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만족은 비즈니스의 출발점…투자 1순위로 삼아야
설립된 지 15년 된 제조회사의 경영 책임을 맡은 지 3년째 됩니다. 오랜 적자에서 벗어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익이 웬만큼 날 것 같습니다. 지난해 이익으로 채무 상환 등 급한 불을 껐기 때문에 올해부터 이익을 어떻게 쓸까 벌써부터 생각이 많아집니다. 회사의 기계 설비를 최신 제품으로 바꾸고 싶고 그동안 기다려 줬던 투자자들에게 배당도 하고 싶습니다. 당분간 증시에 상장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투자자 관리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가장 크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직원들입니다. 그동안 저임금으로 고생해 온 직원들에게 흘린 땀을 보상하고 희망의 씨앗을 심어 주고 싶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쓸 곳은 많은데 가진 게 너무 적습니다. 이익금을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할까요. 기업 경영에서 경영자가 만족시켜야 할 대상은 크게 세 그룹입니다. 고객·주주·직원입니다. 이들은 기업 경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이에 따라 경영자는 항상 이들 세 그룹의 만족도를 늘 점검해 봐야 합니다. 경영 성과는 이들 세 그룹의 만족도와 직결돼 있습니다. 만약 이들 세 그룹이 다 만족한다면 그 경영은 성공한 것이고 경영자는 능력을 인정받게 될 것입니다.그런데 이들 셋 중에서 누구부터 만족시켜야 할까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직원 만족입니다. 경영자는 직원 만족을 최우선하는 경영을 해야 합니다. 모든 비즈니스의 출발은 직원이고 종착역도 결국 직원이기 때문입니다.
직원 만족이 고객 만족으로 이어져 기업 성과를 바꾼다는 것은 많은 연구 조사를 통해 입증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캘리포니아주립대의 심리학자 피오트르 윙킬맨(Piotr Winkielman)의 연구입니다. 윙킬맨은 참가자들에게 화난 얼굴, 무표정한 얼굴, 웃는 얼굴의 사진을 보여준 뒤 음료를 얼마나 따르고 마시는지 실험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세 그룹으로 나눠 잠깐 동안 웃는 얼굴, 무표정한 얼굴, 화난 얼굴의 사진 8장을 보게 했습니다. 그런 다음 자신들이 처음 접하는 음료를 원하는 만큼 컵에 따라 마시도록 했습니다. 음료를 마시고 나서 얼마나 맛있었는지, 그리고 이 음료에 대해 얼마를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 조사했습니다.
웃는 직원이 고객 지갑을 연다
실험 전에 목이 많이 마르다고 이야기한 참가자들 가운데 웃는 얼굴을 본 참가자들이 가장 많은 음료(79ml)를 컵에 따랐습니다. 반대로 화난 얼굴을 본 참가자들은 음료를 가장 적게(37ml) 따랐습니다. 음료를 마신 양도 비슷했습니다. 웃는 얼굴을 본 참가자들이 가장 많이 마셨습니다. 가장 적게 마신 그룹은 화난 얼굴을 본 참가자들이었습니다. ‘마신 음료의 값을 얼마나 내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웃는 얼굴을 본 참가자들은 38센트를, 화난 얼굴을 한 참가자들은 10센트를 내겠다고 대답했습니다.
윙킬맨은 이 실험을 통해 직원들이 웃는 얼굴로 고객을 대해야 고객의 소비를 늘릴 수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결론을 이끌어 냈습니다.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사진에 있는 얼굴 표정을 봤습니다. 그런데도 참가자들의 음료 소비량과 지불하고 싶은 음료 값은 많이 달랐습니다.
행복한 직원은 이렇게 고객의 지갑을 열게 만듭니다. 직원 만족은 고객 만족으로 이어지고 기업의 성과를 다르게 만든다는 연구 조사는 많습니다. ‘고객을 만족시키려면 우선 내부 고객인 직원부터 만족시켜야 한다’는 가설은 조사와 실험을 통해 확인됐습니다. 많은 연구 조사에서 직원들의 만족감은 고객에게 그대로 전달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직원 만족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어떻게 해야 직원들은 행복감을 느끼고 그 느낌이 자연스럽게 고객에게 전달될까요.
일반적으로 직원 만족도를 결정하는 요소로 크게 5가지를 꼽습니다. 첫째, 적정 수준의 보상입니다. 절대적 보상 수준이 낮으면 이 때문에 생기는 불만을 다른 요소로 해소하기 어렵습니다. 둘째, 근무 인프라입니다. 근무 장소나 기계 설비, 업무 도구 같은 것입니다. 셋째, 근무 여건과 복지 환경입니다. 넷째,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보람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마지막으로 업무 능력 향상 같은 자신의 발전 가능성입니다.
이에 따라 귀하가 회사의 여력을 일차적으로 직원들의 저임금 해소에 쓰는 게 적절해 보입니다. 물론 회사의 설비 개선도 중요하고 주주 배당도 미루기 어려울 겁니다. 그러나 유능한 직원을 확보하고 유지할 수 있어야 회사의 성장·발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일차적으로 기업 활동에 필요한 직원들을 확보하고 유지할 수 있는 수준까지 급여를 인상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런 다음에도 가능하면 급여를 끌어올려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여 나가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직원들에게 자연스럽게 주인의식이 생깁니다. 직원들 스스로 업무 환경을 개선하고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정비해 업무 효율을 높이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물론 이렇게 보상 수준을 높이는 것은 부담이 됩니다. 특히 재무 여력이 부족한 기업의 경영자라면 직원들의 급여 인상을 망설이는 것이 당연합니다. 급여가 높아진다고 해서 생산성이 금방 따라 오르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경영자들이 직원들의 급여를 올리더라도 생산성이 오르는 만큼, 이익이 생기는 만큼 인상하려고 합니다.
보상 다음 단계는 보람과 발전 가능성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어렵습니다. 그런 식으로 급여를 올리면 직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수준까지 급여가 높아지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이에 따라 할 수 있다면 회사가 먼저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투자하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쪽으로 회사의 모든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바꿔야 합니다.
급여를 올린 경영자들은 그만큼 많은 성과를 기대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업무 강도가 세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급여가 늘어난 직원들은 업무 강도가 세지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겁니다. 일부 직원들은 성과를 높이기 위해 먼저 노력할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몇 번 거치면 기업은 어느새 한 단계 올라서고 생산성도 빠르게 개선될 겁니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보상 수준만 높인다고 해서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보상은 일정 수준까지만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역할을 합니다. 그 수준을 넘어서면 보상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은 빠르게 줄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 향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앞서 언급한 요소 가운데 넷째 보람과 다섯째 발전 가능성입니다.
직무의 보람이나 자기 발전 가능성은 일시적으로 자금을 투입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단기간에 만들기 어렵습니다. 상당 부분은 기업 문화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기업 문화는 대부분이 오너나 최고경영자(CEO)의 가치나 철학에 큰 영향을 받게 됩니다. 임직원들의 노력만으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오너나 CEO가 직원들을 회사의 주인으로, 경영의 주체로 간주하지 않는다면 해결이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경영진이 직원들을 성과 도구로, 경영 수단으로 생각하는 기업에서 직원들의 만족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직원 만족은 그래서 궁극적으로 오너의 창업 이념이나 경영자의 경영 철학과 연결돼 있습니다. 직원들의 마음은 경영진의 마음과 닿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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