언론과 여론을 교묘하게 이용하며 범죄자에서 스타로 거듭나는 과정 속에 숨겨진 통렬한 사회 풍자는 여전히 날카롭다.

1975년 밥 파시(Bob Fosse)가 처음 무대화한 이후 7300회 이상 공연 돼 브로드웨이 역사상 세 번째로 롱런하고 있는 명작이다. 초연부터 여덟 번째 함께하고 있는 최정원이 벨마 역에, 2012년 ‘시카고’로 한국뮤지컬대상 여우 신인상을 수상한 아이비가 록시 역에 원 캐스팅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과 함께 망사 스타킹에 시스루 의상을 입은 8등신의 여배우들과 조끼 안에 식스팩 복근을 자랑하는 남자 배우들이 선보이는 섹시한 무대는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박칼린이 지휘하는 14인조 빅밴드의 연주 역시 마찬가지.

기간 : 9월 28일까지 장소 : 디큐브아트센터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SPECIAL REPORT] 가족과 함께 추억 만들기 어때요?
2005년 초연 이후 9년째 롱런 중인 창작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는 온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 손색이 없다. ‘김종욱 찾기’로 유명한 장유정 연출과 김혜성 작곡가의 데뷔 초기 작품으로, 소극장 뮤지컬 최초로 제12회 한국뮤지컬대상 최우수 작품상을 받아 화제를 모았다. 미스터리 추리극 형식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가톨릭 무료 병원의 크리스마스이브 날 저녁, 다음날 생방송 TV 인터뷰를 앞둔 하반신 마비 환자 ‘최병호’가 감쪽같이 사라지면서 시작된다. 병원장 베드로 신부가 실종된 최병호를 찾기 위해 주변 인물들을 취조하기 시작하고 병원 환자들은 저마다의 가슴 아픈 사연들을 하나둘 풀어놓는다. 7명의 배우들이 선보이는 아기자기한 무대가 전하는 코끝 찡한 감동은 각박한 세상에 따뜻한 인간애를 전하기에 충분하다.

기간 : 2015년 1월 4일까지 장소 : 예그린씨어터



연극 만파식적 도난 사건의 전말
국립극단의 작품들은 언제나 믿음직스럽다. 2014년 ‘삼국유사 연극만발’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선보이는 ‘만파식적 도난 사건의 전말’은 영화로 제작돼 화제를 모으고 있는 ‘해무’의 김민정 작가와 박혜선 연출가가 호흡을 맞췄다. 신라 신문왕 2년에 용으로부터 대나무를 얻어 만들었다는 전설의 피리 만파식적에 관한 설화를 바탕으로 탄생했다. 시립관현악단 대금 연주자 길강이 우연히 피리를 손에 쥐게 되고, 삼국 통일 직후의 혼란스러운 신라와 현대를 오가면서 권력으로부터 피리를 지켜 내려고 사투를 벌인다는 내용. 권력을 움켜쥐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간의 본성을 진중하게 파고들지만 현대와 과거를 오가는 판타지 속에 웃음 코드를 숨겨 놓았다.

기간 : 9월 21일까지 장소 :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
[SPECIAL REPORT] 가족과 함께 추억 만들기 어때요?
80세 노인의 몸을 가진 열여섯 살 아름이(조성목 분)는 선천성 조로증을 앓고 있다. 자신의 시간이 남들보다 열 배 빨리 줄어들고 있다는 걸 소년은 잘 안다.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더 잘 살고 싶어지게 만드는 영화. 김애란 작가의 동명 밀리언 셀러 소설에 의표를 찌르는 캐스팅이 생기를 더했다. 아름이가 쓰는 자신들의 연애담 속에서 학창 시절 교복까지 소화해 낼 30대 배우가 강동원·송혜교 말고 또 있을까. 아들이 입원한 병원 비상계단에서 한없이 작아진 등으로 숨죽여 흐느끼는 그의 뒷모습은 시린 부정(父情) 그 자체다. 가족과 함께 보면 반드시 손을 꼭 잡고 싶어진다. ‘정사(1998년)’,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2003년)’의 이재용 감독 솜씨다. 손수건은 꼭 챙기시라.

감독 이재용 출연 강동원, 송혜교, 조성목, 백일섭 개봉 9월 3일



자유의 언덕
[SPECIAL REPORT] 가족과 함께 추억 만들기 어때요?
홍상수 감독이 또다시 북촌에서 시공을 허무는 실험을 했다. 일본인 모리(가세 료 분)는 사랑하는 여인 권(서영화 분)을 찾아 홀로 북촌을 헤맨다. 훗날 권이 읽어 내려가는 편지글을 토대로 모리의 나날이 묘사되지만 전후 관계는 어쩌면 딴판이었는지도 모른다. 명절의 부산함이 지나간 뒤 모리의 북촌 방황을 되밟아 보면 그의 진심에 조금은 가 닿을 수 있을까. ‘자유의 언덕’ 페이스북 페이지에 약도가 실려 있다.

감독 홍상수 출연 가세 료, 문소리, 서영화, 김의성, 윤여정 개봉 9월 4일



타짜-신의 손
[SPECIAL REPORT] 가족과 함께 추억 만들기 어때요?
타짜가 돌아왔다. 2006년 최동훈 감독의 히트작 ‘타짜’에서 전국 화투판을 제패한 고니가 바로 2편 ‘타짜-신의 손’의 주인공 대길(최승현 분)의 삼촌이다. 타고난 손재주만 믿고 겁 없이 상경한 대길은 처참한 신세로 전락하고 첫사랑 미나(신세경 분)와 함께 최후의 한판에 뛰어든다. 최동훈표 ‘타짜’가 노련하고 질펀한 노름판에 수위 높은 명대사를 쏟아냈다면 새로운 주자 강형철 감독은 거침없는 성장담에 세련미와 리듬감을 더하는 데 공을 들인다. 대길의 곁을 지키는 고니의 단짝 고광렬(유해진 분)의 신출귀몰한 활약상은 ‘타짜’ 시리즈의 인장을 확실히 찍어 준다. 다만 방대한 원작을 고스란히 옮긴 때문에 147분에 육박한 러닝타임은 다소 버겁게 느껴진다. 충무로 데뷔작 ‘과속 스캔들(2008년)’부터 ‘써니(2011년)’까지 도합 1600만 관객을 불러 모은 강형철 감독의 불패 신화는 계속될까.

감독 강형철 출연 최승현, 신세경, 곽도원, 유해진, 이하늬, 김윤석 개봉 9월 3일



하늘의 황금마차
[SPECIAL REPORT] 가족과 함께 추억 만들기 어때요?
제주도 4·3사건을 담은 흑백영화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 2(2013년)’로 미국 선댄스영화제 최고상을 거머쥔 오멸 감독의 신작이다. 가슴 아린 전작 분위기와 달리 엉덩이춤이 절로 나는 흥겨운 로드 무비다. 유산 때문에 옥신각신하던 제주도 토박이 사형제는 연로한 큰형(문석범 분)의 제안으로 제주 여행길에 오른다. 막내 뽕똘(이경준 분)이 이끄는 그룹사운드 ‘하늘의 황금마차’ 콩가루 단원들(스카밴드 킹스턴 루디스카 분)도 우여곡절 끝에 사형제를 뒤따른다.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 2’가 제주의 지난날을 위령한다면 ‘하늘의 황금마차’는 늙어가는 지금 제주에 대한 위로다. 서운한 속내를 치고받으며 어린아이처럼 순연해져 가는 사형제를 보자면 마음속 땟물이 덩달아 쏙 빠지는 기분이다. 무심하게 펼쳐지는 제주 풍광도 절경이지만 부드러운 바람처럼 말없이 툭 가슴을 건드리는 순간들이 느긋한 해학의 여운을 선사한다.

감독 오멸 출연 김동호, 문석범, 양정원, 이경준, 킹스턴 루디스카 개봉 9월 4일




프랑스 엄마처럼
[SPECIAL REPORT] 가족과 함께 추억 만들기 어때요?
인터넷에 떠도는 프랑스 대학 논술 시험인 바칼로니아의 기출 문제를 보면 혀를 내두르게 된다.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행복이 가능한가’, ‘진실에 저항할 수 있는가’ 등 철학적이고 근원적인 질문들이다. 이런 질문들에 답을 할 수 있는 프랑스 교육이나 학생들의 수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프랑스의 학부모나 학생들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입시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프랑스의 과도한 교육열과 경쟁 체제에 대해 새로운 대안으로 ‘긍정 교육법’을 제시한다. 엄마가 자녀 옆에서 지켜봐 주고 아이의 의사를 존중해 줘야 한다는 기본기를 강조한다. 기본기가 통했는지 프랑스 아마존에서는 무려 48주 1위를 기록했다.

오드리아 아쿤 외 지음. 북라이프 펴냄. 240쪽. 1만4000원.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
[SPECIAL REPORT] 가족과 함께 추억 만들기 어때요?
시사 평론가 김종배의 인기 팟캐스트의 한 꼭지였던 ‘꼬투리 경제학’을 엮어서 만든 책이다. 경제학자들의 사상과 이론으로 우리 시대 경제문제에 대한 해법의 아이디어를 찾아보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그간 오용되거나 오독되고 있는 경제학자들의 이론을 다시 볼 수 있는 안목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도덕철학자인 애덤 스미스는 이기심이란 현실을 긍정하되 이를 바르게 인도할 도덕 원칙과 제도 확립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의 이론 중에 매우 협소한 ‘보이지 않는 손’만 부각돼 있다는 게 저자들의 지적이다.

조형근·김종배 지음. 반비 펴냄, 416쪽, 1만8000원



생각의 시대
[SPECIAL REPORT] 가족과 함께 추억 만들기 어때요?
“철학 해서 뭐 하려고, 깡통 차려고 그래.” 철학이 밥 먹여 주지 않고 실용적이지 않다는 말이다. 한국의 움베르토 에코로 불리는 철학자 김용규의 생각은 좀 다르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전 국민의 아이디어와 생각을 끌어 모으고 구글 같은 검색 포털에서 전 세계인의 생각을 빌리려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스티브 잡스는 다르게 생각(think different)해서 성공했다. 철학은 생각을 다루는 학문이다. 다른 생각이 각광 받는 오늘 날, 철학이 가장 실용적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책이다. 저자는 은유·원리·문장·수·수사라는 ‘다섯 가지 생각 도구’들을 익혀 일상 속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한다.

김용규 지음, 살림 펴냄, 508쪽, 1만6000원.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
[SPECIAL REPORT] 가족과 함께 추억 만들기 어때요?
바다가 차려 주는 밥상머리를 묘사하며 독자들의 군침을 도둑질했던 한창훈 작가의 ‘자산어보’ 2탄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것은 다름 아닌 ‘오직 바다에서만 맛볼 수 있는 술상’. 그의 손끝에서 썰어지는 숭어·쥐치와 ‘거시기 하게 생긴’ 전복에 대한 묘사를 읽다 보면 당장이라도 근처 횟집으로 달려가고 싶을 정도다. 작가는 낭만적인 바다, 신선하고 맛있는 안줏거리를 맛깔나게 풀어내는 데 그치는 것은 아니다. 한참 출판사 카페에 원고를 연재하고 있을 때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했다. 그는 진도 바다로 향했다. 술상 위의 자산어보를 안주 삼아 술기운을 빌려 말하는 주제는 깊게 출렁이는 푸른 바다와 사람들의 아름다움이었던 듯하다.

한창훈 지음. 문학동네 펴냄. 352쪽. 1만5800원.



살고 싶은 집 짓고 싶은 집
[SPECIAL REPORT] 가족과 함께 추억 만들기 어때요?
집을 설계한다는 것은 집에서 거주하는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을 설계한다는 뜻도 된다. 동선과 가구 배치, 주방의 크기나 위치 등이 삶의 방식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단조로운 아파트적 라이프스타일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 책 역시 아파트와 단독주택 사이에서 번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획됐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좋은 집의 조건은 ‘건강’, ‘개성’, ‘조화’, 마지막으로 ‘추억’등 네 가지다. 12명의 건축가 설계하고 지은 17채의 집을 네 가지 키워드로 소개한다. 아파트란 거주 공간과는 다른 내 집을 꿈꾸던 독자라면 좀 더 구체적으로 집을 그려볼 수 있을 단초를 제공한다. 덤으로 주어지는 구체적인 건축 관련 팁도 쏠쏠하다.

강영란 지음, 한빛라이프 펴냄, 324쪽, 1만8000원.


정세원 공연 칼럼니스트(공연)·나원정 영화 칼럼니스트(영화)·

허영진 교보문고 북 칼럼니스트(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