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자를 이기는 법’

Based on “Beating competitors to international markets: The value of geographically balanced networks for innovation” by Pankaj C. Patel, Stephanie A. Fernhaber, Patricia P. McDougall-Covin and Robert P. van der Have (2014,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35(5), pp. 691~711)
[저널 리뷰] 신생 기업 해외 진출 네트워크 활용이 관건
연구 목적
설립된 지 5년 남짓 된 벤처기업의 창업자 K 사장은 고민에 빠졌다. 혁신적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 신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출시할 계획으로, 다른 기업이나 협회 등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보다 빠르게 신제품을 글로벌 무대에 론칭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해외시장 조사부터 해외 거래처 확보까지 네트워크가 다방면으로 필요했다. 하지만 그가 경영하는 회사는 아직까지 자본력이 풍부하지 않은 벤처기업이다.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투자할 수 있는 비용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서 K 사장의 고민이 시작됐다.

‘우리 회사가 속한 산업협회 등 국내에서 네트워크를 보다 탄탄히 쌓아 해외 정보를 공유 받는 방법이 좋을까. 아니면 비용은 훨씬 더 들겠지만 해외에서 새로운 네트워크를 찾는 게 나을까.’

이 같은 맥락에서 미국 볼주립대의 판카이 파텔 교수, 버틀러대의 스테파니 페른하버 교수, 인디애나대의 패트리샤 맥두걸-코빈 교수, 핀란드 국가기술연구센터의 로버트 반 더 하베는 전략 경영 저널 최근호에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자를 이기는 법:혁신을 향한 균형 잡힌 지리적 네트워크의 가치’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 대상
이 논문은 신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출시할 때 국내 네트워크와 해외 네트워크 중 어떠한 네트워크에 주안점을 둬야 할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됐다. 기본적으로 신제품을 글로벌화할 때에는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네트워크는 신제품을 해외시장에 선보이는 속도를 높이고 해외시장에 진입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줄여 준다.

제품을 글로벌화할 때에는 복합적인 프로세스가 동반된다. 진출국 선정에서부터 마케팅 계획의 수립과 실행, 해외 진출 과정에 대한 진단 등 여러 단계에 걸친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 특히 글로벌 시장조사, 해외에서 브랜드를 공동 개발하거나 해외 합작 법인의 설립, 해외 판매점의 구축, 해외 프랜차이즈의 개설, 대형 매장으로 진출할 때에는 네트워크가 주요 역할을 한다. 실제로 중소·중견기업은 우수한 제품력을 지니고 있더라도 해외 거래처 등 네트워크 확보에 실패해 해외 진출에 고배를 마시는 경우가 많다.

신제품의 글로벌화를 추진할 때 네트워크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널리 형성돼 있다. 하지만 이에 비해 신제품의 해외 출시를 위한 과정에서 국내 네트워크 안에서 협업이 중요할지 또는 해외 네트워크와 협력이 더 효과를 발휘할지에 대한 학계 연구는 그동안 많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저자들은 혁신적인 신제품을 글로벌 시장에서 론칭할 때 어떤 네트워크를 선택해야 할지에 대해 연구했다.


연구 방법
연구진은 분석 대상으로 핀란드의 혁신적인 신제품을 삼았다. 연구진 중 한 명인 로버트 반 더 하베가 소속된 핀란드 국가기술연구센터에서 개발한 신제품 자료집 ‘SFINNO’라는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분석했다.

SFINNO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먼저 1995년에서 2005년 사이에 핀란드에서 설립된 신생 기업이 출시한 528개의 혁신적 신제품을 추렸다. 그 뒤 ‘혁신적 신제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기준을 만들었다. 혁신적인 과정을 통해 성공적으로 개발돼 시장에 출시한 제품이 그 기준 중 하나가 됐다. 또한 기술적으로 새롭거나 다른 기업이 기존에 내놓은 제품보다 기술적으로 향상된 제품을 혁신적 신제품이라고 봤다. 기준에 부합되는지 여부를 가늠하기 위해 기업 정보 제공 업체인 뷰로반다익의 데이터베이스, 정보 서비스 업체인 팩티바와 렉시스넥시스의 자료를 참고했다.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 407개의 신제품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이들 407개 기업의 연혁을 살펴보면 설립된 지 평균 5.71년이 됐다. 제품을 수출한 경험이 있는 기업은 153개였다. 수출했던 기업이 회사 창립 이후 수출하기까지 걸린 평균 기간은 4.06년이다. 해당 기업들이 속한 산업의 규모, 임직원 수, 매출액, 영업이익, 해외 매출 비중 등을 조사했다. 또한 제품 출시까지 걸린 기간, 국내 네트워크와 유대 강도, 해외 네트워크와 유대 강도 등에 대해 분석했다.


연구 결과
연구진은 혁신적 신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론칭할 때에는 국내 네트워크와 해외 네트워크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신제품을 타 국가에 진출시키려는 기업은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해외 국가에 특화된 다방면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특정 국가의 정책과 제도, 해당 국가에서 비즈니스를 할 때의 절차, 그 국가의 산업 트렌드, 소비자의 특성 등에 관한 전문적 지식을 획득할 수 있다. 반면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할 때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신제품을 해외에 내놓으려는 기업이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 회사라면 해외 네트워크를 견고히 구축하기까지 비용이 많이 든다.

해외시장에서 신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자국 내의 국내 파트너와의 네트워킹도 도움이 된다. 특정 산업 안의 다수 기업을 회원사로 둔 협회나 때로는 대학도 네트워크 안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 특히 기술집약적 기업은 제품이 속한 가치 사슬 내의 다양한 회사와 협업을 통해 높은 수준의 정보를 얻게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특정 산업에서 선두 주자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산업의 대표성을 지닌 기업(flagship firm)이 신흥 국가에 진출할 때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산업의 대표 주자로 불리는 기업에 납품하는 협력 업체는 대표 주자 기업에 이끌려 동반 진출하기도 한다. 해외로 동반 진출하게 된 기업들 간에는 해당 국가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네트워크가 생기게 마련이다. 국내 네트워크의 장점으로는 해외 네트워크 구축에 드는 비용 대비 보다 적은 지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또한 국내 네트워크 안의 파트너끼리는 지리적으로 가깝게 있으므로 필요한 정보를 즉각적으로 획득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해외 네트워크 대비 특정 국가에 대한 전문화된 지식은 얇게 공유된다는 단점이 있다.

이와 같은 해외 네트워크와 국내 네트워크 각각의 장단점을 분석하며 저자들은 지리적 네트워크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해외 네트워크와 국내 네트워크에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을 적절히 조합해야 경쟁자를 이기고 글로벌 승부처에서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시사점
이 논문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개념 중 하나는 ‘산업의 클록 속도(clockspeed)’다. 클록 속도의 사전적 의미는 전자장치 내의 클록(컴퓨터 등의 디지털 시스템에 내장돼 있는 전자회로 또는 장치)이 발진하는 비율을 뜻하지만 이 논문에서는 ‘산업이 변화하는 속도’를 말한다.

산업마다 각기 다른 클록 속도를 지니고 있다. 격동하며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 가는 산업의 시곗바늘은 다른 산업보다 빠르게 돈다. 반면 변화가 많지 않은,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이 오늘 같은 산업에서는 클록 속도가 느리다. 연구진은 클록 속도가 빠른, 휘몰아치는 변화의 소용돌이 안에 있는 산업 안에서는 특히 신생 기업이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생 기업이 자사의 운영 방식을 다져 경쟁력의 뿌리를 탄탄하게 마련해 놓기도 전에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속도의 격랑에 휩싸일 수 있다. 산업의 변화 속도가 빠르므로 글로벌 시장에서 신제품을 출시할 때에도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정보를 적절한 네트워크를 통해 적시에 받아야 성공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저자들은 클록 속도가 빠른 산업에서는 국내 네트워크와 해외 네트워크의 균형점을 찾아 관리하는 일이 더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효정 삼정KPMG 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hyojunglee@kr.kpm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