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없이는 경험·지식 축적은 불가능

[신현만의 CEO 코칭] 스타 경영이 기업 성장을 좀먹는다
Q 저는 유통회사를 경영하고 있습니다. 사업의 특성상 머천다이저(MD)가 사내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지속적으로 유능한 MD를 육성하고 영입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 결과 우리 회사엔 뛰어난 성과를 자랑하는 MD들이 많습니다. 임직원들은 회사가 빠르게 성장한 것이 이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매출이 MD에 따라 크게 달라지면서 성과를 많이 내는 MD 위주로 조직이 운영되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회사가 전략적으로 스타 MD 육성과 영입에 주력하면서 직원들 사이에 위화감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성과가 좋긴 하지만 스타 MD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현실이 부담스럽습니다. 영업 위축을 감수하더라도 스타 MD 중심의 경영전략을 수정해야 할까요.

A 톰 피터스라는 경영 컨설턴트가 있습니다.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맥킨지 등에서 일했던 그는 ‘초우량 기업의 조건’, ‘미래를 경영하라’ 등의 많은 베스트셀러를 냈습니다. 그는 종종 강연회에서 ‘경영학의 그루’라고 평가받는 피터 드러커를 이렇게 공격하곤 했습니다.


스타가 떠나면 남는 것이 없다
“시스템이나 전략, 계획보다 사람과 열정이 초우량 기업을 만듭니다. 기업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고 기업의 생명력은 창조성과 상상력입니다. 피터 드러커는 시스템이 좋다면 경영이 다 잘될 것이라고 하지만 어떤 시스템이든 시간이 지나면 관료적으로 바뀝니다. 나는 행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초우량 기업이 되려면 혁신이 필요한데, 혁신이 성공하려면 회사에 에너지가 넘치는, 열정 있는 사람이 많아야 합니다.”

톰 피터스가 공공연하게 비판할 정도로 피터 드러커는 경영에서 시스템의 중요성을 역설했습니다. 그는 시스템 경영을 강조하기 위해 인재 중심 경영의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그는 ‘성과를 향한 도전’이라는 자신의 저서에서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조직은 우수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성과를 올리는 것이 아니다. 조직은 조직의 수준·습관·기풍 등을 통해 자기 계발의 동기를 부여하기 때문에 우수한 인재를 갖게 된다.”

‘시스템이 먼저냐, 사람이 먼저냐’는 경영학계를 넘어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자주 벌어지는 논란입니다. 그만큼 기업에서 일상적으로 많이 부닥치는 일입니다. 또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매우 중요한 의사결정이기도 합니다.

귀하의 회사에서도 이 문제가 중요한 현안으로 등장한 것 같습니다. 사업의 특성상 MD가 회사 매출의 상당 부분을 좌우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는 자연스럽게 유능한 MD 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해 왔을 겁니다. 이 과정에서 소외된 직원들의 불만이 쌓였을 것이고 조직에 불안이 잉태됐을 겁니다. 그렇다고 MD를 중시하지 않으면 MD의 업무 의욕이 꺾여 성과가 부진해질 수 있습니다. 이것이 심화되면 유능한 MD들이 조직을 떠나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죠.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귀하로서는 고민이 클 것 같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스타 MD’ 중심의 조직 운영 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특정 직원 몇몇에 의존하는 사업은 절대 지속 성장할 수 없습니다. 그들에 의해 나타나는 성과는 그들이 떠나면 함께 사라지고 맙니다. 스타 중심의 경영은 그래서 다음과 같은 몇몇 경우에서만 의미를 갖게 됩니다. 하나는 초기 조직입니다. 조직 브랜드가 약할 때 기업은 개인 브랜드에 의존하게 됩니다. 명망 있는 최고경영자(CEO)나 직원을 영입해 조직력과 브랜드가 갖춰질 때까지 그들의 역량에 기대는 것입니다.

둘째는 조직이 커지면서 관료 문화의 뿌리가 깊어져 변화가 필요할 때입니다. 시스템이 너무 꽉 짜여 개인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제약 받게 되면 직원들은 매너리즘에 빠지게 됩니다. 직원의 성장을 촉진하고 성과를 견인하도록 설계된 시스템이 오히려 직원들을 묶어 놓고 의욕을 꺾는 일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이때 환경 변화에 맞게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데, 이게 그리 쉽지 않습니다. 익숙한 업무 시스템과 조직 운영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직원들에게 혁명 만큼이나 큰 충격입니다. 변화를 모색하기 위해 제한적 범위 안에서 스타 중심의 경영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다음 그 결과를 토대로 시스템을 바꿔 나가는 것입니다.

이들 두 경우가 아니라면 스타 경영은 대개 조직의 성장과 발전을 방해합니다. 스타 경영의 가장 큰 폐해는 직원들 사이에 위화감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위화감이 심해지면 직원들은 업무 의욕을 잃게 됩니다. 아무리 능력과 성과에 따라 보상하고 기회를 준다고 하더라도 직원 모두가 이 원칙에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능력이나 성과도 상대적 요소가 들어 있어 평가에는 언제나 이견이 붙어 다닙니다. 특히 스타가 될 기회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스타가 되지 못한 직원들은 좌절하고 경영진과 조직 운영 방식에 불만을 갖게 됩니다.

또 다른 문제는 회사에 경험과 지식이 축적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회사가 성장 발전하려면 경험과 지식이 회사에 쌓여야 합니다. 그러나 스타 경영은 그 경험과 지식의 대부분이 스타 개인에게 귀속됩니다. 조직에 남는 것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스타가 떠나면 조직은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 합니다.


모두를 위한, 모두에 의한 시스템 경영
마지막으로 스타 경영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문화를 기업 문화로 만들기 어렵게 합니다. 스타 경영은 기본적으로 성과 지향적 경영입니다. 경영의 최우선 순위를 성과에 두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가 직원들에게 지키도록 한 원칙이 종종 흔들리는 경우가 생깁니다. 스타를 우대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스타 개인에게 상당한 자율과 권한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회사의 각종 제도와 맞지 않고 기준에서 조금 벗어나더라도 스타의 활약에 필요하다면 수용합니다. 성과를 위해서라면 원칙이 훼손되더라도 스타에겐 예외를 인정해 주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조직 운영은 다른 직원들에게는 불합리한 것입니다. 일반 직원들은 자신들의 언행은 ‘불륜’처럼 다루면서도 스타 직원의 언행은 ‘로망스’로 간주해 관대하게 처리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회사의 제도와 기준은 편파적이고 편향적이며 회사에 원칙이 없는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것입니다. 따라서 조직이 성장해 일정한 규모에 이르게 되면 스타 경영에서 벗어나 시스템 경영으로 경영 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제도를 갖추고 기준을 명료하게 만들어 사람에 따라 원칙과 기준의 적용이 달라지는 것을 없애야 합니다. 자의적 판단이나 평가가 아닌 시스템적 평가가 정착되도록 조직 운영 방식과 회사 문화를 바꿔야 합니다.

시스템 경영과 관련해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점은 조직에 시스템을 만들고 적용하기 전에 직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라는 것입니다. 필요한 교육도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합니다.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고 속도가 더디더라도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된 뒤 시스템을 가동하는 게 좋습니다. 이렇게 이해와 설득 과정을 거치면서 단계적으로 진행하면 직원들은 머지않아 시스템이 혼란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인다는 깨닫게 될 것입니다.

덧붙이고 싶은 것은 귀하 회사가 구축하는 시스템이 스타 MD 탄생을 막는 게 아니라 오히려 권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도록 하라는 겁니다. 누구나 스타 MD가 될 수 있도록 그리고 실제로 많은 스타 MD가 탄생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작동해야 합니다. 시스템 경영은 스타 직원 몇몇에 기대 회사가 성장 발전하는 게 아니라 직원 모두에 의해, 직원들이 함께 만들어 내는 조직력에 의해 회사가 커지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