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크지만 산업화 아직 안 돼…AJ렌터카·SK엔카 등 ‘주목’

이번 주 화제의 리포트는 KTB투자증권 오진원·최종경 애널리스트가 펴낸 ‘중고차 산업-미개척된 30조 원대 시장이 펼쳐진다’를 선정했다. 오 애널리스트 등은 중고차 시장이 신차 시장보다 훨씬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산업화’가 이뤄지면서 수혜주가 탄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화제의 리포트] 신차보다 잘나가는 중고차 시장
소위 ‘레몬 마켓’이라고 불리던 중고차 시장의 성장성에 주목할 때다. 2010년 이후 신차는 여전히 연간 150만 대의 신규 등록 대수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중고차 거래 대수는 2013년 338만 대로, 신차 대비 2.2배에 달하는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중고차 거래 관련 기업들의 성과 역시 부각되고 있다. 차량 직매 및 온라인 사이트를 운영하는 SK엔카는 지난 3년간 매출 성장률 26.8%, 3곳의 경매장을 운영 중인 현대글로비스는 같은 기간 매출 성장률 28.3%를 기록했다.

이미 신차 대비 3~4배 규모로 성장한 유럽·미국 등 선진 중고차 시장 사례에 비춰보면 여전히 한국 시장의 성장 여력은 충분해 보인다. 특히 수입차의 증가로 중고차 거래 평균 단가의 추세적 상승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수익성이 좋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경기 부진에 따라 중고차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차량의 내구성이 점점 좋아지면서 신차를 보다 더 오래 타게 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굳이 해외 사례를 비교하지 않더라도 국내 중고차 시장의 성장성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성장성이 높더라도 기업 간의 경쟁이 치열하면 관련 기업의 주가 상승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중고차 시장은 아직 ‘산업화’ 자체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B2C 딜러 중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는 SK엔카조차 시장점유율이 1%에 불과할 정도다. 또 선진 자동차 시장에서는 중고차 매매의 한 축을 이룬 경매시장도 제대로 성립되지 않았다. 현재 경매시장은 현대글로비스의 오토옥션, AJ그룹 계열의 서울자동차경매장이 이끌고 있다. 하지만 경매를 통해 이뤄지는 자동차 거래는 전체 중고차 거래량의 2%에 불과한 상황이다.


가장 큰 기업도 시장점유율 1% 불과
물론 현재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빠르고 적극적으로 침투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중고차 업종은 일종의 자영업 업종으로, 단기적으로 대기업의 진출을 제한하는 중소기업 적합 업종 지정 관련 이슈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중고차 시장 역시 재편될 수밖에 없다. 이유는 세 가지다. 하나는 대기업이 성장해 중고차 시장이 산업화되면 최종 소비자의 효용(가격 정보 비대칭성 제거)이 개선될 수 있다. 또 일본 중고차 업계와 같이 중고차 수출 등이 가속화되면 각 기업의 규모가 대형화될 수밖에 없다. 또한 정부로서도 중고차 거래의 투명성이 높아지면 지하경제의 양성화, 즉 세수를 쉽게 늘릴 수 있다.

그러면 결국 누가 중고차 시장 성장의 과실을 누릴 수 있느냐의 판단이 중요할 것이다. 국내 중고차 시장 규모는 이미 30조 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이미 대규모 시장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고차 시장은 아직 ‘산업’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가격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이다. 즉 중고차 가격의 산정 기준이 아직 제대로 된 게 없다는 의미다.

해외 사례를 보면 결국 가격 정보의 비대칭성이 제거되면서 시장의 산업화가 진행됐다. 일본은 경매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중고차 산업이 완성됐다. 호주는 카세일즈닷컴과 같은 온라인 중고차 시장이 성장하면서 산업화가 이뤄졌다.

한국은 중고차 매매 단지라고 일컫는 독특한 상사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는 4000개에 달하는 중고차 상사법인, 3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중고차 매매 딜러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다. 주목할 점은 중고차의 공급자로 생각할 수 있는 경매장이 오히려 일반 중고차 딜러에게 경쟁자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는 측면이다. 즉 대규모 매매 단지가 전국적으로 자리 잡은 국내 시장 속성상 경매장은 급성장하기 힘들어 보인다.

그래서 현재 상황에서는 안정적인 조달과 자체 경매장 확보 등이 가능한 일부 업체에 주가 상승의 기회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경매장업은 출품 물량의 안정적 확보가 핵심이다. 즉 AJ렌터카와 같은 캡티브 마켓(내부의 자체 수요에 따라 이뤄진 시장) 물량 확보와 AJ셀카 같은 매입 전문 업체 설립을 통한 밸류 체인 확보가 중고차 비즈니스의 핵심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AJ렌터카는 장·단기 렌터카와 차량 관리, 중고차 매매와 자동차 금융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자동차 렌털 전문 기업이다. AJ렌터카의 주목할 만한 성장 전략과 방향은 중고차 매매 사업을 꼽을 수 있다. AJ렌터카는 장기 렌트 계약이 만료된 차량을 중고차로 매각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연결 종속자회사인 AJ셀카가 일반 소비자들의 중고차를 매입하고 AJ 계열이 보유 중인 서울자동차경매장에서 중고차 매매가 이뤄지는 등 중고차에 관련된 수직 계열화를 완성했다. 2014년 현재에도 상위에 있는 렌터카 시장의 점유율은 더 강화될 전망이며 2013년 4분기부터 매출이 본격화된 AJ셀카의 외형 성장과 흑자 전환으로 실적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SK엔카도 주목할 만하다. SK엔카는 대기업 계열사라는 점에서 브랜드 파워와 자본력을 가지고 있어 중고차 조달에 상대적 강점을 갖고 있다. 또 자체 경매장 역시 보유하고 있는 한편 국내 최대 온라인 중고차 광고 사이트 역시 보유하고 있어 중고차 시장 밸류 체인 성장을 모두 향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화제의 리포트] 신차보다 잘나가는 중고차 시장
다만 공격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엔카온라인 사업부는 카세일즈닷컴과 합작회사로 설립돼 성과를 나눠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이는 바꿔 말하면 해외 동반 진출이 가능하고 운영 노하우를 공유하며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는 장점도 된다. 12개월 예상 실적 기준 엔카사업부의 영업 가치는 1조 원대로 추정된다.


안정적 수입원 갖춘 곳 찾아야
도이치모터스는 수입차와 관련된 모든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도이치모터스는 주력 사업인 BMW와 MINI 신차 판매와 함께 중고차·애프터서비스(AS) 부문이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고차 부문의 전시장 확대와 애프터서비스 부문의 종합 서비스센터 신축을 진행 중이다.

또 기존의 자동차 금융 알선 자회사 도이치알페라파이낸셜서비스(DAFS) 사업 영역을 확대해 2013년 6월 금융 자회사 도이치파이낸셜을 설립했다. 앞으로 중고차 및 부품 판매의 온라인 시장 성장에 대비해 전문 자회사 지카(G-CAR)를 설립하고 자동차 해체 재활용 및 중고 부품 사업까지 진출해 중고차·온라인·애프터서비스 사업부와 사업 연계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다나와는 가격 비교 정보 제공 전문 전자 상거래 포털이다. PC 등 정보기술(IT) 제품에 특화된 브랜드 파워와 충성 고객층을 확보해 경쟁력이 우수하다. 이 같은 가격 비교 정보 제공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중고차 쇼핑몰 상위 6개 사업자들을 제휴사로 등록, 중고차 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다나와 중고차 서비스를 개시했다. 또 리스·렌털·할부·보험·용품·애프터서비스 등 자동차 관련 전 산업에 걸친 제휴 고객사의 가격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팽창될 것으로 예상되는 중고차 시장 성장과 관련된 온라인 부문을 모두 갖춰 발 빠르게 대비한 점이 눈에 띈다.


정리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