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통신] ‘실리콘밸리 신화’ 새 주인공 된 와츠앱

창업 5년도 안 된 스마트폰 메시징 서비스…페이스북이 190억 달러에 인수

김연아 선수의 피겨 스케이팅 만큼 실리콘밸리에서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뉴스가 있다. 페이스북이 190억 달러(20조 원)에 와츠앱을 인수한다는 소식이다.

한국에서 카카오톡이 국민적인 통신 수단인 것처럼 일본에서는 한국 NHN의 라인이, 중국에서는 텐센트가 개발·운영하는 위챗이, 글로벌 마켓에서는 와츠앱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2012년 12월 발표된 전 세계 스마트폰 메시징 애플리케이션 이용 상황을 보면 한국에선 카카오톡이 88%를 점유하고 있고 일본에선 라인이 44%로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반면 북미에서는 페이스북 메신저가 11%를 차지하고 있고 그 뒤를 와츠앱이 7%로 잇고 있다. 유럽은 거의 모든 국가에서 와츠앱이 압도적인 지지를 보이고 있다.


유럽·남미서 강세…수익 모델은 취약
2013년 중반 모바일 데이터 모니터링 업체 오나보 집계에 따르면 와츠앱은 유럽과 남미, 아시아의 일부 국가에서 90% 넘는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와츠앱은 2009년 야후에 다니던 브라이언 액톤과 잔 코움에 의해 실리콘밸리의 심장부인 마운틴 뷰에서 시작됐다.

2009년 1월 7개월밖에 되지 않은 애플의 앱스토어를 본 잔 코움은 새로운 세계가 왔다는 것을 감지했고 영어로 ‘안녕’이라는 뜻을 의미하는 와츠업과 비슷한 와츠앱이라는 이름을 지어 자신의 생일인 2009년 2월 24일 회사를 설립했다. 그리고 2011년 초반에 와츠앱은 미국의 앱스토어에서 톱 20위 안에 들게 된다.

세코이아라고 하는 굴지의 벤처캐피털로부터 2번의 투자도 받았다. 첫째는 800만 달러, 둘째는 15억 달러의 가치에 50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페이스북에 팔기 한 달 전의 일이다.

페이스북은 와츠앱을 인수하면서 총 190억 달러를 지불하기로 했다. 그중 40억 달러는 캐시로 지불하고 나머지는 페이스북의 지분으로 120억 달러어치를 지불할 예정이다. 잔 코움은 페이스북의 이사회 멤버로 들어가게 되며 와츠앱은 인스타그램처럼 페이스북과 별개의 독립적인 회사로 계속 서비스를 지속하게 된다.

190억 달러라는 금액은 정말 천문학적인 액수다. 실리콘밸리의 밴처캐피털이 지금까지 투자한 회사의 투자 회수(EXIT) 금액 중에서 가장 큰 금액으로 알려진다.

코움이 회사의 약 45%, 액톤이 약 2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 두 사람의 정확한 이익은 알 수 없지만 엄청난 부를 축적한 것은 틀림없다.

만약 이 딜이 법적인 문제로 성사되지 않는다면 페이스북은 10억 달러와 또 다른 10억 달러의 페이스북 지분을 벌금으로 와츠앱에 내야 한다.

딜이 일어난 후 한동안 와츠앱 서비스가 다운되는 현상을 겪으면서 많은 유저가 실망하고 라인 등으로 갈아탔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지만 사실은 확인된 바 없다. 한편에서는 일본의 소프트뱅크에서 네이버의 라인 메신저 서비스 부문의 지분을 취득하려고 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네이버의 주가는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와츠앱 이후 전 세계적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는 메시징 서비스는 라인이기 때문에 글로벌 마켓의 강자로 떠오른 소프트뱅크에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된다.

카카오·위챗·라인의 공통점은 ▷각각 다른 나라에서 매우 강한 메시징 서비스 ▷모바일 게임을 통해 강력한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고 ▷스티커 판매를 통해 부수적인 수익을 거두고 있고 ▷세 메시징 서비스의 기반이 아시아의 3강(한국·일본·중국)이라는 것이다.

반면 와츠앱은 유럽·미국·남미에서 강하며 아시아에서처럼 게임 서비스로 강력한 매출을 일으키지는 못한다. 당장 매출에 대한 부담이 없다면 앞으로도 계속 매출보다 더 많은 유저를 확보하는 데 힘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정 시점이 됐을 때 유료화 전략이 서구의 모바일 게임 분야에서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는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직한 객원기자·전 갈라넷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