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도시 중심 가격 하락 시작돼…기업도 유동성 확보 나서

중국 부동산 경기 둔화 조짐이 뚜렷하다. 5월 초 중국 100대 부동산 기업 중 하나인 광야오부동산의 부도설이 퍼졌다. 회사 측은 자금 문제는 있지만 부도설은 과장된 것이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이 회사의 일부 부동산 개발 현장에서 공사가 중단됐다고 중국 언론들이 전했다. 부동산 경기 둔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아시아 최대 갑부인 홍콩의 리카싱 허치슨왐포아 회장도 아들과 함께 지난해부터 중국 부동산을 대거 처분해 시장에 불안감을 더해 왔다.

중국의 대표적 경제학자인 마오위시처럼 부동산 거품 붕괴는 불가피하다는 비관론자도 있지만 관변학자들을 중심으로 중국 부동산에 위기는 없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더 많은 편이다. 그 근거 중 하나가 2~3선급 도시의 개발을 부추기는 도시화 정책이다. 도시화는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입에 달고 다니는 신성장 동력 중 하나다. 하지만 최근 가격 동향은 이 같은 전망과 엇갈린다. 선양·잉커우·안산·탕산 등 2~3선급 도시를 중심으로 부동산 경기 둔화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중국지수연구원에 따르면 전국 100개 도시 중 주택 평균 가격이 4월에 전월 대비 떨어진 곳이 45곳에 달했다. 3월 38곳에서 7개 도시가 추가된 것이다. 중국 최대 상장 부동산 업체 완커의 마오다칭 부총재도 최근 한 포럼에서 부동산 비관론을 펼치며 2~3선 도시를 중심으로 시장의 공급초과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완커가 조사하는 50여 개 도시 중 30개 도시의 주택 공급량이 이미 수요를 초과했다고 전했다.
[GLOBAL_중국] 찬바람 몰아치는 중국 부동산 시장
최근 1분기 국내총생산(GDP)을 발표하는 기자 회견장에서 성라이윈 국가통계국 대변인도 “1선 도시의 부동산 가격은 안정적으로 성장하지만 부동산 재고가 비교적 많은 일부 3~4선 도시들의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성 대변인은 정부의 거시 조정과 시장의 자율적인 조정에 따른 것이라며 매우 정상적인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해석은 불분명하다.


반부패 운동 영향 대도시 중고 주택도 냉기
그 이유를 들여다보려면 소도시로 갈수록 지방 재정 여력이 모자란 현실을 봐야 한다. 이런 곳일수록 가장 중요한 재정 수입원 중 하나인 토지 매각에 필사적으로 매달린다. 토지 매각이 늘수록 부동산 개발이 증가하고 이는 부동산 공급초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공급은 늘었는데 이들 도시의 소득수준은 아직 부동산 매입이 활기를 띨 만큼 높아지지 않았다. 특히 반부패 운동이 확산되면서 부패 관료들이 주택을 대거 사들인 베이징 등 대도시의 중고 주택 시장에도 냉기가 돌고 있다.

최근 중국 부동산 경기 둔화를 주도하는 도시 가운데 항저우는 저장성의 성도로 대도시에 속한다. 여기엔 민영 경제의 고민이 담겨 있다. 민영기업이 가장 많은 지역 중 하나인 이곳은 중국 경제가 둔화되기 전만 해도 민영기업인들이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렸다. 공장 운영보다 수익성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저우 부동산 가격이 상하이 수준까지 올라가는 등 가격 거품이 심각해진 상황에서 경기 둔화로 공장 운영에 어려움이 생기자 민영기업인들은 부동산을 팔아 공장 운영에 필요한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항저우 부동산 시장에 찬바람이 분 이유다.


베이징 = 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