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영화] 내 말에 귀 기울이는 컴퓨터…사랑일까?
감독 스파이크 존즈
출연 호아킨 피닉스, 에이미 아담스, 루니 마라, 스칼릿 조핸슨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 분)는 다른 사람들의 편지를 대신 써 주는 대필 작가로, 부인 캐서린(루니 마라 분)과 별거 중이다. 어느 날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인공지능 반응형 운영체제 사만다(스칼릿 조핸슨 분)를 주문한 테오도르는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고 공감해 주는 사만다 덕분에 조금씩 행복해지고 심지어 사만다에게 사랑의 감정도 느낀다.

‘그녀’는 익숙한 현실을 아주 조금만 비틀어 버린 채 거기에서 느껴지는 낯선 위화감을 그대로 쭉 끌고 간다. 이를테면 아이폰의 시리(Siri) 같은 음성 서비스를 통해 휴대전화와 일대일로 대화하며 이것을 그저 유희라고만 생각하는 지금의 우리들에게 아예 인공지능 반응형 운영체제를 들이미는 식이다.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차마 말하지 못할 속사정과 고민의 흔적은 e메일과 검색어를 거쳐 개인 컴퓨터에 고스란히 저장돼 있고 운영체제만이 그것을 모두 알고 있다. 운영체제야말로 자신의 내밀한 고통을 누구보다 가깝게 들여다보며 먼저 ?㎎括?말을 건넬 수 있다.

강렬하게 어둡고 고독한 역할을 주로 맡았던 호아킨 피닉스가 원색의 셔츠를 단정하게 입고 이별의 아픔과 사랑의 설렘을 부드럽게 표현한다는 것만으로도 신선한데, 스칼릿 조핸슨은 심지어 단 한 번도 얼굴을 보이지 않은 채 목소리만으로 운영체제 사만다의 놀라운 진화 과정을 거리낌 없이 연기한다. 영화 ‘그녀’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다.



탐엣더팜
[영화] 내 말에 귀 기울이는 컴퓨터…사랑일까?
감독 자비에 돌란
출연 자비에 돌란, 피에르-이브 카디날, 리즈 로이, 에블린 브로슈

탐(자비에 돌란 분)은 분신 같았던 연인 기욤을 잃었다. 기욤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그의 고향인 퀘벡의 작은 농장에 온 탐은 슬픔에 젖은 어머니(리즈 로이 분)와 형 프란시스(피에르-이브 카디날 분)를 만난다. 차마 자신이 기욤의 연인이었다고 밝히지 못하지만 프란시스는 이미 탐의 정체를 꿰뚫어 보고 어머니의 눈을 피해 은밀하고 지속적으로 그의 목을 조여 온다.



더 바디
[영화] 내 말에 귀 기울이는 컴퓨터…사랑일까?
감독 오리올 폴로
출연 벨렌 루에다, 오라 가리도, 우고 실바

알렉스(우고 실바 분)는 미모의 재력가인 부인 마이카(벨렌 루에다 분)의 집착에서 벗어나 새로운 연인과 함께하기 위해 살인을 계획한다. 아무도 모르게 부인을 죽인 다음 모든 것이 마무리된 순간 시체 검시소에 있던 부인의 시체가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 수사관들은 알렉스의 알리바이를 의심하고 놀랍게도 그의 부인이 살아 있다는 증거가 잇달아 튀어나온다.



도희야
[영화] 내 말에 귀 기울이는 컴퓨터…사랑일까?
감독 정주리
출연 배두나, 김새론, 송새벽

영남(배두나 분)은 외딴 바닷가 마을의 파출소장으로 좌천된다. 그녀는 외톨이 열네 살 소녀 도희(김새론 분)와 자꾸 마주친다. 친엄마가 도망친 뒤 의붓아버지 용하(송새벽 분)와 할머니로부터 모진 학대를 당하며 살아가던 도희에게 영남은 처음으로 만난 구원자다. 마을의 실권자 용하와 사사건건 대립하던 영남은 한시도 자신과 떨어지지 않으려는 도희와 함께 살게 된다.


김용언 영화 칼럼니스트 plat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