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주방 등 공유…고령화 따른 빈집·관계 단절 해법으로 부상

열도에 셰어 하우스가 붐이다. 한 지붕 아래 모인 여러 개인의 집합건물(collective house)을 뜻한다. 침실은 각자 전용 공간으로 갖되 거실·주방·화장실 등은 공유하는 게 일반적이다. 공용 공간이 빠지니 개인으로서는 전용 공간이 넓어져 좋다. 인기 비결은 역시 커뮤니티 기능 특화다. 구성원들의 눈높이와 특색·관심에 맞춰 공간을 배치해 인기다. 인연의 재구성을 위해서다. 인구 밀집의 도심은 물론 부동산 찬바람이 여전한 지방 도시에서도 유망 사업으로 등장했다.

포인트는 시대 변화에 맞춘 아이디어다. 부동산의 질적인 사용 인식을 바꿔 만족도를 높이려는 차원이다. TV도쿄는 특집 방송에서 셰어 하우스를 “빈집, 유휴 부동산, 지역 부활의 난제를 해결할 유력 대안”으로 정리했다. 시장도 급성장세다. 단독주택의 3~4개 방을 단순하게 임대하는 경우부터 50~100여 개의 룸을 특정 기획으로 공유한 목적 물건까지 덩치도 다양하다. 일부 물건은 입주 경쟁률이 두 자릿수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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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상가 재활용…지역 경제 부활 효과도
무엇보다 빈집 대책에 우호적이다. 요즘 일본에선 빈집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전국에 756만 채의 빈집이 산재해 있는데, 이는 전체 주택의 13%에 달하는 수치다(2008년). 단독주택이 절대 다수인 상황에서 집주인의 고령화가 심화된 결과다. 이사·사망 후 방치되면 도시 흉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이웃으로선 관리 부재에 따른 화재 염려가 일상적이다.

이를 셰어 하우스로 엮어내 재활용하자는 게 최근 눈에 띄는 조류다. 빈집이 임대 물건으로 활용되는 데다 개인·동네에 만연한 관계 단절의 폐색 추세를 막을 수도 있다. 늘어나는 기업의 유휴 부동산도 동일 맥락에서 활용도가 높다. 교통 접근성이 좋은 물건이 많아 아이디어에 따라 얼마든지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어 매력적이다. 이를 사업 모델로 내건 벤처기업도 등장했다.

가령 요코하마에 있는 ‘할머니 컨시어지’가 대표적이다. 홀로 살던 집주인 할머니가 입주자를 모아 마치 하숙처럼 청소·세탁·식사 등 가사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형태다. 오픈은 신축·중개 전문의 토착 부동산 업체가 제안해 이뤄졌다. 셰어 하우스가 업황 침체를 극복할 알짜 기획이 될 수 있다고 봐서다. 특히 단순한 공간 임대가 아니라 거주 멤버의 질적인 교감 욕구에 주목했다. 집주인으로서는 노후 소득과 인연 확보에 긍정적이다. 월 6만5000엔의 임차료에 가사 서비스 8800엔은 별도다. 특히 가사 서비스는 시세의 30%로 저렴하다. 취미 공유의 셰어 하우스도 뚜렷한 최근 경향이다. 도쿄의 ‘골퍼스 레지던스’를 보자. 골프연습장을 비롯해 정원벙커·시뮬레이션 룸 등을 건물 곳곳에 갖췄다. 입주 자격은 골프 애호가에 한정해 멤버 간의 취미 만족도를 강화했다. 취미가 같으니 대화를 나눌 여지는 자연스레 늘어난다.

지역을 부활시키려는 셰어 하우스도 관심 집중이다. 전통적인 목조 상가 건물을 매년 900채 넘게 해체하는 교토는 만화가를 육성하는 셰어 하우스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예비 입주자의 만화 원고를 사전에 받아 심사한 후 합격하면 들어오도록 했다. 지역 기반의 민간 비영리단체(NPO)가 출판사와 연대해 젊은 만화가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로 현재 110명이 입주했다. 만화가라는 동일 목적을 지닌 후보자들이 모여드니 기대 효과가 크다. 전통 건물이 재활용되기에 지자체 지원은 적극적이다. 광열비를 포함해 월 4만6000엔부터로 꽤 저렴한 편이다. 청년 유입이 동네 활기를 고무한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기획 확대에 무게가 실린다. 이를 벤치마킹해 지역 상권의 부활 작업에 셰어 하우스를 결부하려는 움직임도 확산 추세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