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규모 대비 브랜드 가치 높지 않아…국가적 노력 필요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2012.1.2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2012.1.2
“미디어가 갈수록 다양화되고 글로벌 초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적절하게 관리된 브랜드가 던지는 명쾌한 메시지는 기업의 생존을 가름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

글로벌 브랜드 평가 컨설팅 회사 브랜드파이낸스의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헤이그가 최근 2013년 국가별 브랜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한 말이다. 그러면서 국가 또한 기업 못지않게 브랜드 가치가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브랜드파이낸스는 자체적으로 작성한 BSI(Brand Strength Index:브랜드력지수)에 각종 관련 통계와 전망치 및 전문가 진단 등을 종합해 국가별 브랜드 가치를 산출하고 있다. BSI는 각국의 투자·관광·생산·인력 등 4가지 분야를 대상으로 투입량과 산출량 등을 평가하는 지수로, 노동인구와 외국인 투자 유치 능력, 삶의 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등을 반영하고 있다.

브랜드파이낸스의 2013년 평가에 따르면 미국이 브랜드 가치 17조9900억 달러(1경9327조 원)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고 중국과 독일이 각각 6조1090억 달러와 4조20억 달러로 2~3위를 차지했다. 2012년 5위였던 영국은 일본을 제치면서 4위로 올라섰고 일본은 5위로 내려앉았다.

이 대목에서 필자는 주요국의 GDP 규모 및 순위와 브랜드 가치의 절대 수준과 순위를 비교해 보면 재미있는 결과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예를 들어 미국은(이하 2013년 IMF 전망 기준) GDP 16조7240억 달러에 브랜드 가치는 17조9900억 달러로 브랜드 가치가 GDP 대비 108%로 계산됐다. 독일 또한 GDP와 브랜드 가치가 각각 3조5930억 달러와 4조20억 달러로 GDP 대비 브랜드 가치가 111%나 됐다.

반면 중국의 GDP 대비 브랜드 가치 비율은 68%(=6조 1090억 달러÷8조9390억 달러)였고 일본은 45%(=2조2630억 달러÷5조70억 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바람에 일본은 GDP 규모에서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3위이지만 브랜드 가치에서는 독일과 영국에도 뒤지면서 5위로 추락하고 만 것이다. 중국도 일면 그렇지만 일본은 특히 국가 브랜드면에서 덩치 값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빅3는 미국·중국·독일
전 세계 주요국 중 GDP 대비 브랜드 가치가 높은 나라는 미국과 독일 외에도 스위스(149%)·싱가포르(141%)·스웨덴(136%)·네덜란드(125%)·덴마크(114%)·핀란드(111%)·오스트리아(105%)·캐나다(102%)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스위스는 예상한 대로 경제 규모 대비 브랜드 가치가 월등히 높으면서 이 비율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스웨덴·덴마크·핀란드와 같은 북유럽 국가들의 브랜드 가치가 덩치에 비해 높다는 것은 인구와 경제 규모를 넘어 1인당 국민소득과 복지 수준은 물론 경제 자유도와 투명성 등에서 이들 나라의 평판이 좋기 때문일 것이다. 이 밖에 폴란드(97%)·말레이시아(97%)·영국(95%)·태국(90%) 등도 덩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브랜드 가치가 높은 나라에 속한다.

반면 GDP 대비 브랜드 가치가 크게 떨어지는 나라는 앞서 언급한 일본(45%)이 대표적이다. GDP 20위 내에 드는 나라 중 GDP 대비 브랜드 가치 비율이 50% 미만인 나라는 일본이 유일하다. 브랜드파이낸스는 “일본은 아직 쓰나미와 후쿠시마 원전 사태의 피해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데다 첨단 기술 수출국인 한국 등과의 치열한 경쟁으로 브랜드 가치가 전년 대비 11%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단기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20여 년에 걸친 장기 침체에다 폐쇄적 성향의 경제와 사회가 일본의 브랜드 가치를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본 외에도 이탈리아(50%)·스페인(53%)·러시아(59%) 등도 GDP 대비 브랜드 가치가 낮은 국가군에 속한다.

한국의 브랜드 가치는 7750억 달러로 16위를 차지했다. 2010년 국가별 가치 산정이 시작된 이후 2012년 17위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는 줄곧 16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 나라의 경제 규모를 보여주는 GDP 순위에서 한국이 15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덩치와 엇비슷한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한국의 GDP 대비 브랜드 가치 비율은 65%(=7750억 달러÷1조1980억 달러)로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니다. 그만큼 국가 브랜드 제고를 위한 범국가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 브랜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가브랜드위원회를 신설·운영했지만 일회성에 그치는 등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할 수 있다.
[이슈 인사이트] 한국 국가 브랜드 16위…왜 낮을까
브랜드는 무엇일까.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브랜드는 ‘이름·단어·디자인·심벌처럼 한 상품을 다른 상품과 구별해 주는 역할을 하는 특징 또는 특성’을 말한다. 브랜드는 원래 소나 말의 소유주를 구별하기 위해 특정 문양의 낙인을 찍는 것을 의미했다면서 코카콜라사의 코카콜라가 현대 브랜드의 대표적인 예라고 위키피디아는 밝히고 있다.


삼성, 글로벌 브랜드 가치 8위
그러면 글로벌 기업들의 브랜드 가치를 살펴보자. 기업들의 브랜드 가치를 평가하는 대표적인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회사의 2013년 브랜드 가치 평가에 따르면 애플이 983억 달러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위는 구글(933억 달러), 3위는 코카콜라(792억 달러), 4위는 IBM(788억 달러), 5위는 MS(595억 달러)였다. 그 뒤를 이어 GE(469억 달러)·맥도날드(420억 달러)·삼성(396억 달러)·인텔(372억 달러)·도요타(353억 달러)의 순이었다.

국가 브랜드 가치를 상대적으로 비교하기 위해 GDP를 사용했지만 기업 브랜드 가치는 기업 가치의 시장 평가인 시가총액을 사용했다. 그 결과 브랜드 가치 30대 기업 중에서는 HP가 시가총액(550억 달러, 이하 2013년 말 기준) 대비 브랜드 가치(258억 달러)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계산됐다. 이 비율이 40%를 넘는 기업은 HP를 포함해 코카콜라(46.5%)·맥도날드(44.5%)·IBM(40.8%) 등 총 4곳뿐이었다. 루이비통(37.3%)과 인텔(30.8%)도 비교적 높은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은 브랜드 가치 396억 달러로 세계 8위, 한국 기업 중 1위를 차지했다. 인터브랜드는 삼성이 스마트폰 판매에서 애플을 추월하고 마케팅 비용에서 애플의 4배인 40억 달러(2012년)를 지출하는 등 적극적인 글로벌 브랜드 전략으로 브랜드 가치가 전년 대비 20%나 급증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삼성이 자사 제품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보다 나은 삶을 구현함으로써 ‘세계를 감동시키고 미래를 창조한다’라는 비전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삼성의 시가총액(1690억 달러) 대비 브랜드 가치 비율은 23.4%로, 상위 10대 기업 평균인 28.7%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사인 애플의 20.8%보다는 높지만 HP(47.0%)·코카콜라(46.5%)·IBM(40.8%) 등에 비해서는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대한민국과 함께 삼성 등 한국 기업들의 보다 적극적인 글로벌 브랜드 전략이 계속돼야 하는 이유다.


최성환 한화생명 은퇴연구소장·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sungchoi@hanwh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