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커지는 미국 기업…‘선순환 고리’를 물었다
작년부터 이어 온 선진 시장 중심의 성장, 그 중심엔 미국이 있었다. 미국 시장은 작년 한 해에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준으로 29.6% 상승하며 시장을 주도했다. 최근에는 전고점을 돌파하며 지수 2000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주식에 대한 고점 논란이 이어지고 있고 밸류에이션 부담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미국의 상황은 단지 경제지표, 주가 추이, 주가수익률(PER)로 보기보다 보다 구조적인 부분에서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미국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 혁명과 낮은 임금 상승률로 비용 구조가 개선됨과 동시에 약달러가 지속돼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며 매출이 상승하는 상황이다. 결국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점인데, 이런 환경에서 기업들이 투자 사이클에 진입했다. 이는 동시에 수출 중심인 아시아 기업에는 부정적인 요인이다. 과거의 선진국 소비, 신흥국 투자의 패러다임이 이제 변해가고 있는 환경이다. 이런 미국과 아시아의 투자 사이클 변화는 이미 1990년 경험했던 상황으로 ‘골디락스’라는 용어가 처음 제기되며 미국 경제의 최대 호황기였던 그 시기다.
미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회복해 가는 과정을 보면 에너지 생산 증가에 따른 비용 부담 완화가 기업의 실적 향상에 주요 변수로 작용하며 이익 성장률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의 경우 셰일가스 기술에 힘입어 2008년 이후 가격이 50% 이상 인하되며 생산원가가 대폭 절감됐다.
임금도 경쟁력을 갖춰 가고 있다. 지난 23년간 미국의 시간당 임금은 2배로 물가 수준만큼 적정하게 상승했지만 중국은 10배로 급등하며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신흥 시장의 임금 경쟁력 상실과 에너지 가격 격차 확대로 미국 기업들은 생산 기지를 본국으로 이전(리쇼링)하는 상황이다.
한편 거시적인 측면에서 환율도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고 있다. 금융 위기 이후 약세 수준에서 시작된 달러 가치는 미국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으로 연결되고 있다.
1990년대 초 미국 증시 5배 올라
높은 경쟁력은 미국 기업들의 수익성 개선과 투자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수년간 S&P500 기준 미국 기업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개선되고 있는 추세를 나타낸다. 매출액 대비 순이익의 상승세도 지속 중이기 때문에 향후 경기 회복에 따라 매출이 주당순이익(EPS) 성장에 기여하는 부문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익성 개선으로 현금 보유액이 급증하고 있고 이는 주주 가치 제고뿐만 아니라 미래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활동에 사용되고 있다. 잉여 현금이 사업 확대, 인수·합병(M&A), 연구·개발(R&D), 설비투자 확대 등 투자 사이클에 진입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미국 기업의 리쇼링과 자국 내 투자 확대로 미국의 수입 규모가 감소하고 글로벌 교역 규모가 위축된다면 아시아 등 신흥국 기업들의 수출 기회가 축소돼 아시아 기업들의 수익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
1990년대의 미국 투자 붐 시기의 주가 움직임을 살펴보면 향후 미국의 주가 흐름을 예상해 볼 수 있다. 당시 S&P500은 끊임없는 고점 논란, 밸류에이션 우려에도 불구하고 1990년 초 300에서 2000년 1500까지 5배 가까운 상승을 보였다. 기업 경쟁력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고 이를 통한 투자 확대가 생산성 개선으로 연결되며 추가적으로 이익률이 높아지는 환경에서 주가가 지속적으로 재평가됐기 때문이다. 반면 당시 주요 수출국이던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주가는 침체에서 회복된 이후 장기간 횡보 국면에서 움직여 왔다. 투자의 헤게모니 전환이 가져 온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현재 미국은 주가 선순환 고리의 첫 단계, 즉 투자 사이클 진입의 초기 단계에 있다. 반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는 과잉투자에 대한 조정 과정이 진행 중이다. 투자 사이클 전환에 따른 이익 선순환 과정의 근본적인 변화. 이것이 바로 우리가 미국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다.
김상문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 애널리스트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