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올해 초 뮤지컬 ‘디셈버’를 성황리에 끝내고, 현재 ‘보니앤클라이드’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어떤 작품인가요.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기가 배경이구요. 당시 실존인물인 ‘보니’와 ‘클라이드’가 벌인 범죄사건을 다루는 내용인데, 극의 중심에는 사랑 이야기가 담겨있어요. 제가 맡은 ‘보니’ 역은 아주 막나가는 캐릭터예요. 16살 때 결혼도 하고 19살 즈음에 이혼을 한 경험이 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자주 글을 쓰고 배우라는 꿈을 꿀 정도로 감수성이 풍부한 면도 있어요. 저랑 비슷한 캐릭터라고 할까요.(웃음)
“12살 때 본 ‘레미제라블’ 오디션이 지금의 저를 만들어줬어요.“
Q.올해가 데뷔 10년 차인데, 어릴 적 꿈이 뮤지컬 배우였나요.
보통 어릴 때는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잘 모르잖아요. 접할 기회도 없고... 어릴 적 천안에서 자랐어요. 12살 때인가 학교 가는 길이었는데 빵집에 포스터가 붙어있는 걸 봤어요. 뮤지컬 ‘레미제라블’ 아역 배우 공고였죠. 크게 감흥이 없었는데 같이 있던 친구가 한번 해보라며 부추겼어요. 왜냐하면 제가 학교에서 춤으로 좀 알아줬거든요.(웃음) 재미있겠다 싶어서 지원했는데 제가 합격했죠.
Q.원래 끼가 충만했나보다.
부모님께서 정말 끼가 많으세요. 어머니는 전국노래자랑 천안시편에 나가셔서 최우수상을 두 번이나 받으셨어요. 아버지는 왕년에 LP판도 내셨죠. 라디오 1회 출연으로 아쉽게 끝이 났지만‧‧‧. 제가 부모님의 끼를 물려받았나 봐요. 꼬마 시절에는 어르신들 앞에서 노래 부르고 춤추는 게 저의 일이었어요.
Q.그럼 그때부터 뮤지컬 배우를 꿈 꾼 건가요.
아역 배우로 뮤지컬에 참가하고 나서 예능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열린음악회에 나가기도 했어요. 근데 아무래도 학업에 소홀해지니까 어머니께서 그만하는 게 어떻겠느냐 하셔서 바로 그만뒀어요. 그때의 기억이 무의식 중에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었나 봐요. 그래서 대학에서 뮤지컬을 전공했고 지금까지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것 같아요.
Q.정식 데뷔는 언제였나요.
2005년 뮤지컬 ‘찰리 브라운’이라는 작품으로 데뷔했어요. 앙상블로도 활동했는데 그마저도 기회가 많지 않았어요. 주연을 하기엔 신인이라 검증 전이었고, 앙상블을 서기엔 정통 댄서들과 비교하면 부족하기 때문에 사실 기회가 많이 없었죠. 그래서 데뷔 초에는 규모가 작고 나이 어린 역할을 주로 했어요. Q.2012년 ‘넥스트 투 노멀’에서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조연상, 대구뮤지컬어워드 올해의 신인상을 수상했어요.
정말 받을 줄 몰랐어요. 그때가 여우조연상에 두 번째 노미네이트였는데 처음에는 기대를 좀 했어요. 시상식 전날 수상소감도 준비했는데 결국 못 받았죠. 그래서 두 번째는 그냥 예쁜 옷 입고 시상식 또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어요.(웃음) 왜냐면 후보들이 다 선배님들이였고 너무 쟁쟁했거든요. 시상식 당일 날 10분 정도 늦었는데 아무도 저한테 전화를 안하더라고요. ‘아 이번에도 아니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제가 받았죠.(웃음) 그리고 조연상 시상을 같이 작품을 한 적이 있는 (조)정석 오빠가 시상을 한 게 더 뜻 깊었어요.
Q.상 받은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일단은 축하와 칭찬을 많이 받았어요. 상을 주신 것도 어떻게 보면 실력을 검증받은 거라 생각해요. 상 받은 이후로 좋은 기회들이 많은 것 같아요.
Q.작품 선정은 어떻게 하나요.
도전하고 싶은 작품들이 있어요. 그럼 그 작품 위주로 오디션에 참가하고요. 그리고 시기를 체크해요. 간혹 먼저 연락을 주실 때도 있는데 너무 감사하죠.(웃음)
Q.공연을 쉴 때는 뭘 하나요.
런닝머신이요.(웃음) 이번 작품 때문에 운동을 시작했는데 원래 활동적인 운동 좋아해서 열심히 하고 있어요. 아니면 주로 집에 있어요. 그래서 다들 저보고 ‘집순이’라고 놀려요.
Q.연애는요.
연애‧‧‧ 언제 했는지 기억도 안나요.(웃음)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이 뮤지컬 업계 분들이라 만나는 것도 조심스럽고요.
Q.이상형은.
일할 때는 철두철미하지만 그 외에는 허점도 보이는(?), 해맑은 웃음을 가진 사람이 좋아요.
Q.뮤지컬의 매력은.
음악이 주는 매력이 가장 큰 것 같아요. 그리고 무대 위의 구성이나 조명, 의상, 오케스트라 등등 무대에서 펼쳐지는 한편의 동화같은 신비감이 있잖아요. 그게 매력이죠.
Q.징크스가 있나요.
부모님께서 공연을 보러 오시면 공연 중에 발을 헛디뎌 넘어지거나 어디에 걸려 넘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Q.공연 할 때 기분이 가장 좋은 순간은요.
음‧‧‧ 가장 기분이 좋기도 한 반면에 가장 싫을 때는 첫 공연에 첫 등장 때예요. 무대 위에 한 발 내딛고 첫 조명 받을 때가 제일 떨리거든요. 그 떨림이 좋긴 하지만 무대 뒤에서 공연의 시작을 기다릴 때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부담되고 떨려요. 근데 이번 작품에서는 극 중 보니와 클라이드가 죽은 채로 시작해서 부담이 없어요. 눈을 감고 있으니까...(웃음)
Q.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학생들은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요.
일단 데뷔를 서두르지 않았으면 해요. 만약 제가 그때로 돌아간다면 더 준비된 모습으로 데뷔하고 싶어요. 준비할 때는 하루라도 더 빨리 데뷔하고 싶지만 배우로서 기술적인 실력을 쌓을 시간은 데뷔 전인 것 같아요. 준비의 기준은 없지만 조급한 마음으로 빨리 데뷔하는 건 말리고 싶어요.
Q.많은 작품에서 아이돌들과 호흡을 맞췄는데.
물론 전문 뮤지컬 배우가 아니라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아이돌 출신 친구들이 주는 신선함도 분명 있어요. 제가 생각하지 못한 돌발적인 모습이나 참신한 아이디어가 배우들과 서로 조화를 이뤄서 긍정적인 시너지를 낼 때도 있고요.
Q.아이돌 출신 중에서 돋보이는 배우가 있다면.
준수(JYJ)요. 사실 준수가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뮤지컬 ‘디셈버’를 준비할 때 굉장히 부담을 느끼더라고요. 원 톱이라 대사도 많고 1막과 2막을 넘어가면 20대에서 40대로 세월을 아우르는 연기를 해야 했거든요. 그래서 정말 목숨 걸고 작품을 준비하는 모습을 봤어요. 그리곤 무대 위에서 날라 다녔죠. 어려운 캐릭터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모습에 놀랐어요.
“뮤지컬은 기본 발성부터 호흡까지 철저한 연습이 필요한 장르예요.”
Q.공연 중에 눈물을 쏟아내는 ‘씬’이나 고음의 노래들을 매회 불러야 하잖아요. 몸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그거야 말로 훈련이 필요해요. 기본 발성부터 호흡, 집중 연습을 충분히 해야 되요. 오열을 하거나 고음으로 치닫는 ‘넘버’들을 지르고 나면 사실 힘에 부칠 때도 있어요. 빨리 컨디션을 돌릴 수 있게 자신만의 방법을 터득해야 해요. 하루에 2회 공연이 있다고 해서 에너지를 반으로 나눠서 쓸 수 없거든요. 전 매회 공연할 때마다 모든 걸 쏟아내야 해요. 그래야 더 집중이 되고요.
Q.뮤지컬 한 길만 10년째인데, 다른 장르의 욕심은 없나요.
‘디셈버’를 준비할 때 장진 감독님과 함께 영상 촬영을 한 적이 있어요. 처음 해보는 촬영이라 그런지 정말 재미있었어요. 뮤지컬 뿐만 아니라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른 장르도 해 보고 싶고요.
Q.앞으로의 계획은
일단 지금 하고 있는 ‘보니 앤 클라이드’를 잘 마무리 하고 싶어요. 그리고 올해가 데뷔 10년차인데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의 10년을 어떻게 채워나갈지 지켜봐 주세요!
글 강홍민 기자 / 사진 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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