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향으로 달려야 시너지…자기 목표 추구 땐 솎아 내야

[신현만의 CEO 코칭] 개인 어젠다 추구하는 간부는 위험하다
Q 우리 회사에는 뛰어난 직원들이 많습니다. 특히 임원들은 대부분이 학력과 경력이 화려합니다. 하지만 성과는 그리 좋지 않습니다. 회사의 생산성은 평범한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최근 경영진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임원 회의에서 ‘왜 우수한 직원들이 많은데 성과는 평범할까’라는 것을 주제로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경영진은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조직은 잘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시너지가 잘 나지 않습니다. 간부들은 각자 자기 방식대로 자기 일만 열심히 합니다. 회사의 비전이나 목표가 아?灸?자기 생각대로 조직을 이끕니다. 어찌 보면 시너지가 나지 않는 게 정상일 것 같기도 합니다. 어떻게 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A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초 열린 수석 비서관 회의에서 “장관들은 자기 어젠다(agenda)를 추구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선거공약이 공약으로 끝나는 이유는 장관들이 공약과 관계없이 자기 어젠다를 만들어 추구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박 대통령은 따라서 ‘공약 따로 장관 어젠다 따로’가 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장관들에게 대통령의 선거공약과 정부의 국정 과제에 전념하라고 요구한 것입니다.

박 대통령이 이렇게 말한 것은 그동안 공약이 어떻게 처리됐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역대 정권은 선거가 끝나고 정부를 출범시키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공약에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선거 때 약속했던 것과 실제 실행하는 것은 큰 관련이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한국의 유권자들은 선거공약에 큰 관심을 두지 않게 됐습니다. 학연·지연·혈연에 따라 인물 중심의 투표를 합니다.

박 대통령은 장관들이 공약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자기 어젠다를 추구해 온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선거 과정에서 무슨 공약이 제시됐든, 대통령이 무슨 얘기를 했든 관계없이 장관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체감했던 모양입니다. 역대 정권에서도 각 부처의 업무가 중복되거나 방향이 달라 국정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좌충우돌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창업자 경영 철학에 콧방귀 뀌는 한국 직장인
어쩌면 귀하 회사의 모습과 비슷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귀하 회사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의 상당수가 비슷합니다. 시너지라는 것은 모든 조직이 하나의 비전과 목표를 바라보고 있을 때 나타납니다. 그런데 기업들 가운데 임직원 모두가 같은 비전과 목표를 가지고 일하는 곳은 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인 곳이 많습니다.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지만 추구하는 어젠다가 달라 같은 회사 직원이라고 하기 어색한 곳도 있습니다.

외국인들은 한국 기업의 이런 문화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외국인들은 입사하면 회사가 추구하는 비전과 가치를 받아들입니다. 본인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창업자나 대주주의 어젠다를 일단 수용합니다. 특히 법의 테두리 안에서 경영진이 추구하는 가치와 비전을 실현하고 그들이 내세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외국인들은 이게 직장인의 기본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반해 한국인들은 회사의 비전과 가치에 관심이 없습니다. 수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반대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고경영자(CEO)·대주주·창업자의 경영 철학을 무시하는 것은 다반사고 대놓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일부 임직원들은 CEO와 대주주의 경영 목표를 자기 뜻에 맞지 않는다며 외면합니다. 외국인들의 눈에 이런 직장인들은 회사에 다니고 있을 뿐 같은 목표를 향해 가고 있는 동료가 아닙니다. 같은 배를 타고 있지만 생각이 다른 이른바 ‘오월동주’의 상황이 만연돼 있는 게 한국 기업입니다.

글로벌 기업 출신으로 한국 기업에서 CEO로 일했던 한 외국인 CEO는 “한국 기업에 와 보니 수십 개의 어젠다가 있었다”고 회고했습니다. 임원들이 각자 자기 어젠다를 갖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는 한국 기업이 겉으로 하나의 회사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수십 개의 회사로 나뉘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임원들이 각자 봉건영주처럼 자기 조직을 이끌고 있다는 겁니다. 그는 한국 기업의 생산성이 낮은 이유도 어젠다가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한 배에 타고 있지만 각자 다른 방향으로 노를 젓고 있기 때문에 CEO가 가려는 목적지로 가기 어렵습니다. 속도가 날 수 없습니다. 제자리를 맴돌거나 심하면 배가 뒤집어질 수도 있습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우리 속담이 단순한 속담이 아니라 현실입니다.


조직 지향적인 직원을 우대하라
이런 상황을 극복하려면 어젠다가 통일되고 일치돼야 합니다. 조직의 보스가 회사의 어젠다를 추구해야지 자기 어젠다를 추구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먼저 회사의 어젠다가 명확하게 제시돼야 합니다. 임원이나 중간간부들이 회사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고 무엇을 이루려고 하는지 분명하게 알고 있어야 합니다. CEO는 수시로 간부들이 회사의 어젠다를 잘 이해하고 수행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만약 회사의 어젠다가 아니라 자기 어젠다를 추구하는 간부가 있다면 이것을 분명하게 지적하고 바로잡아 주십시오. ‘때가 되면 알아서 바꾸겠지’라면서 지켜보면 안 됩니다. 임원이나 중간 간부들의 자기 목표 추구를 방치하면 조직이 자중지란에 빠지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CEO는 성과가 부진하거나 생산성이 예상을 밑돌면 간부들이 어떻게 조직을 이끄는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개인 어젠다를 계속 고집하는 간부는 지휘 라인에서 빼야 합니다. 그런데 종종 이런 간부를 지휘 라인에서 빼는 것을 망설이는 경영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간부 중 일부는 골목대장 기질을 갖고 있습니다. 조직원들을 자기 스타일대로 추동하면서 일시적으로 좋은 성과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성과가 아쉬워 방치하면 이들은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할 것입니다. 나중에 이것을 정리하려면 큰 후유증을 감수해야 합니다. 따라서 이런 가능성이 발견되면 조기에 대처하십시오.

일반적으로 자기 어젠다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조직 지향보다 직무 지향 성향이 강합니다. 자기가 속한 조직보다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무게를 둡니다. 이에 따라 조직이 지향하는 일을 하기보다 자신이 하고 싶고 이루고 싶은 것에 집중합니다. 이들은 조직의 보스로 성장하기보다 직무 전문가로 평가받기를 원합니다. 직장이 좋아 다니는 게 아니라 직무를 하는데 유리하기 때문에 직장에 몸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따라 조직의 핵심 간부는 가급적 직무 지향보다 조직 지향적인 직원을 발탁하는 게 좋습니다. 모든 간부를 다 조직 지향적인 직원으로 채우는 것은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조직 지향적인 직원의 비중이 높을수록 시너지도 커진다는 점을 염두에 두십시오.

승진이나 보직에서도 조직 지향적 직원을 우대해야 합니다. 아무리 개인적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조직의 어젠다에 충실하지 않으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인식을 직원들에게 심어 주십시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어젠다를 조직의 어젠다와 일치시키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설령 일치시키지 못하더라도 공개적으로 자기 어젠다를 추구하는 일은 없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