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미디어·TV 업종 특수 기대…12시간 시차로 영향 감소 전망도

[월드컵 경제를 지배하다] 대표팀 성적에 울고 웃는 기업 주가
지구촌을 달굴 2014 브라질 월드컵이 시작됐다. 증권가에서는 4년에 한 번 찾아오는 대목을 누릴 수혜주 찾기에 분주하다. 증시 전문가들은 광고·인터넷·미디어·가전제품 업체들이 월드컵 특수를 누릴 것으로 예상했다.

일반적으로 대형 스포츠 행사가 열릴 때 가장 주목 받는 업종은 광고 및 미디어 관련 업체다. 기업들이 스포츠 행사를 염두에 둔 광고를 내면서 광고 기획사는 매출을 끌어올릴 기회를 잡는다. 이에 따라 국내 최대의 광고 기획사인 제일기획은 월드컵 때마다 빠지지 않고 추천 종목으로 등장한다.

제일기획은 올해 1분기 해외 영업이익 부문에서 고성장했다. 제일기획은 이 여세를 몰아 월드컵 효과를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승호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제일기획의 실적 개선 폭은 월드컵이나 올림픽이 개최되는 짝수 해에 상대적으로 개선되는 경향이 있다”며 “비록 1회성이지만 국내 광고 시장의 성장성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월드컵이란 대형 이벤트는 무시할 수 없는 변수”라고 말했다. 실제로 제일기획의 연간 영업이익은 2010년에 전년보다 21% 늘어났고 2012년엔 26.7% 확대됐다.

미디어 산업도 기대된다. SBS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 이어 이번에도 중계권 확보에 성공했다. 올해는 지상파 3사가 공동으로 월드컵 중계를 맡아 지난 월드컵과 같은 독점 수혜를 누릴 수는 없겠지만 TV 광고 수익과 판권 매출 확대가 예상된다. SBS를 비롯해 주주인 SBS미디어홀딩스, 관계사인 SBS콘텐츠허브 등도 덩달아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CJ헬로비전·스카이라이프 등 방송 관련주도 광고 판매 증대를 예상하고 있다.


월드컵 공식 후원사 현대차·기아차 관심
2000년대 들어선 인터넷 업종도 월드컵과 같은 대형 이벤트의 수혜주로 꼽힌다. 특히 최근 에는 모바일 시장의 가파른 상승세를 등에 업고 월드컵 기간 동안 사용자가 크게 늘어난다. 다음·네이버 등 주요 포털은 월드컵 특집 페이지를 만들어 인터넷 접속자들의 시선 잡기에 나선다.

가전제품도 월드컵 수혜주에서 빼놓을 수 없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의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는 TV 교체 수요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분석된다. 2006년과 2010년 역시 월드컵이 열린 6월을 중심으로 TV 등 가전제품의 소매 판매가 개선된 양상을 보였다. 조진호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2분기 TV 수요 성수기 진입을 앞두고 브라질 월드컵은 프리미엄 TV 수요 개선에 촉매제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과거 10년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액정표시장치(LCD) TV 평균 판매 가격 증가율은 월드컵 해당 분기가 다른 때 대비 높았다”고 분석했다. 월드컵 경기를 좋은 화질로 보기 위해 TV를 교체하는 수요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나 LG전자와 같은 완성품 회사, TV 패널을 공급하는 LG디스플레이 등 관련 부품주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전통적 월드컵 수혜주는 아니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주목할 업체가 한 곳 있다. 바로 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현대차·기아차다. 현대차·기아차는 LF쏘나타·제네시스 등 신형 자동차 출시가 월드컵과 맞물리면서 글로벌 점유율 상승이 기대된다. 현대차·기아차는 이번 월드컵에 귀빈용 최고급 세단, 선수단용 등 총 1700여 대의 차량을 제공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월드컵 공식 후원사는 현대차·기아차 등 6개 기업”이라며 “올해 현대차·기아차의 마케팅 효과는 월드컵 후원에 처음 나선 2010년 때보다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유럽 국가들은 2006, 2010 월드컵에서 뛰어난 성과를 올려 이번 월드컵에도 관심이 높으며 미주 지역의 축구 열기도 높아진 상황”이라며 “여기에 현대차·기아차가 다수의 신모델 출시까지 앞두고 있어 후원 효과 상승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기아차는 축구와 관계가 깊다. 2002년과 2006년 월드컵 때는 현대차가 단독으로, 2010년 월드컵에선 현대차·기아차가 함께 후원에 나섰다. 특히 현대차·기아차는 2008년과 2012년 유럽 축구 선수권 대회 때도 주요 후원사로 참여했다. 두 회사의 유럽 시장점유율은 2009년 기준 4.1%에서 작년 6.2%로 높아졌다.

먹고 마시는 이른바 ‘먹자주’도 월드컵 수혜 업종으로 빼놓을 수 없다. 월드컵 기간에 치킨을 배달시키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에 닭고기 관련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1위 닭고기 기업인 하림을 비롯해 동우·마니커 등이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이 열렸던 2002년, 2006년, 2010년에 국내 연간 도계량은 전년 대비 5% 이상, 많게는 12% 증가세를 보였다.

하이트진로·롯데칠성 등 주류 업체도 수혜 종목으로 언급된다. 하지만 주류 업체는 이번엔 월드컵 특수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 경기가 주로 아침 4~7시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경기가 출근·등교 직전 시간대에 치러지는 만큼 주류 소비가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관객 주는 영화 등 피해 업종도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이다. 수혜주가 있으면 피해주도 있다. 대표적인 ‘월드컵 피해주’로는 영화산업주가 지목된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영화 업체는 이른 경기 일정 덕분에 한숨 돌렸다. CJ CGV는 2010 남아공 월드컵 기간에 한국 경기가 활동 시간대에 잡히는 바람에 관객 감소로 고전한 바 있다. 또 시장 이목이 월드컵에 집중되면 월드컵이란 볼거리와 대체 관계에 있는 여행·레저 업종은 단기적으로 시장 관심에서 소외될 수 있다.

물론 올해에는 월드컵이 열리는 브라질이 한국과 12시간 시차가 있는 만큼 과거 월드컵 때처럼 특정 업종 혹은 특정 기업이 수혜를 누리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때문인지 증권업계에서도 지난 월드컵이 열렸던 2010년에 월드컵과 관련해 76개의 보고서가 쏟아진 것에 비해 올해 브라질 월드컵과 관련된 리서치 보고서는 단 7개뿐이었다.

사실 예전부터 대형 스포츠 이벤트는 하나의 테마로 형성되기보다 단기적인 효과로 끝난 경우가 많았다. 박옥희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예전 월드컵 개최 기간 동안 한국 증시의 업종별 등락 추이를 보면 월드컵 수혜 업종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며 “2006년에는 유통·의료정밀·기계·건설·은행 업종순으로 업종별 수익률이 높았던 반면 2010년에는 의료정밀·철강금속·운수창고·화학·보험 등 순으로 수익률이 높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월드컵 자체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낮은 상황이지만 월드컵이 주가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박혜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어닝 시즌에 돌입한 이후 테마주가 시들해졌는데 실적 발표가 마무리되면 테마주 찾기에 나설 것”이라며 “월드컵과 같은 스포츠 행사가 좋은 재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혜주로 거론되는 종목 가운데에서도 실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2002년처럼 한국 대표팀의 경기 결과에 따라 월드컵 열기가 빠르게 확산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즉 대표팀이 의외로 선전을 펼친다면 상황은 언제든지 180도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식음료 업종은 무더위가 일찍 찾아온 계절적 요인과 합쳐진다면 시너지에 따른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