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프리미엄 제품 20% 매출 증가…30~40대 고소득 전문직이 주축

[트렌드] 1억 원대 카라반에 열광하는 캠핑족
캠핑 2년 차인 전문직 종사자 이시현(36·가명) 씨는 얼마 전 일반 차량 끝에 연결해 달고 다닐 수 있는 소형 트레일러 카라반(차량 자체에 운전 기능이 있는 것은 ‘모터 카라반’, 일반 차량 뒤에 매달아 이동하는 것은 ‘트레일러 카라반’이라고 함)을 500만 원에 구입했다. 트레일러가 750kg 이상이라 별도의 면허도 취득했고 아파트 지하 주차장엔 차량 주차비도 추가로 내고 있다. 그는 “짐이 자꾸만 늘면서 장비를 담을 곳이 필요했다”며 “솔직히 캠핑장에서 다른 사람들의 장비를 보다 보면 새로운 제품을 마련하고 싶은 마음이 종종 생긴다”고 말했다. 이 씨는 텐트도 네 종류나 보유하고 있는데 이 정도는 캠핑 동호인들 사이에선 흔한 일이라고 했다.


마트에서 수천 만 원대 카라반 구입 ‘불티’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60만 명이었던 캠핑 인구는 지난해에는 130만 명을 돌파,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국내 캠핑 인구를 300만 명 정도로 추산한다. 캠핑 시장 규모도 매년 30% 가까이 꾸준히 성장해 올해는 600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이처럼 캠핑 인구가 늘어나며 프리미엄 캠핑 상품의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김포공항점에선 지난 5월 1주일 만에 300만~1000만 원에 달하는 캠핑용 트레일러가 4대나 팔렸다. 이보다 앞선 4월엔 롯데마트가 운영하는 창고형 마트인 빅마켓 4개 점포(영등포·도봉·신영통·금천)에서 1개당 374만 원짜리 차량용 트레일러가 5대가 팔렸고 최근까지도 관련 제품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는 후문이다.

현대백화점도 지난 5월 16~25일 서울 목동점에서 진행한 캠핑 용품 대전 매출 분석 결과 100만 원 이상의 고가 상품 매출 신장이 작년 5월에 비해 21% 늘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의 캠핑 아웃도어 전문 편집숍 웍앤톡 관계자는 “100만 원 이상 캠핑 용품 매출이 작년 5월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인 네파는 텐트 등 캠핑 라인 5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 네파의 오토캠핑담당 김종원 과장은 “각종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캠핑 트렌드가 확산됐고 다양한 편의 시설을 갖춘 캠핑장이 늘어나며 가족과 함께 자연에서 여가를 즐기려는 캠핑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용품 시장의 3대 업체로 일본 스노우피크, 미국 콜밴, 한국 코베아 등이 있다. 캠핑 마니아인 월간 ‘오토캠핑’의 김경수 편집장은 “캠핑 열풍 초기인 2000년대 중반에는 일부 수입 업체가 독점적으로 캠핑 용품을 판매해 가격에 거품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캠핑 인구가 늘면서 소비 계층이 다양해졌고 업체 수도 증가해 장비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김 편집장은 최근 해외 직구 사이트나 중고 가게 등을 통해 경제적인 가격대의 제품을 구입하는 이들과 고가 장비 구입에도 거리낌이 없는 프리미엄 마니아 층으로 소비 시장이 양분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캠핑 장비 업체 담당자는 “캠핑 동호회 사이트 등을 통한 정보 교환이나 해외 거주 경험 등으로 캠핑 장비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캠핑 마니아들이 늘면서 해외 고가 제품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캠핑족들의 눈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고가 장비에 대한 관심은 차 위의 텐트인 ‘루프톱 텐트’와 고급 캠핑 차량인 ‘카라반’ 수요로 몰리고 있다. 캠핑 마니아들 사이에선 ‘캠핑 소비의 끝판왕 은 루프톱 텐트를 거쳐 캠핑카(카라반)’ 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우선 루프톱 텐트는 말 그대로 자동차의 지붕에 설치하는 텐트로 사다리로 올라갈 수 있는 구조다. 주로 오지나 낚시터 등에서 캠핑할 때 야생 동물이나 벌레 등으로부터 안전하게 잠자리를 보호받는 용도로 사용됐지만 최근엔 보다 색다른 캠핑을 즐기려는 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캠핑 동호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스토리지웍스의 스카이캐슬 1800(280만 원), 힐랜더 1900(235만 원), 핸티 2000(200만 원) 등 대부분이 200만 원대다. 하중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보유자들이 큰 관심을 쏟는다.


캠핑 용품도 해외 직구
고가 캠핑 차량인 트레일러 카라반을 사려는 이들이 많아진 것도 최근 트렌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트레일러 카라반의 주요 고객층은 30~40대 남성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다. 미국과 유럽의 캠핑 트레일러를 수입하는 전문 업체 블루버드엔터프라이즈에 따르면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캠핑 마니아들, 오토캠핑장 사업을 하려는 이들로 고객층이 나뉜다고 했다.

트레일러 카라반의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블루버드엔터프라이즈에서 판매하는 카라반은 최저 1400만 원부터 지방의 소형 아파트 전셋값에 버금가는 가격인 1억 원대까지 다양하다. 가장 판매량이 많은 제품은 모던한 디자인이 인상적인 독일 크나우스 타버트사의 카라원과 탭으로 둘 다 3000만~3500만 원이다.
[트렌드] 1억 원대 카라반에 열광하는 캠핑족
[트렌드] 1억 원대 카라반에 열광하는 캠핑족
침대·거실·주방·화장실·샤워 시설을 비롯해 에어컨·TV 등이 구비된 유로스타와 에어스트림은 1억 원대 초반이라는 다소 비싼 가격이지만 연예인들이나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등의 구매 요청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에어스트림은 톰 행크스, 조니 뎁, 브래드 피트, 샌드라 불럭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애용하는 제품으로 더욱 유명세를 탔다.

일부 캠핑족들은 고가 캠핑 장비를 더 저렴하게 구입하기 위해 해외 직구에 뛰어들기도 한다. 캠핑족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일본 스노우피크의 제품을 일본 오픈마켓 라쿠텐이나 아마존 등에서 구입하기도 하고 캠핑 차량 해외 직구 배송 대행업체인 ‘카라반 테일’을 이용해 카라반 구매 시 1000만 원 정도를 아끼려는 이들도 있다.

캠핑 마니아인 이수정(31) 씨는 “과시욕 때문에 비싼 장비를 사 모으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캠핑 장비 자체의 가격대가 워낙 높게 책정돼 있어 과소비를 부추기는 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캠핑 초보자들이 많이 구입하는 제품으로 알려진 콜맨 웨더마스터 2룸 코쿤(163만 원) 텐트를 비롯해 그늘막(타프)·테이블·식기류·야외의자·버너·랜턴 등 큰 욕심을 내지 않고 기초적인 장비를 갖췄을 때 최소 200만~300만 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돋보기
‘골든키즈’ 캠핑 시장도 뜬다
“사랑이 텐트 주세요, 하루 텐트 주세요!” 최근 아동용 텐트가 인기다. 내 아이에겐 아낌없이 투자한다는 ‘골든키즈’ 트렌드와 함께 가족 단위 캠핑족의 증가, TV 육아 프로그램 등의 영향으로 어린이 캠핑 용품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아동용 텐트는 크게 실내용과 실외용으로 구분된다. 실내용 텐트는 인기리에 방영 중인 KBS 주말 예능 프로그램인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통해 큰 주목을 받았다. 이 방송에서 격투기 선수 추성훈의 딸인 추사랑과 가수 타블로의 딸인 이하루가 노는 거실 등에 VJ가 촬영을 위해 숨어 있는 장소로 집집마다 텐트가 등장해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AK몰은 최근 3주간(4월 23일~5월 13일) 일명 ‘추사랑 텐트’로 불리는 실내용 놀이 텐트가 전년 동기 대비 140% 성장했다고 밝혔다.
[트렌드] 1억 원대 카라반에 열광하는 캠핑족
야외 캠핑을 위한 어린이용 텐트의 매출도 증가세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4월 중순까지 어린이용 침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92%나 급증했다. 캠핑 체어 150%, 텐트 16% 증가하는 등 키즈 캠핑 용품 매출이 71% 늘었다. 이에 따라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앞다퉈 키즈 텐트 출시에 나섰다. 블랙야크 키즈의 ‘원터치 텐트 야크키즈팝업’, 네파의 ‘미니피크’ 등이 이에 해당된다.


김민주 기자 vit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