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끼고 집 사면 돈 만져 보지도 못하고 세금 내야… ‘간주 임대료’ 개념도 엉터리
2·26 임대차 선진화 방안과 3·5 후속 조치 발표가 나온 이후 주택 시장은 싸늘히 식어 갔다. 6월 들어 입법화를 앞두고 여러 가지 방안이 정부와 정치권에서 오가고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방안을 살펴보면 크게 ‘분리과세의 범위를 늘리는 것’과 ‘과세를 일정 기간 유보’하는 두 가지다.첫째 방안이 실현되면 종합과세가 되는 대상이 줄어들기 때문에 납세자의 부담이 줄어든다는 효과가 있다. 둘째 방안이 실현되면 세금을 내야 할 시기가 미뤄지기 때문에 저항감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이렇게 법안이 정리되면 주택 시장은 살아날까. 전혀 그렇지 않다. 문제의 본질을 잘못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세에 과세하겠다는 2·26 조치와 전세에도 과세하겠다는 3·5 조치 중에서 더 문제가 되는 것은 3·5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집이 두 채 이상 있는 사람이 3억 원 이상 전세를 놓는다면 임대소득세를 걷겠다는 것이다. 세무 당국으로서는 “그게 뭐 어쩌냐”고 할 테지만 일반 국민으로선 황당할 수밖에 없는 조치다. 세무 당국을 포함해 세금을 물리자는 사람들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문구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문구가 오히려 이번에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전세금에서는 아무런 소득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세금은 부채에 해당하기 때문에 세무 당국에서 어떤 교묘한(?) 논리를 내세우더라도 부채에 대해 세금을 물린다는 것은 일반인의 상식과 괴리가 있는 것이다.
그러면 세무 당국은 어떤 근거로 전세금에 대해 과세하려는 것일까.
첫째 논리는 세입자에게 받은 전세금을 가지고 다른 데 투자해 소득이 발생할 것이라는 가정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자금으로 사업을 하든 다른 투자를 하든 소득이 발생하면 그때 과세하면 된다. 이때 추가로 발생한 소득에 대해 과세하고 있기 때문에 전세금에 과세하면 당연히 이중과세가 된다. 더구나 실제로 전세금을 받지 않은 때에는 문제가 더 모호하다.
전세금 투자해 소득 생기면 과세해야
예를 들어 보자. 기존에 집을 가진 사람이 3억5000만 원에 전세를 끼고 5억 원짜리 집을 산다고 가정하자. 본인이 사는 집이 있으므로 이 사람은 2주택자가 되는 것이고 전세금이 3억 원을 초과하므로 3·5 조치에 따라 과세 대상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사람은 전세금 3억5000만 원은 만져 본 적도 없다. 전 매도인과 세입자가 임대차 계약을 한 것을 승계해 집을 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3억5000만 원을 만져 본 적도 없고 그 돈을 다른 곳에 투자해 소득을 발생시키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대소득세를 물어야 한다. 이것이 상식에 맞는 과세일까.
월세 임대차와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라는 둘째 논리는 더 구차하다. 월세에 대해 과세하니까 이와 비슷한 전세에도 과세하겠다는 논리다. 하지만 두 임대차 방법에는 차이가 많다. 월세는 분명히 소득이 발생하는데, 전세는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무 당국의 생각은 한 걸음 더 나간 것으로 보인다. 임대인이 월세로 줄 수 있는 것인데, 과세를 피하려고 전세를 준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간주 임대료라는 복잡한 개념을 들고나온 것이다. 임대료는 아니지만 전세금을 월세로 환산해 임대료가 발생했다고 간주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논리는 상식에서 벗어난다고 볼 수 있다.
극단적인 사례를 보자. 어떤 사람이든 직장에 다니면 근로소득세를 내게 된다. 그런데 이 사람이 취직하지 않는다면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게 된다. 세무 당국으로서는 세수가 줄어드는 것이다. 이때 세수를 채우기 위해 취직하지 못한 사람에게도 간주 근로소득세를 내게 하자는 논리가 맞는 것일까. 근로소득이 있을 때에만 근로소득세를 내는 게 맞듯이 임대소득이 있을 때에만 임대소득세를 내는 것이 법 이전의 상식이다. 전세를 줄 때 임대인에게 들어오는 소득은 한 푼도 없다.
더구나 2주택 이상 소유자에게 전세금에 대해 과세하겠다는 3·5 조치가 실제로 입법화된다면 실무적으로 황당한 일들이 많이 벌어질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일시적 1가구 2주택자에 대한 과세 문제다.
A라는 주택 한 채를 소유한 사람이 이사 가기 위해 B라는 주택을 샀을 때를 생각해 보자. 가장 이상적인 것은 같은 날 A주택의 매도와 B주택의 매수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때 1가구 1주택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현실 세계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하다. B주택을 판 사람은 그 돈을 가지고 C라는 주택을 사서 이사를 가려고 할 것이고 C주택을 판 또 다른 사람은 그 돈을 가지고 D라는 또 다른 주택을 사서 이사를 가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하루에 전국의 모든 계약이 끝날 수는 없다. 이럴 때 재수가 좋은 몇 사람만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은 그 다음날 거래를 마치게 될 것이고 법적으로는 1가구 2주택자가 돼 과세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런 모순점을 해결하기 가기위해 현행 소득세법에서는 일시적 1가구 2주택이라는 지위를 허용하고 있다. A라는 주택 한 채를 소유한 사람이 이사를 가기 위해 B라는 주택을 살 때 이론적으로는 2주택이지만 실질적으로는 B주택의 취득일로부터 3년간 1주택자의 혜택을 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양도세 중과 등 불이익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것이 일시적 1가구 2주택 제도라는 것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시각 변하지 않아
그런데 문제는 이 제도가 모든 세금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양도소득세에만 적용되고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일시적 1가구 2주택자라고 하더라도 재산세나 종부세는 두 채에 모두 부과되는 것이다. 재산에 따라 부과되는 재산세는 그렇다 치고 종부세는 주택 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1가구 1주택자는 과세 표준이 9억 원이 넘을 때 과세하지만 2주택자는 6억 원 이상에 과세한다. 문제는 일시적 1가구 2주택자도 6억 원 이상에 대해 과세한다는 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전세금에 대해 2주택자 이상에게 과세한다면 일시적 1가구 2주택자에게도 과세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때 이사를 가기 위해 집을 사더라도 그 집을 비워 놓지 않는 한 하루라도 2주택자가 되면 임대소득세를 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물론 3주택 이상 소유하면서 2주택 이상을 전세를 줄 때, 3억 원 이상 전세금에 대해 과세하는 제도는 이미 이전 정부 때 입법화돼 있었다. 물론 2주택자든 3주택자든 전세금에 대해 과세한다는 자체가 비상식적이지만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이전 정부에서 3주택자에게 과세하는 배경에는 다주택자를 늘리지 않으려는 정책 목표가 숨어 있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와 같은 맥락의 규제였던 것이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다주택자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임대 물건의 공급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한 것이다. 이 때문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 등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하나씩 철폐되고 있는 과정이다. 그런데 생뚱맞게 3주택자도 아닌 2주택 이상 소유자에게 임대소득 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임대소득세를 부과하겠다고 하니 시장이 반발하는 것이다.
1억 원을 가진 어떤 사람이 2억 원의 전세를 끼고 2억5000만 원짜리 주택을 두 채 샀다고 가정하자. 취득했으니 취득세를 내라고 한다. 냈다. 재산이 있으니 재산세를 내라고 한다. 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받지도 않은 임대료에 대해 임대소득세를 내라고 하는 것이다.
세금을 내는 것이 싫으면 집을 사지 않으면 된다고 한다. 맞다. 그래서 2·26 조치와 3·5 조치 후 거래가 줄어든 것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집을 사지 않게 만드는 게 정책 목표라면 제대로 정책을 편 것이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세금 몇 푼 깎아 달라는 게 아니다. 하지만 작년 4·1 조치 이후 일관되게 정부가 추진했던 게 주택 거래 활성화였던 만큼 일관성 있는 정책의 수립 및 집행을 기대하는 것이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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