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전쟁’ 예고…전철 역세권·차고지 인근 주택 수요 늘 듯

<YONHAP PHOTO-0637> 전동차 탈선…버스정류장도 '북적북적'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출근 시간대 지하철 4호선 회송 열차가 탈선하는 사고가 일어난 3일 오전 서울 사당역 인근 버스정류장이 시민으로 붐비고 있다. 코레일과 서울메트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한성대입구역에서 시흥차량기지로 향하던 지하철 4호선 회송열차가 숙대입구역과 삼각지역 사이에서 선로를 이탈했다. 2014.4.3

    pdj6635@yna.co.kr/2014-04-03 09:41:03/Media Only
<저작권자 ⓒ 1980-201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전동차 탈선…버스정류장도 '북적북적'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출근 시간대 지하철 4호선 회송 열차가 탈선하는 사고가 일어난 3일 오전 서울 사당역 인근 버스정류장이 시민으로 붐비고 있다. 코레일과 서울메트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한성대입구역에서 시흥차량기지로 향하던 지하철 4호선 회송열차가 숙대입구역과 삼각지역 사이에서 선로를 이탈했다. 2014.4.3 pdj6635@yna.co.kr/2014-04-03 09:41:03/Media Only <저작권자 ⓒ 1980-201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사회가 바뀌는 데는 우연한 사건이 도화선이 될 때가 많다. 수많은 인명 피해를 낸 세월호 사건도 그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사람의 목숨을 담보를 하는 안전만큼 중요한 사안은 없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관행과 비용이라는 두 가지 걸림돌 때문에 안전이 뒷전이 될 때가 많았었다. 그 대표적인 것이 광역버스의 고속도로 주행 시 입석 허용 문제다.

원칙적으로는 버스가 고속도로를 주행할 때 입석을 해서는 안 된다. 사고가 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이를 암묵적으로 허용한 경우가 있었는데, 경기도에서 서울로 오가는 일명 광역버스라는 게 그것이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다수 이용하는 버스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까 출퇴근 시간에는 입석으로 서서 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안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비용이나 편익이라는 측면에서 그동안 관행적으로 묵인해 왔었다. 그런데 이런 관행이 앞으로는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이를 금지하는 법안이 지난 5월 23일 입법 예고됐다.

그런데 명분으로만 보면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구체적으로 사안을 들여다보면 결코 만만치 않은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금지만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4월 23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이런 문제가 터졌다. 광역버스를 운행하는 업체가 자체적으로 합법 운행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좌석이 찬 버스들이 대부분의 정거장을 무정차로 통과하게 되자 수도권에서 출근하던 대다수의 시민들이 지각하게 됐다. 차를 타지 못한 일부 이용객들은 버스를 가로막기도 하고 경기도청 등 지방자치단체에 항의 전화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정부의 압력으로 이 업체는 다음날부터 입석을 다시 허용했다. “우리는 시민의 안전을 위해 입석 운행을 금지하려고 했지만 정부와 시민들이 원해서 할 수 없이 운행을 한다”는 명분을 얻은 것이다. 세월호 사건을 보고 추후 있을지 모르는 책임 공방에서 면죄부를 얻은 것이다. 그렇다고 그 책임을 떠안을 정부는 아니다. 그 대응책이 바로 이번에 입법 예고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시행규칙’이다. 정부에서는 법으로 금지했으니 업체와 시민이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세월호’ 놀란 정부, 서둘러 ‘입석 금지’
문제는 현 상태에서 이 법이 발효되면 4월 23일 혼란과 같은 일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는 점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출퇴근 시간에 버스를 증차하면 되지 않겠는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첫째는 비용의 문제다. 출퇴근 시간에 버스를 증차하면 업체는 버스를 더 사야 하고 운전사도 더 뽑아야 한다. 문제는 이렇게 투자를 더 늘려도 수입이 그에 비례해 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입석을 이용하던 기존의 승객이 증차되는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증가되는 비용은 버스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현재 2000원인 요금이 3000~4000원이 될 수도 있다. 2000원만 인상된다고 하더라도 한 달에 10만 원이 교통비로 각 개인 주머니에서 더 빠져나가게 된다. 이것이 안전 비용이다. 그동안 당연히 나가야 할 돈을 우리 모두가 내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버스 요금이 오르지 않는다면 출퇴근 시간의 증차는 누구나 환영할만하지만 요금이 인상된다면 사정은 다르다. 몇 년 동안 입석으로 타고 다녀도 사고 한 번 나지 않았는 데다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는 사고 때문에 당장 내 주머니에서 5만~10만 원이 더 나간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쉬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요금 인상에 대한 강력한 저항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은 안전 비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광역버스의 이용이 현재보다 훨씬 불편해지기 때문에 전철로 출퇴근하려는 사람이 증가하게 된다. 이는 자연스럽게 전철 역세권의 몸값을 올리게 된다.


둘째 문제는 서울시다. 경기도에서 출발하는 광역버스는 서울시에서 그 운행 대수를 지역별로 통제하고 있다. 경기도 버스가 서울에 많이 진입할수록 서울의 교통 상황이 그만큼 열악해진다. 지금도 출퇴근 시간에는 주요 업무 단지 부근의 정체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인데, 여기에 증차되는 버스까지 추가로 늘어난다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존 노선의 증차 안은 서울시에서 반대하고 있다.

결국 비용적인 측면이나 서울시의 교통 문제 때문에라도 기존 노선의 획기적인 증차는 현실화되기 어렵다. 지금까지 떠오르고 있는 대안으로는 출퇴근 시간에 서울시 외곽까지만 운행하는 전세 버스 운행이다. 거기에서 서울 시내버스로 환승해 출퇴근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대안도 이용객으로서는 불편하기 짝이 없다.


전철 통근족↑ 역세권 집값도↑
그러면 이러한 문제가 수도권 주택 시장에는 어떻게 영향을 끼칠까.
첫째, 출퇴근 이용 수단으로서 광역버스의 비중이 전철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는 광역버스 요금이 비싸기는 해도 전철보다 편리하고 빠르게 출퇴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광역버스의 요금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전철을 이용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 더욱이 전철은 아무 때나 탈수 있지만 광역버스는 (좌석이 다 차면) 정차 자체를 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자칫 지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언제 빈 좌석이 있는 광역버스가 도착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의 버스 도착 정보는 위성항법장치(GPS)를 이용해 자동으로 감지가 되지만 잔여 좌석 수는 버스 운전사가 육안으로 파악하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다. 이처럼 광역버스의 이용이 현재보다 훨씬 불편해지기 때문에 전철로 출퇴근하려는 사람이 자연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이는 자연스럽게 전철 역세권의 몸값을 올리게 된다. 지금도 역세권과 비역세권과의 차이가 많이 나는 편인데, 그 차이가 더 벌어지게 된다는 의미다.

둘째, 광역버스를 이용할 것인가, 전철을 이용할 것인가의 고민은 그나마 행복한 고민이다. 두 교통수단 모두 이용 가능한 지역에서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도권이라도 광역버스밖에 이용할 수 없는 지역이 상당히 많다. 이런 지역의 주택 시장은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서울 업무 중심지에서 어떤 광역버스로 30분 걸리는 A지역과 60분 걸리는 B지역이 있다고 가정하자. B지역은 차고지 근처이고 A지역은 당연히 중간 경유지일 것이다. 현재로서는 A지역의 집값이 B지역 집값보다 훨씬 비쌀 가능성이 높다. 출퇴근 시간이 절반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사정이 달라진다. 광역버스의 입석이 금지되면 B지역에서 출발한 광역버스가 A지역에는 서지 않고 통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면 A지역에 사는 사람은 어떻게 출퇴근해야 할까. 회사와 반대 방향인 차고지 B지역으로 가서 줄을 서서 광역버스를 이용해야만 한다. 서서 가고 앉아 가고의 문제가 아니라 출근할 수 있느냐 아니냐의 여부가 걸린 문제다. 결국 A지역에 살던 사람은 현재 30분이면 충분한 출근 시간이 90분(=차고지로 가는 30분+차고지부터 60분)이나 걸리게 된다. 출근 시간이 3배나 늘어나는 것은 물론 오히려 B지역보다 오래 걸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A지역 집값은 내리고 B지역 집값은 오르게 될 것이다. 물론 승용차로 출근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두 지역 간의 집값이 역전되는 정도까지 가기는 어렵다. 하지만 현재의 격차가 상당히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결론적으로 현재 입법 예고된 법안이 발효되면 전철 역세권과 광역버스 차고지 인근은 지금보다 주택의 수요가 더 증가할 것이지만 전철 역세권도 아니었던 광역버스 중간 경유지는 지금보다 수요가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