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F. 케네디의 위대한 협상
[Book] ‘존 F. 케네디의 위대한 협상’ 냉전을 뛰어넘은 소통의 힘

제프리 삭스 지음│이종인 옮김│21세기북스│352쪽│2만2000원

1961년 1월 20일, 미국 역사상 가장 젊은 대통령이 탄생했다. ‘어리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법한 44세의 나이에 세계 초강대국 미국을 이끌게 된 이는 존 F. 케네디였다. 할리우드 배우 뺨치는 외모에 다이내믹하고 젊은 이미지의 대통령. 하지만 재임 1036일 만인 1963년 11월 22일리 하비 오스왈드가 쏜 총에 암살당하며 드라마틱한 생을 마감했다.

요절은 때로 전설을 만들어 낸다. 인생의 정점에서 급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이들에게 오히려 대중은 열광한다. 케네디 역시 그랬다. 파편화된 이미지 속에 드러난 케네디는 젊고 유능하며 섹시하기까지 한, 여기에 음모론까지 더해지며 대중 정치인의 상징이 된 지 오래다. 반면 그러한 이미지 뒤에 가려진 대통령 케네디의 실체를 적시하는 자료는 많지 않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특별자문관이자 세계적 경제 석학인 제프리 삭스가 펴낸 이 책은 케네디의 리더십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철저하게 분석한다. 1962년 10월부터 역사적인 반핵실험 조약이 성사된 1963년 9월까지 케네디가 보여준 공산 진영과의 대화 노력 그리고 미국 내 강경파를 설득하는 과정 등 외교적 행적에 초점을 맞췄다.

불과 마흔여섯 살에 세상을 떠났지만 케네디 역시 1917년에 태어난 ‘냉전 시대의 전사(Cold Waarrior)’이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는 취임 직후부터 세계 평화를 지키기 위한 행보로 공산권, 즉 소련과의 대화를 시도했다. 케네디는 방어를 위한 무기 경쟁이 결국 더 큰 위기를 불러온다고 확신했다. 양국 간 적개심을 해소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며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 이유다.

케네디가 꿈꾼 평화의 길은 끊임없는 소통과 설득의 과정이었다. 가장 먼저 상대방인 소련에 대화의 손짓을 건네야 했다. 당시 소련의 서기장이었던 니키타 흐루쇼프 역시 케네디의 의견에 동의했다. 1963년 8월 5일, 세계 외교사의 중요한 사건 중 하나인 ‘부분적 핵실험 금지 조약’이 체결된 배경이다.

소통의 대상은 적국만이 아니었다. 여러 중요 사안에서 의견이 분분했던 동맹국들도 하나로 묶어야 했다. 냉전에 함몰돼 평화와 거리를 뒀던 국내 정계도 설득해야 했고 마지막으로 국민의 지지 역시 이끌어 내야 했다. 모두를 가능하게 했던 건 ‘평화 연설’로 상징되는 케네디의 말, 즉 소통이었다.



이종우의 독서 노트
‘몸단장하는 여자와 훔쳐보는 남자’
여인의 나신만큼 아름다운 건 없다
[Book] ‘존 F. 케네디의 위대한 협상’ 냉전을 뛰어넘은 소통의 힘
파스칼 보나푸 지음│심영아 옮김│이봄 | 264쪽│1만8000원

그림은 욕망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오직 먹을 것에 있던 시절엔 배를 채울 수 있는 거리가 욕망의 전부였다. 그래서 수만 년 전 동굴 벽에는 들소와 물고기 그림이 남아 있다. 먹는 문제가 해결되자 신이 대신했다. 태풍과 지진 같이 신이 주관하는 모든 것이 인간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신은 다양한 모습으로 그림에 나타났다. 그리스에서는 인간의 모습이었던 반면 중세에는 범접하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마지막은 인간 자체다.

화가는 매혹적인 여성의 모습에 주목했다. 보는 이의 마음속에 욕망을 불러일으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여인 역시 보는 이가 혹할 정도의 자태를 뽐내고 싶어 해 이해가 맞아떨어졌다. 몸단장하는 여인의 모습은 오랜 시간 그림의 주제가 됐다.

‘그러자 두 사람은 눈이 밝아져 자기들이 알몸이라는 것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앞을 가렸다(창세기 3장 7절).’

‘성경’에서 나신, 특히 여인의 벗은 몸은 죄의 상징이었다. 중세에 그릴 수 있는 여체는 죄 많은 이브의 몸이나 아기 예수에게 젖을 먹이는 성모 마리아에 국한될 정도였다.

원근법, 아비뇽의 유수, 그리고 르네상스를 계기로 여체는 본격적으로 그림 속에 들어왔다. 원근법이 제대로 작동해 보는 이의 착각을 일으키려면 그림의 초점이 사람의 눈높이에 맞춰져야 한다. 그렇게 바라본 인간의 육신은 아름다운 존재였고, 특히 여인의 몸은 완벽한 비율을 가지고 있었다. 1377년 교황이 아비뇽을 떠나 로마로 돌아왔다. 교회와 기독교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대대적인 공사에 들어갔는데 땅을 뒤엎자 수세기 전 물건들이 쏟아져 나왔다. 우상이란 이유로 땅에 묻어버린 수많은 고대의 작품들이었다. 그 안에 아프로디테상도 있었다.
사람들은 생각했다. ‘아프로디테 같은 여신도 몸치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보통 여자가 몸단장을 하는 걸 어떻게 비난할 수 있겠는가?’ 이후 여인의 몸이 그림에서 본격적으로 허용되기 시작했다. 발견이 인식을 바꾸는 동력이 된 것이다. 렘브란트·드가·피카소를 거치면서 여인의 몸은 보이는 그대로가 아니라 화가의 상상을 통해 재생산됐다.

‘몸단장하는 여인’이란 주제는 고대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예술의 역사를 관통하는 보기 드문 주제다. 이렇게 오랜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누구나 여인의 생활을 엿보고 싶은 관음증이 있기 때문이다. 여인의 아름다움은 신의 절대성만큼 인간을 지배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jwee@imvestib.com


포커스


[Book] ‘존 F. 케네디의 위대한 협상’ 냉전을 뛰어넘은 소통의 힘
최근 신경과학 연구는 ‘주의’가 근육과 매우 흡사한 형태로 움직이기 때문에 훈련을 통해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우리의 마음 근육, 그중 특히 주의력은 충분히 사용하지 않으면 위축되고 잘 사용하면 점점 더 발달한다는 것이다. IQ에 대비해 EQ라는 개념을 처음 창안해 낸 저자 대니얼 골먼은 이를 토대로 효과적인 훈련 방법을 통해 주의 근육을 개발하고 새롭게 하고 나아가 집중력이 말라버린 두뇌를 활성화하는 방법까지 제시한다. 멈출 수 없는 산만의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집중력의 실체는 무엇일까.

대니얼 골먼 지음│박세연 옮김│리더스북│412쪽│1만8000원


포크는 왜 네 갈퀴를 달게 되었나
[Book] ‘존 F. 케네디의 위대한 협상’ 냉전을 뛰어넘은 소통의 힘
애플은 1980년대 중반까지 세계 컴퓨터 산업을 주도했지만 IBM과 마이크로소프트의 협공에 밀려 파산 직전까지 갔다. 고사 위기의 애플을 구해낸 건 아이팟이라는 MP3 플레이어였다. 소비자의 자기표현 욕구를 만족시킬 멋진 디자인을 완성한 뒤 그것을 기술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은 분명 그전까지 없던 실험이었다. 저자는 디자인의 본성과 힘, 그 가치를 일찍부터 연구해 온 디자인 공학 분야의 선구자다. 1995년에 처음 국내에 소개된 책을 다시 가다듬었다.

헨리 페트로스키 지음│백이호 옮김│김영사│404쪽│1만6000원


남재희가 만난 통 큰 사람들
[Book] ‘존 F. 케네디의 위대한 협상’ 냉전을 뛰어넘은 소통의 힘
저자는 1958년 한국일보 기자로 언론계에 투신한 이후 조선일보 정치부장·논설위원, 서울신문 편집국장을 지낸 언론인이다. 한국 현대사의 가장 중요한 인물들을 취재하고 교류했던 그는 폭넓은 독서와 친교, 특히 수많은 술자리를 통해 한국사의 굵직한 인물들을 만났다. 1979년에는 정치에 입문해 4선 국회의원, 노동부 장관 등을 지냈다. 책의 첫 장은 이승만에서 노무현에 이르는 역대 대통령 8인을, 마지막 13장에는 유진산에서 이회창까지 대권에 근접했던 2인자들을, 중간에는 직접 교류했던 11인의 평전을 담았다.

남재희 지음│리더스하우스│288쪽│1만4500원
[Book] ‘존 F. 케네디의 위대한 협상’ 냉전을 뛰어넘은 소통의 힘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