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제품 클라우드 내놓고 출사표…‘처음처럼’ 성공 신화 재현 가능성 촉각

“부드러운 거품과 호프(맥주 향을 내는 식물)에서 오는 향이 좋다. 체코 대표 맥주인 필스너우르겔과 일본의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가 떠오른다.”(A사 맥주 연구원 김모 씨)

“맥스나 오비 맥주보다 살짝 더 진한 느낌이다. 무엇보다 좋은 향과 거품이 식감을 자극한다.”(이태원동 B 하우스맥주 업체 D 사장)

“거품이 굉장히 부드럽고 목 넘김도 가스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다. 그러나 싱겁다는 게 단점.”(C주류업체 이모 사장)

“병 디자인이 예쁘게 잘 빠졌다. 맛은 글쎄.”(D주류업체 최모 사장)

“거품은 하이트나 카스보다 풍부한 듯하지만 맛은 맥스 정도.”(E 맥주 동호회 회원 김모 씨)

“부드럽고 거품이 많은 것 같은데 맛은 밍밍. 기존 국내 맥주랑 큰 차이를 못 느끼겠다.”(F 맥주 동호회 회원 서모 씨)
롯데맥주 클라우드 출시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20140423
롯데맥주 클라우드 출시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20140423
카스·하이트에 이은 국내 제3의 라거 맥주(하면발효맥주) ‘클라우드(Kloud)’의 시음기다. 지난 4월 22일 출시된 롯데주류(롯데칠성음료 주류사업부문)의 첫 맥주 ‘클라우드’가 소비자에게 처음으로 모습을 보인 이후 롯데마트와 세븐일레븐 편의점 일부 점포에 깔리기 시작하자 소비자들의 다양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맛의 평가는 저마다 평이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부드러운 거품과 감미로운 향’이다.

“물 타지 않았다.” 이번 클라우드 맥주의 광고 카피다. 롯데주류는 맥주 발효 후 원액에 물을 섞지 않고 발효액 그대로 맥주를 만드는 ‘오리지널 그래비티’ 공법을 사용했다. 정통 독일식 맥주 제조 스타일로 알코올 도수는 5도, 맥아 함량은 100%다. 여타 국내 맥주와 다른 새로운 공정 방법이다. 롯데만의 차별화된 무기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그간의 소비자 결과에서 나타난 기존 국내 맥주의 맛에 대한 불만족과 다양화된 소비자의 맥주에 대한 기호, 부드러운 거품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한 결과 오리지널 그래비티 공법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세월호 사고 여파로 마케팅 올스톱
주류 업계의 한 전문가는 “롯데는 맥주 시장의 후발 주자인 만큼 기존 제품과 다른 전략이 절실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클라우드를 맛본 A사 맥주 연구원 김모 씨는 “클라우드에 사용되는 공법은 체코와 독일 등의 맥주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에서 주로 사용되는 방법으로, 한국의 다른 맥주를 만들 때와 다른 방식”이라며 “롯데가 제시한 차별성이 다른 맥주에 길들여져 있는 소비자들의 입맛에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역시 롯데가 국내 맥주 시장 판도를 어떻게 바꿀지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에서 롯데의 맥주 사업에 대해 갖는 기대의 이면에는 롯데의 ‘유통 파워’가 있다. 롯데의 유통력을 등에 업은 롯데주류가 동종 업체들에 비해 유리한 조건에서 출발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미 롯데주류의 소주 브랜드인 ‘처음처럼’에서도 그 위력은 증명됐다. 롯데주류가 2009년 두산그룹의 주류BG를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뛰어든 소주 사업 브랜드인 ‘처음처럼’이 2006년 론칭 때보다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던 데에는 마케팅뿐만 아니라 롯데의 유통력이 일조했다고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막강한 유통력에 더해 제품 모델로 나선 ‘이효리 효과’가 합쳐지면서 점유율이 4% 포인트 정도 급등했다.

김민정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롯데주류의 유통이나 마케팅 전략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여 제품의 질적인 면이 소비자를 얼마나 만족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세월호 침몰 사고로 롯데주류는 모든 마케팅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이번에는 배우 전지현을 클라우드 광고 모델로 채택하는 등 화려한 마케팅을 준비했지만 모두 보류됐다.


출고가, 국산과 수입 맥주 ‘사이’
롯데주류 관계자는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당분간 눈에 띄는 마케팅 활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욕과 달리 순탄치 않은 시작 때문일까. 클라우드가 큰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 맥주 시장은 양분화돼 있는 데다 그 구조가 공고해 롯데가 쉽게 뚫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또한 타사 맥주에 비해 200원 정도 비싼 가격이 소비자들에게 어느 정도 수용될지도 롯데 맥주 흥행에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클라우드 355ml 캔맥주 제품의 개당 가격은 대형 마트 기준 1490원으로 카스(1280원), OB라거(1290원) 등 경쟁사 제품에 비해 200원 정도 비싸다. 반면 수입 맥주의 평균 가격보다는 약 500원 저렴하다. 출고가를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의 중간선상에 놓은 클라우드의 차별화 전략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 주류 업체 임원은 “제조 효율성이 낮은 비가수 공법 때문에 가격을 높게 책정한 것일 수 있다”며 “맛을 균일하게 내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생산 단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주류 업체 마케팅 관계자는 “마케팅 차원에서 비싼 가격에 책정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하지만 프리미엄을 내세우는 클라우드가 과연 제값을 하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며 “시음한 몇몇의 맥주 전문가들은 신선하다는 좋은 반응이지만 일반인들은 ‘맛의 차이를 별로 느끼지 못하겠다, 오히려 더 독해진 것 같다’고 말하는데, 시중의 일반 맥주와 차이점을 느껴야 할 소비자들이 맛의 차이를 못 느끼고 있다는 것은 프리미엄 맥주로서 특별한 점이 없다는 얘기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작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그냥 맥주’라는 이미지가 심어질지 모르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간단하지 않은 상황은 또 있다. 클라우드의 생산능력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은 2.5%에 그친다. 2017년 공장을 증설한다고 하더라도 20%대다. 60%대에 육박하는 오비에 비해 미미한 수치다. 롯데주류가 클라우드의 주요 타깃 시장으로 ‘가정’을 꼽고 있는 이유도 생산량이 미미한 상황에서 유흥 시장을 공략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 주류 업체 관계자는 “아무래도 롯데주류의 파괴력은 제한적이지 않겠느냐”며 “롯데의 등장으로 맥주 시장이 커진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실제로 시장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고 우려하지는 않는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클라우드가 맥주를 론칭하기 위해 굉장히 많이 노력한 것으로 알지만 한 번 길들여진 소비자들의 맥주 입맛은 한순간에 바뀌지 않는다”며 “모니터링 하면서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맥주의 매력은 다양한 스타일과 풍성한 맛이다. 주류 업체 3사의 맥주 전쟁에 고를 맥주가 많아지면서 소비자들의 입은 즐겁기만 하다.



돋보기
‘황제주’ 롯데칠성, 기대감 속 연중 최고가

‘황제주’로 통하는 롯데칠성음료 주가가 3일 연속 강세를 보이며 160만 원대를 회복했다. 장중 한때 165만5000원까지 상승하며 연중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이달 들어서만 10% 정도 오른 상태다. 롯데칠성음료 주가가 160만 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 2월 4일 이후 두 달 반 만이다. 주가를 끌어올린 요인은 롯데칠성음료의 음료수 가격 인상에 따른 실적 확대와 신사업인 맥주 사업이 위기가 아닌 ‘기회’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해졌기 때문이다.

롯데칠성음료의 첫 맥주인 ‘클라우드’가 출시된 4월 22일 롯데칠성음료 주가는 전일보다 0.56% 오른 160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4월 18일과 21일 전일 대비 각각 4.56%, 2.50% 오른 이후 3거래일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월 음료 가격이 전체적으로 평균 4~5% 인상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재료비 등에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라면 이에 따른 영업이익 증가 효과는 연간 약 15~20%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민경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롯데칠성음료의 올 1분기 실적이 호조를 보일 것”이라며 목표 주가를 200만 원에서 220만 원으로 10% 올려 잡았다.

맥주 사업은 리스크 요인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로 인식되고 있다. 이경주 애널리스트는 “최근 시음 행사로 제품력에 대한 의구심이 축소된 데다 마케팅 투자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며 “맥주 사업의 영업 적자를 고려하더라도 예상 주가수익률이 올해 19.9배, 내년 16.9배로 지난 4년 동안의 평균 23배보다 낮아 주가 상승의 여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