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세계 163개 도시 진출, 택시 업계 반발에도 고속 성장

[우버 세상을 바꾼 혁신의 힘] 차량 공유에 P2P 적용…기업 가치 18조
지난 7월 서울시는 차량 공유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이하 앱) ‘우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차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서울시 자체적으로 우버와 비슷한 택시 앱을 내놓겠다고 했다. 우버는 스마트폰 앱으로 차량을 부르면 일반인이 모는 고급 자동차가 와서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는 서비스다. 전화를 걸 필요 없이 몇 번의 터치만으로 차량 호출부터 결제까지 해결된다. 서울시의 발표가 나오자 ‘지자체가 혁신 서비스를 막고 벤처기업의 밥그릇을 빼앗는다’는 비판과 ‘불법 택시를 근절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며 논란이 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카카오톡을 서비스하는 카카오가 우버와 유사한 택시 앱(카카오택시)을 내놓겠다고 밝히면서 우버는 한국 사회 공유경제와 혁신적 비즈니스의 화두가 됐다.


비싼 렌트비에서 사업 아이디어
우버는 자동차를 보유하고 이를 대여해 돈을 버는 운송 업체가 아니다. 정보기술(IT)을 통해 자동차를 사용자에게 연결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할 뿐이다. 위성항법장치(GPS)를 통해 가장 빨리 올 수 있는 자동차의 위치와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알려준다. 운전사에 대한 고객들의 평점도 한눈에 볼 수 있다. 요금은 미리 입력돼 있는 신용카드로 자동 결제되기 때문에 지갑도 필요 없다.

우버는 현 최고경영자(CEO)인 트래비스 클라닉이 200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한 회사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에서 컴퓨터공학을 공부한 클라닉은 재학 시절 개인끼리 동영상 파일을 공유하는 P2P 서비스 업체 스쿠어(Scour)에 입사했다. 클라닉은 이 회사에서 마케팅과 사업 개발을 담당했다. 클라닉이 합류한 후 스쿠어는 수백만 명이 이용하는 서비스로 성장했다. 그러나 1999년 경쟁사 ‘냅스터’의 등장과 일부 엔터테인먼트 기업과의 저작권 소송으로 결국 파산했다. 이듬해 콘텐츠 유통업체 ‘레드스우시’를 설립했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2300만 달러에 회사를 매각했다. 그러나 이런 경험들은 클라닉이 뛰어난 기업가로 클 수 있게 한 자양분이 됐다.

회사 매각으로 거액을 거머쥔 클라닉은 스페인·일본·그리스·하와이·프랑스·세네갈 등지를 떠돌며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그러다가 2008년 말 동료 스타트업 기업인들과 참석한 한 포럼에서 우버 사업 아이디어를 구상하게 된다. 당시 그는 운전사가 딸린 차를 렌트했다. 하루 렌트 비용이 800달러였다. 클라닉은 렌트비가 너무 비싸다고 느꼈고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남는 자동차 소유자가 차가 필요한 사람의 운전사가 돼 주면 어떨까’하는 데까지 생각이 이어졌다. 이 아이디어는 결국 우버로 발전했다. 스쿠어에서 익힌 P2P 개념을 차량 공유 서비스에 구현한 것이다.

클라닉은 2009년 시범 서비스를 거친 뒤 2010년 6월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정식 서비스를 론칭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인터넷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의 공동 창업자 마이클 애링턴은 자신의 트위터에 “스마트폰 터치 한 번으로 ‘5성급’ 운전사가 15분 만에 프리우스 차량을 몰고 내가 있는 호텔 로비에 도착했다. 택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편리하다”고 썼다.

우버는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2010년 말 구글 출신의 투자자 크리스 사카로부터 125만 달러를 유치한 데 이어 2011년 초에는 벤치마크캐피털 등으로부터 1150만 달러를 투자 받았다. 투자 유치에 잇달아 성공하면서 우버는 전 세계를 무대로 급격히 확장할 수 있었다. 창업한 지 5년 만에 우버는 43개국 163개 도시에 진출했다.


모바일 종합 물류 회사로 도약 청사진
우버의 고속 성장에는 구글의 공도 컸다. 구글은 2013년 구글벤처스를 통해 우버에 2억5000만 달러(약 2500억 원)를 투자했다. 구글벤처스가 확보한 지분은 불과 7.35%. 3조 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구글벤처스의 가세는 후속 투자를 끌어들이는 토양이 됐다. 특히 ‘무인 자동차 개발에 나서고 있는 구글이 투자한 데엔 뭔가가 있을 것’이란 추측이 주효했다. 포브스는 “구글이 자신들의 무인 자동차 프로젝트를 우버 시스템에 연결하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같은 전망에 ‘돈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한 뮤추얼 펀드들이 너도나도 우버 투자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피델리티가 4억2500만 달러, 웰링턴매니지먼트가 2억900만 달러, 블랙록이 1억7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줄 잇는 투자로 2013년 3조~4조 원대였던 우버의 기업 가치는 2014년 6월 18조 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국내 대기업인 SK텔레콤의 시가총액과 맞먹는 규모다.

서비스도 다변화하고 있다. 고급 승용차를 이용한 리무진 서비스 ‘우버 블랙’을 비롯해 기존 택시를 이용하는 ‘우버 택시’, 일정 자격을 갖추면 일반인도 영업할 수 있는 ‘우버 X’ 등 여러 서비스가 존재한다. 특히 최근에는 자전거 택배 서비스인 ‘우버 러시’와 카풀 서비스 ‘우버 풀’을 선보이며 모바일 종합 물류 회사로 도약하고 있다.

우버는 저항을 몰고 다니는 스타트업이다. 이들이 진출하는 도시마다 택시 운전사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 스페인 마드리드 등 유럽 주요 도시는 우버에 반발하는 택시 운전사들의 파업으로 몸살을 앓았다. 파리의 택시 운전사들은 우버 차량을 공격하기도 했다. 우버의 본거지인 미국에서는 일자리를 빼앗길 위기에 처한 택시 운전사들이 노조를 통해 집단적으로 저항하고 있다. 이들은 무면허 택시 영업을 정부가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택시 운전사들의 집단적인 저항에 우버는 “우리는 기존에 인허가 된 회사 및 운전사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국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택시 노조는 “불법 택시 우버가 기존 택시 운전사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우버를 형사 고발한 상태다.

갈등은 기존 택시 업계와의 사이에만 있는 게 아니다. 우버는 최근 경쟁 서비스인 리프트(lyft)와도 한바탕 혈전을 벌이고 있다. 리프트는 본래 일반인이 돈을 받고 카풀을 하는 서비스였다. 사건의 발단은 리프트가 우버와 유사한 서비스인 ‘리프트 라인’을 내놓으며 시작됐다. 우버는 곧바로 카풀 서비스인 ‘우버 풀’을 선보이며 맞대응에 나섰다. 이후 리프트가 미국 경제 전문지 CNN머니에 “우버 운전사들이 5000여 건의 주문을 넣은 후 이를 취소하는 방식으로 리프트의 영업을 방해했다”고 제보하면서 진흙탕 싸움이 시작됐다. 이에 대해 우버는 “리프트 운전사들도 같은 수법으로 1만 번 이상 우버를 방해했다”며 비난했다.



돋보기 | 우버의 핵심 테크놀로지
GPS 기반의 수요 예측 프로그램
우버의 서비스가 구현될 수 있는 이유는 GPS 센서 덕분이다. GPS가 제공하는 위치 정보를 통해 차량 이용을 원하는 사용자의 위치 및 인접한 차량을 파악해 승객과 운전사를 연결하고 승객은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운전사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우버 차량은 승차 지점에서 하차 지점까지 운전사가 소지한 스마트폰의 GPS 시스템을 이용해 자동으로 시간과 이동 거리에 따른 요금을 산정한다. 이는 또한 차량 도착 시간 최소화, 차량 운용 효율 극대화를 위해 매일 발생하는 데이터를 분석해 수요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수요가 많은 시간대와 지역을 분석해 근처에 차가 대기할 수 있도록 해 차량 도착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사용자 편의를 위한 모바일 결제
모바일 결제 기술 역시 우버의 핵심이다. 우버 이용 후 발생한 요금은 하차 시 사용자가 사전에 입력한 신용카드 정보를 토대로 자동 결제되며 영수증은 e메일이나 모바일폰 문자를 통해 전송된다. 또한 결제 기능은 여러 명이 함께 이용할 때 더치페이 등 다양한 옵션을 포함하고 있어 사용자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요금 결제 때 사용자가 별도로 현금을 소지해야 하는 불편을 덜어주고 있다. 우버의 결제 시스템은 글로벌 신용카드 업계의 데이터 보안 표준안인 ‘PCI-DSS(Payment Card Industry Data Security Standard)’의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


공급 균형을 위한 피크타임 요금제
우버는 변동 가격제를 적용,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수요가 많은 시간대에는 거리당 비용이 올라가고 공급이 많아지면 가격이 내려가는 ‘피크타임제(surging price)’를 운영하고 있다. 악천후, 연말이나 특정 이벤트 등으로 수요가 폭증해 거리에서 택시를 잡는 게 거의 불가능하거나 운전사들이 운행을 회피하는 시간대에도 차량이 부족해 불편하지 않도록 운전사들에게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렇게 공급 균형을 맞춰 소비자들이 안정적으로 차량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박병종 한국경제 IT과학부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