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 지표 일제히 적신호…위기 터지면 경제 의존도 높은 한국 직격탄

<YONHAP PHOTO-1216> A combination photo shows people walking past the skyscrapers Shanghai World Financial Center, Shanghai Tower and Jin Mao Tower (L-R) before (top) and during Earth Hour at the financial district of Pudong in Shanghai March 29, 2014. Earth Hour, when everyone around the world is asked to turn off lights for an hour from 8.30 p.m. local time, is meant as a show of support for tougher action to confront climate change. REUTERS/Carlos Barria  (CHINA - Tags: SOCIETY ENVIRONMENT)/2014-03-29 23: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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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재채기를 하면 한국은 독감에 걸린다.” 조금 억울한 감은 있지만 전혀 과장된 표현은 아니다. 중국 내 경제지표가 조금이라도 하향세를 그리면 당장 코스피부터 큰 폭으로 빠지는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단 한국뿐만이 아니다. 몇 년 전 한 방송사가 중국산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실험에 나섰는데, 아침 출근·등굣길부터 신고 나갈 신발이 사라지는 황당한 상황에 마주쳐야만 했다.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없는 생활은 이제 상상하기 어렵다.

한국과 중국의 2013년 교역량은 1458억 달러에 달한다. 교역량 2위인 미국은 620억 달러로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중국은 지난해 처음으로 상품 무역 규모에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섰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2월 24일 펴낸 ‘2013 국민경제 및 사회 발전 통계’에 따르면 2013년 중국의 상품 무역 총액은 4조1600억 달러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7.6% 늘어난 규모다. 반면 미국의 무역 총액은 3조8839억 달러에 그쳤다. 중국이 상품 무역 규모로 미국을 따돌리기는 역사상 처음이다.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 2008년 미국 금융 위기, 2009년 남유럽 재정 위기 등 지구촌을 뒤흔든 최근의 경제 위기에도 글로벌 경제가 한숨을 돌릴 수 있었던 것은 ‘세계의 공장’, ‘세계의 경제 엔진’이라고 불리는 중국의 역할이 컸다.

권한이 강해지면 상응하는 책임도 막중해지는 법이다. 세계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위상이 높아질수록 중국 리스크에 따른 글로벌 충격파도 강해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중국 경제의 위기는 한국이 독감에 걸리는 수준을 넘어 세계경제 전체를 위협할 지뢰밭이 돼 버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 포인트 하락하면 한국의 경제성장률과 수출 증가율이 각각 0.4% 포인트, 1.7% 포인트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일시적 악재 아닌 구조적 한계 우려
‘중국 경착륙’이란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이미 10년을 훌쩍 넘긴다. 그러나 그때마다 예상을 불식하는 성장을 통해 시장의 우려를 씻어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과거와 많이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부 악재에서 비롯된 경기 둔화 수준을 벗어나 구조적 차원의 취약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성장(2014년 7.5% 내외 성장 목표) 용인, 수출에서 내수 위주로의 구조조정, 디레버리징(부채 감축) 등을 핵심으로 하는 중국 정부의 기조 변화도 이 같은 구조적 위기론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다.

1978년부터 시작된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 이후 최근 30여 년간 중국 경제는 연평균 9.9% 성장이라는 놀라운 역사를 써 왔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후 10년간은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 왔다. 1978년 206억 달러에 불과했던 교역 규모는 2009년 1조2020억 달러 수출액으로 독일을 제치고 세계 수출 1위에 올랐다. 경제 규모로도 2010년 일본을 넘어서며 G2로 성장했다. 상품 무역 총액으로만 보면 미국을 넘어 G1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이런 가운데 국내총생산(GDP) 성장 목표 7.5%는 중국의 초고도 성장이 이미 끝물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녹록지 않은 최근 시장 상황은 이마저도 실현 불가능한 목표라는 우려를 낳게 한다.

글로벌 경제성장의 엔진을 멈추게 할 ‘차이나 리스크’는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부동산 거품 붕괴로 대표되는 자산 가치의 붕괴, 그림자 금융 등 금융 부실, 수출 부진 등 생산 저하가 그것이다. 특히 중국 부동산의 거품 붕괴는 중국 경제가 맞닥뜨릴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2012년 중반부터 회복세로 반전된 중국 100대 도시의 평균 주택 판매 가격은 2013년 들어 11.5%나 급등했다. 특히 베이징·상하이·선전 같은 1급 도시(대도시)의 주택 가격 상승률은 23.4%나 뛰었다. 이런 상황은 올 들어 급반전됐다. 대도시 주택 거래량은 물론 주택 가격 하락, 미분양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본격적인 거품 붕괴의 신호탄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다시 불거지는 차이나 리스크] ‘주식회사 차이나’ 성장 엔진 꺼지나
또 하나의 뇌관은 그림자 금융 부실에 따른 금융 위기다. 중국사회과학원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2012년 그림자 금융의 규모는 GDP의 최소 28%, 최대 40%에 이른다. 2013년 이후 GDP의 50%를 넘어섰다는 게 정설이다. 중국 그림자 금융의 핵심인 은행의 부외거래와 신탁 투자는 2013년 9월 현재 각각 9조9000억 위안, 10조1000억 위안으로, 지난 5년간 약 10배, 8배로 급증했다. 정부의 그림자 금융 규제 의지가 강한 가운데 민간 부실기업의 디폴트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고도성장 주도해 온 수출도 주춤
중국 경제를 이끌어 온 수출도 부진하다. 중국 해관총서(세관)는 3월 8일 중국의 2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1%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수출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준 데 비해 수입은 10.1%나 증가한 것이 원인이다. 무역수지도 229억8000만 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다행히 3~4월 들어선 2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예상 밖의 호조를 보였다. 3월 들어 무역 흑자가 77억1000만 달러로 전환되더니 4월에는 184억6000만 달러로 흑자 폭도 커졌다. 수출과 수입이 모두 늘었기 때문인데, 특히 수출이 석 달 만에 증가세로 전환된 것이 컸다. 하지만 당국이 발표한 지표를 두고 통계 조작 논란도 벌어졌다. 2013년 초 자본 유출을 숨기기 위해 금액이 부풀려진 허위 송장이 작성됐고 그로 인해 무역 관련 지표가 왜곡됐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선 5월 지수가 발표돼야 통계 왜곡을 벗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위기가 현실로 드러난 건 각종 경제지표의 둔화다. 투자·소비·수출 등 모든 거시 지표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3월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8을 기록했다. 4월에도 48.3으로 여전히 50을 밑도는 상태다. PMI는 제조 업체의 구매 담당자들이 현재와 미래의 경제를 얼마나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지 수치로 표시하는 대표적인 경기 선행지수다. 50보다 높으면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뜻하고 50 이하면 반대로 경기 하강을 뜻한다.

각 항목별 경제성장 기여도도 둔화되고 있다. 올 1분기 GDP 증가에 대한 투자의 기여도는 3.10%로 나타났다. 2013년 1분기 2.30%에 견줘 0.8% 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소비의 성장 기여도도 지난 1분기 5.7%로 전 분기(3.9%)보다 증가했다. 하지만 2010~2012년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수출이다. 지난 1분기 순수출 기여도는 마이너스 1.40%를 기록했다. 이는 2009년 4분기의 마이너스 3.44%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중국은 고도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리스크들을 제거하기 위해 투자와 수출 위주의 경제 체질을 소비와 내수 위주의 성장으로 바꾸는 패러다임 변화를 이미 진행 중이다. 3월 5일 발표된 ‘정부 활동 보고’에 생산능력 과잉과 부동산 투기 억제가 주요 과제로 명기된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소비를 중심으로 한 내수 진작을 위해선 부동산 가격의 하향 안정화가 절대적이다.
지난해 7월에는 대출금리에 대한 규제를 전격 철폐하며 단계적인 금리자유화에도 나섰다. 이와 함께 시장의 영향력이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되는 예금 금리도 예금보험제도 도입 등을 통해 향후 2년 안에 자유화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시중은행에 고수익을 가져다주고 있는 그림자 금융도 자연스럽게 축소될 전망이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