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의 위상에 점차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사업장이라곤 건물 하나뿐인 네이버의 시가총액이 거대 규모 기업인 포스코의 그것과 비슷한 수준에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경제산책] 미분양 쌓이는 산업단지
이민재 IBK경제연구소 중소기업금융팀 선임연구원

1977년생. 2002년 고려대 졸업. 2005년 고려대 경제학 석사. 2007년 IBK기업은행 입행. IBK경제연구소 중소기업 금융팀 선임연구원(현).




국내 산업단지는 그간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주요 정책 수단으로 활용돼 오는 등 큰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런데 최근 산업단지의 미분양률이 상승함에 따라 공급과잉에 대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2013년 말 기준 산업단지 지정 면적은 1376㎢로 서울시 면적의 약 2배를 웃돈다. 이 중 분양 대상 면적은 절반이 안 되는 40% 정도이고 이 면적의 미분양률은 4.2%다. 일각에서는 4.2%의 미분양률이 높지 않은 수준인 데다가 최근 분양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문제는 미분양률 자체는 높지 않지만 그 규모가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전체 산업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확대돼 2010년 현재 무려 46%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6%와 비교하면 다소 지나치게 높은 경향이 있다. 반면 국내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40%로 OECD의 59%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부가가치 측면에서 제조업은 2011년 들어 소폭 하락했고 서비스업은 상승했다. 이에 따라 제조업의 위상에 점차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사업장이라곤 건물 하나뿐인 네이버의 시가총액이 거대 규모 기업인 포스코의 그것과 비슷한 수준에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하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제조업이 약 80%를 차지하고 있는 산업단지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 자체만 보더라도 제조업이 창출하는 일자리 및 부지 소요 면적은 점진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공장 자동화 등으로 제조업의 취업 계수는 절반 이하로 떨어졌고 제조업체당 평균 수요 면적은 지난 10년간 약 20%가 감소했다. 제조업 위주의 산업단지도 이와 다르지 않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일부 지역에서 상당수의 기업들이 부동산 투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분양 이후 3년 내 공장을 지어야 하고 공장 완공 후 5년이 지나야 매각할 수 있다. 하지만 부도나 경영 악화, 미등기 전매 등을 이용해 입주 이후 공장을 설립하지 않고 있는 업체가 2013년 말 기준으로 무려 7200개에 달한다. 이렇듯 산업단지의 과잉공급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미분양이 급증하고 있는데도 일부 지역에서는 투기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제조업을 영위하는 국내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해외로 이동하고 있고 이 추세는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의 고비용 생산구조가 심화됨에 따라 제조업체들은 임금 등 요소비용이 낮은 해외로 불가피하게 이전하고 있다. 제조업의 특성상 모기업의 해외 진출 때 협력 기업들이 함께 이동하는 곳이 많아 기업들이 떠나간 빈자리는 더욱 넓어지고 있다.

공실 확대는 또 다른 미분양을 발생시키는 등 악순환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들은 우량 기업 유치를 위해 지나친 특혜를 제시하는 등 출혈경쟁마저 심화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산업단지 미분양 문제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추세적 문제일 수 있다. 즉 국내 산업이 제조업에만 치중하고 있는데 따른 문제가 가시화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서비스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는 대부분의 선진국처럼 국내 산업도 점차 변화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