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정부 전체의 평균 R&D 지출이 8% 증가한 데 비해 산업 생산기술
R&D 지출은 63%라는 놀라운 증가율을 보였다.


한국에서는 한동안 서비스 중심의 선진국형 경제구조로 변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제조업은 현재도 여전히 한국의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있고 앞으로도 외화 획득과 협소한 내수 시장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제조업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최근에는 미국을 비롯해 독일·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조차 제조업의 역할을 재조명하고 이의 부활에 힘을 쏟고 있어 더욱 그렇다.

제조업 부활의 글로벌 트렌드는 연구·개발(R&D) 투자로 살펴볼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전체적으로 2007년까지 약 6.8% 수준에 머물렀던 기업 R&D 지출에서 차지하는 정부 비중이 2008년부터 증가세를 보이면서 2012년에는 8.6%에 달했다. 정부 R&D 예산은 R&D 분야 중에서도 특히 제품 및 제조 공정과 관련된 산업 생산기술 R&D가 타 부문보다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미국·일본·독일을 대상으로 글로벌 금융 위기 전후 약 4년 동안의 연평균 R&D 지출액을 살펴보면, 정부 전체 R&D 증가율(국방 부문 예산 제외)보다 산업 생산기술 R&D 증가율이 월등히 높다. 그중에서도 미국은 정부 전체의 평균 R&D가 8% 증가한 데에 비해 산업 생산기술 R&D는 63%라는 놀라운 증가율을 보였다.

선진국들이 제조 R&D를 강화하는 배경으로 몇 가지를 들 수 있다. 무엇보다 중국 등 선진 개도국의 과학기술 경쟁력 강화로 선진국들이 제조 리더십 약화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현상 인식이다. 1997년 이후 전 세계 첨단 제품의 수출 점유율 추이를 살펴보면, 일본은 지속 감소, 미국은 감소 후 정체, 독일은 현상 유지를 보였지만 중국은 1997년 8%에서 2010년 24%로 급증했다. 또 다른 배경으로 무선 인터넷 등 정보기술(IT) 네트워크화 진전과 3D 프린터 등 3차원 기술을 활용한 제품 및 공정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신소재·로봇·무선통신·사물인터넷·빅데이터 등 다양한 이름의 IT가 제조 혁신을 주도할 기술로 등장하고 있다. 끝으로 단품에 그쳤던 제품이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가 결합된 고부가 융합 제품으로의 변화를 배경으로 들 수 있다.

제조업 부활에 앞장서고 있는 미국은 R&D 투자 강화를 담은 ‘미국 경쟁력 강화 재승인법’에 첨단 제조 방식 R&D에 관한 전략 수립을 규정하고 있다. 첨단 제조 방식은 기존 제조업을 재생하거나 새로운 첨단 기술을 활용한 신제품을 개발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독일은 차세대 제조 생산 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하는 인더스트리 4.0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아베노믹스의 일환으로 지난해 수립한 ‘일본 산업 재흥 플랜’을 기반으로 ‘과학기술 혁신 추진’을 하나의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현재 범정부 차원의 과학기술 및 혁신 정책을 기획하고 예산을 책정하는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기술 우위의 제조업 부활을 목적으로 한 신규 R&D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주요국의 제조 기술 선진화 추세에 대응해 한국도 범부처 대응의 ‘제조업 업그레이드 전략’이 요청된다. 글로벌 제조 리더십을 유지하고 차세대 제조 시스템의 확보를 목표로 범국가 차원의 R&D 정책을 수립해 양적 성장과 질적 고도화를 지향해야 한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1961년생. 1987년 중앙대 대학원 경영학과 졸업(석사). 2002년 중앙대 경영학 박사과정 수료. 1989년 현대경제 연구원 수석연구원(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