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성과는 보스의 눈높이가 결정…자발성 끌어내야

[신현만의 CEO 코칭] 이건희 회장의 눈높이가 삼성을 바꿨다
Q 저는 중견 정보기술(IT) 기업의 총괄 부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글로벌 기업에서 근무하다가 2년 전 이곳으로 옮겼습니다. 회사의 문화 차이가 커 어려움이 많았지만 이제 어느 정도 적응이 됐습니다. 그런데 저를 답답하게 만드는 게 하나 있습니다. 낮은 생산성입니다. 우리 회사의 생산성은 글로벌 기업은 물론 국내 대기업에 비해 현저하게 낮습니다. 그런데 대다수의 직원들이 낮은 생산성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임원들도 워낙 오랫동안 낮은 생산성에 익숙해서 그런지 생산성 향상에 큰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회사가 성장 발전하려면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요.

A 기업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설비를 바꾸기도 하고 공정을 개선하기도 합니다. 마케팅을 통해 회사나 제품의 브랜드를 끌어올리기도 하고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을 높여 수익성을 강화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생산성은 금방 높아지지 않습니다. 종종 설비나 제도를 바꿨지만 회사가 기대했던 생산성 향상이 나타나지 않아 고민하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생산성의 상당 부분이 기업 문화와 관련돼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임직원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생산성 향상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 신경영 깃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1993년 신경영을 선언하면서 “마누라와 자식만 빼놓고 다 바꾸자”고 역설했습니다. 그는 200여 명의 삼성전자 핵심 임원들을 프랑크푸르트로 불러 모아 변화를 요구했습니다. 직접 임원들 앞에서 몇 시간씩 혁신의 필요성에 대해 열변을 토했습니다. 호텔에 투숙한 임원들은 낮에 현장 견학과 시장조사를 하기 위해 발품을 팔아야 했고 밤에 모여 활동 결과를 토대로 평가와 반성을 거듭했습니다.

이 회장이 이렇게 그룹을 뒤흔든 것은 임직원들의 의식구조를 바꾸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임직원들의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아무리 조직과 제도를 바꾸고 공정을 개선해도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을 개선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당시 이 회장이 일차적으로 개선하려고 한 것은 품질이었습니다. 신경영을 질 경영으로 불렀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신경영은 근본적으로 생산성에 관한 것입니다. 이 회장의 신경영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낮은 생산성 체제에서 탈피해 글로벌 기업 수준의 높은 생산성 ?셉┠?전환하자는 것입니다. 저가 상품을 대량으로 만들어 파는 것에서 벗어나 질 좋은 고가품을 만들어 수익성을 높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당시 이 회장의 고민은 귀하의 고민과 기본적으로 궤를 같이하는 것이었습니다.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과제는 조직 구성원들의 눈높이를 바꾸는 것입니다. 직원들은 자신의 눈높이만큼 움직입니다. 직원들이 100을 기본으로 생각하면 100에 맞게 움직입니다. 150이 좋긴 하지만 이것을 이루기 위해 땀을 흘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직원은 많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가 150을 요구하면 직원들은 불만스러워 합니다. 이런 불만을 무릅쓰고 150을 향해 나아가려면 강제가 필요합니다. 압박하지 않으려면 직원들의 눈높이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목표가 100이 아니라 200이라고 믿게 해야 ?爛求? 직원들이 여기에 동의한다면 직원들의 업무 방식은 자연스럽게 바뀔 겁니다.

그렇다면 조직원들의 눈높이를 어떻게 바꿔야 할까요. 먼저 보스의 눈높이부터 바꿔야 합니다. 학생들은 선생님의 눈높이를 따라가고 조직원들은 보스의 눈높이를 뒤따릅니다. 부하는 보스가 바라보는 것을 따라 보게 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80점에 만족하는 보스와 95점을 목표로 하는 보스의 조직 운영 방식은 전혀 다릅니다. 직원들의 업무 완성도도 보스의 업무 완성도와 비례합니다. 업무 완성도가 높은 보스는 직원들에게 자기 수준의 업무 완성도를 요구합니다. 조직의 문화나 시스템도 자연스럽게 그런 쪽으로 바꾸어 나갑니다. 이에 따??조직의 성과를 끌어올리고 싶다면 먼저 보스의 눈높이를 바꾸세요. 이 회장이 프랑크푸르트에 이어 일본의 후쿠오카·도쿄, 영국의 런던과 미국의 로스앤젤레스로 계속해 삼성의 임원들을 불러 모은 것도 눈높이를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꿈이 원대한 직원을 뽑아라
삼성의 변화는 이 회장의 눈높이 때문에 시작됐고 강하게 추진됐습니다. 눈높이가 낮았다면 이 회장은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입니다. 따라서 귀하도 먼저 회사 임원과 간부들의 눈높이부터 바꾸도록 노력해 보십시오. 만약 아무리 애써도 눈높이에 변화가 없다면 임원과 간부를 바꾸십시오. 눈높이가 높은 보스를 영입하거나 발탁하십시오.

둘째로 눈높이 조정에 대한 직원들의 이해와 동의가 필요합니다. 눈높이는 높인다고 선언한다고 저절로 높아지는 게 아닙니다. 직원들의 공감대가 이뤄져야 합니다. 아무리 회사가 선언했다고 해도 동의가 안 된 눈높이에 맞춰 일하는 직원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물론 높아진 수준에 맞추도록 강제하면 원하는 수준의 성과를 거둘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직원들을 압박해 거둔 성과는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자발성에 기초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그 성과는 금방 시들해지고 맙니다. 만약 회사가 성과를 지속하기 위해 압박을 계속한다면 직원들은 서서히 수동적 존재로 바뀔 것입니다. 시키는 일만 하는 거죠. 압박을 견디지 못하는 일부 직원들이 조직을 떠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육상 선수가 100m를 11초에 뛰고 있었습니다. 그는 지역의 대표로 출전해 전국체전에서 입상했습니다. 그런데 새 코치가 와서 그에게 더 빨리 뛰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왜 기록을 끌어올려야 하는지 동의가 안 된 상태에서 기록 개선을 위한 연습량과 흘려야 할 땀을 생각하니 내키지 않았습니다. 그가 소극적으로 나오자 코치는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육상 선수를 바꿔 낸 것은 감독이었습니다. 코치와의 갈등을 지켜보던 감독이 어느 날 선수를 불렀습니다.

“다른 선수들의 기록을 봐라. 너처럼 11초에 뛰는 선수는 이제 흔하다. 10초 중반의 실력을 갖춘 선수까지 등장했다. 이 대로 가면 너는 전국체전 입상은 물론 지역 대표 선발도 어렵다. 더구나 요즈음 선수들은 다 국가 대표 선수로 뽑혀 세계 대회에 출전하려고 한다.”

새 감독은 최근 육상 대회의 기록을 보여줬습니다. 다른 지역 선수들을 만나게 했습니다. 선수들의 기록 향상과 관련된 언론 뉴스도 스크랩해 보여줬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이 선수의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스스로 연습량을 늘리고 연습 방식도 바꿨습니다. 조직의 성과는 이렇게 직원들의 눈높이에 달려 있습니다. 직원들의 눈이 어디를 향해 있느냐가 그들의 언행을 결정합니다.

마지막으로 직원을 채용할 때 가급적 목표가 낮거나 꿈이 소박한 사람보다 목표가 높고 꿈이 원대한 사람을 뽑으십시오. ‘적게 벌어 적게 쓰겠다’는 식의 인생관은 그 자체로 존중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과를 추구하는 기업 구성원의 가치관으로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목표가 불분명하거나 꿈이 작은 직원은 일반적으로 성취 지향성이 떨어집니다. 이런 직원들로 구성된 조직은 아무리 뛰어난 보스라고 하더라도 생산성을 끌어올리기가 어렵습니다. 근본적으로 눈높이가 낮은 직원을 데리고 일하는 것만큼 힘든 일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