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서 간편 결제·송금 서비스 포문, 기존 강자·글로벌 기업도 출사표

[비즈니스 포커스] 규제 풀린 전자 결제…50조 시장 ‘후끈’
복잡했던 인터넷 전자 결제가 이제 3초 만에 해결될 전망이다. 지난 8월 13일 LG유플러스는 공인인증서나 액티브엑스 없이 온라인 결제를 할 수 있는 간편 결제 서비스 ‘페이나우 플러스’를 개발했다. 이 서비스는 온라인과 모바일 쇼핑몰에서 대금 결제를 할 때 사용하는 것이다. 결제 절차를 간소화해 결제 시간을 확 줄인 것과 보안 기능을 대폭 강화한 게 특징이다.

현재 사용되는 전자 결제 시스템은 30만 원 이상을 온라인으로 결제할 때는 공인인증서를 확인하고 신용카드 번호 등을 입력하는 등 결제가 완료되기까지 약 16초가 걸린다. 하지만 페이나우 플러스를 이용하면 금액에 상관없이 3초 만에 결제할 수 있다.

조만간 카카오톡으로도 결제는 물론 송금까지 삽시간에 처리할 수 있다. 돈을 다른 곳으로 넘겨주는 결제 업무는 더 이상 은행의 전유물이 아닌 것이다.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 폐지돼
전자 결제 시장이 점점 뜨거워지는 이유다. 스마트폰으로 소액 결제를 하는 이동통신사에 이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업체들이 전자 결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기존에 있던 전자 결제 전문 업체(PG:Payment Gateway)들은 이에 대응해 새로운 서비스를 들고 맞서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전체가 앞다퉈 50조 원을 목전에 둔 간편 결제 시장의 주도권 잡기에 나선 모양새다.

그동안 복잡한 전자 결제 과정에 불만이 많았던 국내외 사용자들의 요구를 적극 반영해 최근 정부가 ‘30만 원 이상 온라인 결제에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을 폐지한다’고 밝힌 게 기폭제 역할을 했다.

SNS 중에서는 카카오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카카오는 국내 3700만 명 가입자를 기반으로 이르면 내달 중순부터 결제 서비스 ‘카카오 간편 결제’와 소액 송금 서비스 ‘뱅크월렛 카카오’를 시작한다. 카카오 간편 결제는 PG사인 LG CNS ‘엠페이’와 제휴했다. 엠페이는 지난 7월 금융감독원의 보안 인증을 받은 결제 서비스다. 카카오톡 애플리케이션(앱)에 개인 신용카드를 등록해 모바일 결제 시 간단하게 비밀번호만으로 결제할 수 있다. 뱅크월렛 카카오 역시 별도 앱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중 15개 은행과 협력해 가상 계좌를 만들어 일정 금액(최대 500만 원)을 충전하고 카카오톡에 등록된 친구들에게 1일 최대 10만 원까지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다. 카카오는 송금 수수료 가운데 일부를 챙긴다.

정상렬 카카오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송금 수수료 등은 은행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며 “우리의 관심은 카카오톡 플랫폼에서 보다 많은 이용자들이 보다 다양한 활동을 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톡에 이어 네이버도 전자 결제 시장에 진출했다. 방식은 카카오와 다르다. 네이버는 자회사 캠프모바일이 운영하는 SNS ‘밴드’에서 PG사인 옐로페이를 통해 ‘소액 송금’ 기능을 도입할 전망이다. 가입자 2800만 명을 확보하고 있는 밴드는 동창회나 동아리 등을 위한 모바일 커뮤니티 서비스다. SNS 특성에 맞게 모임에 필요한 회비를 회원 수에 맞춰 계산하는 ‘N빵 계산기’라는 회비 관리 기능이 있다. 여기에 소액 송금 서비스를 덧붙인다는 것이다.

카카오톡은 메신저 자체를 전자지갑처럼 사용하는 반면 밴드는 링크를 타고 넘어가 외부 전자 결제를 이용하는 ‘간접 방식’을 사용한다. 결제 업체 주소와 연결해 주고 해당 전자 결제 서비스로 넘어가게 하는 일종의 ‘아웃링크 방식’이어서 송금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셈이다.

예를 들어 밴드 모임에서 회비를 걷기로 하면 밴드는 회원들에게 옐로페이 앱으로 연결하는 링크를 주고 사용자는 밴드에서 제시하는 결제 앱을 클릭해 해당 서비스로 넘어가야 송금할 수 있다. 즉 직접적인 송금 과정은 밴드 내에서 이뤄지는 게 아니다. 밴드는 단지 결제 앱을 소개하고 안내해 주는 역할에 그친다.

이승진 NHN 홍보팀 부장은 “밴드에 송금 기능을 붙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도입 방법이나 시기 등은 확정된 게 없다”며 “밴드 자체에 결제 시스템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밴드에 다양한 결제 업체들이 들어올 자리를 마련해 주는 차원이며 옐로페이는 그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리페이·아마존도 한국 진출 선언
이동통신사 중엔 LG유플러스가 가장 적극적이다. 19년간 전자 결제 사업을 해오며 PG 업계 2위인 LG유플러스는 지난 8월 13일 액티브엑스나 공인인증서 없이 PC와 모바일에서 결제가 가능한 ‘페이나우 플러스’를 선보였다.
[비즈니스 포커스] 규제 풀린 전자 결제…50조 시장 ‘후끈’
페이나우 플러스는 작년 11월 선보인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 ‘페이나우’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이 앱만 설치하면 액티브엑스나 공인인증서 없이도 최초 1회만 결제 정보를 등록하면 추가 절차 없이 모바일과 PC에서 손쉽게 결제할 수 있다. 순수 결제되는 시간만 따져보면 3초면 충분하다. 특히 액티브엑스나 공인인증서가 필요 없을 만큼의 보안성을 자랑한다. 국내 PG사 가운데 처음으로 공인인증서를 대신한 새로운 본인 인증 기술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의 보안성 심의 기준을 통과했다.

백영란 LG유플러스 e비즈니스 본부장은 이에 대해 “LG유플러스는 과거 데이콤 시절부터 19년간 전자 결제 사업을 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에 대해 쌓은 다양한 노하우가 있다”며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율과 철저한 보안 및 편리성으로 해외 업체에 충분히 맞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페이나우 플러스는 신한·BC·하나SK카드가 제휴돼 있다. 이달 중 NH농협·KB국민카드를 추가하고 연내 모든 신용카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상훈 LG유플러스 모바일월렛팀 부장은 “KB국민·우리·농협 은행도 제휴돼 있어 은행별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송금도 가능하다”며 “기업·신한은행과도 제휴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SK플래닛은 간편 결제 서비스인 기존 ‘페이핀’의 서비스 확대와 함께 올 상반기에 통합 커머스 브랜드인 ‘시럽’을 선보였다. 시럽은 기존 스마트월렛·OK캐쉬백·모바일 상품권 등 다양한 결제 수단을 포괄하는 쇼핑 서비스다. 향후 시럽은 간편 결제 서비스까지 포괄하는 서비스로의 확대 개편이 목표다. SK플래닛 측은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자체 방식의 간편 결제 시스템을 곧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KT 역시 자회사인 BC카드를 통해 새로운 시스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기존 PG사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들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현재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PG 업체는 51개가 넘는다. 이 중 국내 전자 결제 시장점유율 80%를 차지하는 빅 3는 KG이니시스·LG유플러스·한국사이버결제다.

현재 PG 업계 1위인 KG이니시스는 공인인증서가 필요 없는 간편 결제 서비스 ‘케이페이’ 개발을 완료했다. 9월 내 10만여 가맹점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한국사이버결제는 기업 시장, B2B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해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 1위 통신사 비나폰과 서비스 계약했고 다른 이동통신사들과도 협력을 맺을 계획이다.

그러나 전자 결제 시장에 ICT 업체들이 폭발적으로 몰리면서 일각에서는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기에 중국 최대 온라인 결제 기업인 알리페이, 미국의 아마존페이먼트 등 글로벌 기업들도 지난 7월 한국 진출을 선언해 국내 업계들이 긴장하고 있다.

김창화 단국대 IT융합과정 교수는 “한국 시장은 결제의 간편성을 추구하는 동시에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이 매우 큰 특징이 있다”면서 “금융 사고가 터지면 정부·금융회사·IT 업체 중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 같은 기본적인 문제를 정리하지 않고 너도나도 서비스부터 시작하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국내 기업과 외국 IT 기업 간 치열한 경쟁 속에 시장의 주도권을 누가 쥘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