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업·인프라 투자 ‘주목’…이미 중국서 ‘싹쓸이’ 중
올해 초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은 말 그대로 ‘대박’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 때문일까. 언론은 물론 정부 부처 및 관련 연구소 등은 통일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분석에 나서고 있다. 사실 통일이 대박일지 쪽박일지는 아직 누구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에 따른 시너지는 ‘정체 상태’에 놓여 있는 한국 경제가 새롭게 ‘퀀텀 점프’할 가장 유력한 대안이라는 주장이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는 게 사실이다. 중요한 점은 과연 어떤 식으로 ‘대박 기회’를 찾아야 할 것인지다. 현재 한국의 일반 투자자들이 북한에 직접 혹은 간접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제한돼 있다. 이에 따라 통일 후 ‘대박’을 내기 위해서는 앞으로 벌어질 미래를 예상해 투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미 외국인 투자자들은 ‘통일한국’을 동북아의 가장 유망한 투자 상품으로 내다보고 투자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들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방식이나 노하우 등을 짚어보는 것은 향후 언제 이뤄질지 모르는 ‘통일 대박’의 기회를 잡기 위한 가장 유력한 단서가 될 수 있다.“지금 북한은 공장·호텔·음식점 등을 지을 여건이 무르익었다. 남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북한 여행 상품은 향후 큰 호황을 맞이할 것이다.”(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 ‘통일 한국’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투자 대가 중 한 사람은 아마도 짐 로저스 회장일 것이다. 로저스 회장은 헤지 펀드의 큰손 조지 소로스와 퀀텀펀드를 공동 창업해 이후 10년간 수익률 4200%를 낸 전설적 투자가다.
그는 최근 ‘세계경제의 메가 트렌드에 주목하라’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북한에서 큰돈을 벌 수 있다. 이미 중국 사람들은 북한에 ‘통 큰 투자’를 시작하고 있다”고 말이다. 실제로 로저스 회장은 크지는 않지만 북한에 ‘직접투자’하는 에피소드도 남겼다. 그는 2013년 초 싱가포르 국제동전전시회에 나온 북한의 금화와 은화를 몽땅 사들여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는 그를 둘러싼 기자들을 대상으로 “북한에 투자할 방법은 동전과 우표가 가장 확실하다”며 “함께 투자하자”고 말해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로저스 회장은 특히 통일 한국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그는 “북쪽의 값싸고 숙련된 노동자, 천연자원이 남쪽의 자본·기술·경영력과 결합되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최근 “한국의 통일 과정에 내 재산 전부를 쏟아부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짐 로저스 ‘통일에 전 재산 건다’
“통일 과정에서 도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이 구축되면 건설·유통·미디어·엔터테인먼트 등 남한의 상당수 기업들이 새로운 경쟁 우위를 확보하게 될 것이다. 고령화와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이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통일이다.”(마크 파버 마크파버리미티드 회장) 짐 로저스와 함께 북한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투자의 대가는 또 있다. 바로 마크 파버 마크파버리미티드 회장이다. 파버 회장은 지난 2월 초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중국과 홍콩의 투자자들이 우회적으로 북한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있다”며 “통?舅?한국 기업들에 큰 기업이자 혜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통일을 발표한 그날부터 한국의 주식은 급상승할 것이며 이에 따른 큰 거품이 생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2008년 금융 위기를 예측해 ‘닥터 둠’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그는 오히려 ‘통일’을 하지 않는다면 한국 경제의 미래가 불투명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가 제품은 일본과 경쟁하고 저가 제품은 중국과 경쟁하며 샌드위치 상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통일을 염두에 두고 북한 사업에 확실한 우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는 남한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할 것”이라는 ‘투자론’을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투자 대가들은 투자에 대한 ‘촉’이 좋은 사람들이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바로 중국이 북한에 대해 심상치 않은 수준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향후 남북 관계가 보다 진전되고 통일이 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올 때 한국의 투자자들 역시 중국 투자자와 비슷한 방식의 투자가 가장 유망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 중국의 투자자들은 현재 북한에 어떤 투자를 하고 있을까. 가장 대표적인 것은 ‘광산’에 대한 투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북한의 총 광물자원 매장량의 잠재 가치를 6984조 원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개발 유망 10대 광종의 잠재 가치를 2661조 원으로 계산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18일 홍콩 유력 일간지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북한에 투자하고 있는 중국인 사업가 하오쩌 사장을 소개했다. 하오쩌 사장은 이미 북한에서 여러 사업을 하고 있다. 2004년 북한을 여행하기 시작한 그는 북한에 연락처를 축적하게 됐고 중개인들을 충분히 확보한 뒤 2010년부터 인삼과 꿀을 수입하는 것으로 대북 사업을 시작했다. 그가 북한에 투자한 금액은 1000만 위안(약 17억 원)으로 현지 고용 규모는 150명 정도다. 그는 8000㎡ 규모의 공장을 건설하고 식당과 스파를 운영하고 있다.
하오쩌 사장은 2013년 말 페인트와 플라스틱 등의 원료인 ‘금홍석’ 채굴과 관련한 투자 협상을 최종 마무리했다. 하 사장은 “확실히 위험하지만 이곳은 1980년대 중국과 같아 기회를 잡으면 이익도 크다”고 말했다. 2010년 기준으로 북한 사업을 하는 것으로 등록된 중국 회사는 138개다. 많은 민간 투자자가 중국 당국에 등록하지 않고 북한과 일하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투자 회사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하 사장처럼 외국인 투자자, 특히 중국 투자자들은 북한의 광물자원에 눈을 돌리고 있다. 최광혁 이트레이드증권 애널리스트는 2010년 중국의 대북 광물성 생산품 수입액은 6억7883만 달러로, 2003년 3293만 달러 대비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수입의 67.1%를 광물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자원 잠재 가치 ‘6984조 원’
북한자원연구소 및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중국 기업이 투자하고 있는 북한 광산은 함경북도 무산철광, 함경남도 상농금광, 양강도 혜산청년동광, 평안남도 2·8직동 청년탄광, 황해북도 은파(아연)광산 등이다. 중국 기업은 매장량이 풍부하고 개발 잠재력이 높은 철광·금광·석탄·동광을 중심으로 투자하고 있다. 또 일부 중국 무역회사와 선양·옌볜 등에 거주하는 개인 사업가들이 북한의 소형 광산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 졌다.
중국 기업들의 진출이 가장 많은 광산은 무산의 철광산과 혜산의 동광산이다. 무산광산은 북한 최대의 철광산으로 매장량이 17억 톤 이상으로 추정되는 세계적 노천 광산이다. 혜산동광산은 북한 최대의 동광산으로, 매장량과 광석의 품질이 높을 뿐만 아니라 중국까지의 거리가 4km에 불과해 운송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철광과 동광 외에도 중국 기업들은 개발의 경제성이 높은 금·석탄·몰리브덴·아연 광산 등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광산업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소비재 중심의 제조업 및 유통업에 대한 중국 투자자들의 투자도 속도 있게 이뤄지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2000년대 들어 건설자재·컴퓨터·식품 등 제조업 분야와 평양 시내의 백화점 및 대규모 유통업 분야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투자 규모에서는 중국 정부와 국유 기업이 주도하는 자원 개발 사업에는 못 미치지만 민간 기업들의 북한 제조업과 유통업 진출은 생각보다 빠르고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중국 투자자들은 자금과 설비, 기술을 제공하면서 북한 측 파트너와 합영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북한에 진출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기업이 북한에 투자해 성과를 거둔 분야는 ▷컴퓨터(아침판타컴퓨터합영회사) ▷건물 지붕재 등의 건설자재(조선영초건재품합영회사) ▷가구(영광가구합영회사) ▷전기(평양전기기구합영회사·평양아명조명합영회사) ▷자전거(평진자전거합영회사) ▷담배(평양백산연초유한책임회사·나선신흥담배회사) 등이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북한에서 생산하는 소비재와 전기기기, 건자재 등의 경공업 제품은 북한에서 공급 부족으로 1990년대 중국 등 해외에서 수입하던 품목”이라며 “주민들의일상생활에 필요하고 수요가 많은 제품들이어서 투자 성과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열악한 북한의 인프라 투자 ‘최대 과제’
파버 회장이 말했듯이 광산업과 함께 현재 북한 투자 중 전망이 가장 밝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문은 인프라 투자다. 북한의 인프라는 매우 열악한 상태다. 이 때문에 중국은 최근 중국 동북 지역과 맞닿은 북한 북부 지역에 교통 및 물류 인프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2010년 창지투개발선도구에 2020년까지 약 2000억 위안(약 35조 원) 규모의 ‘초국경 경제협력지구’를 개발하기로 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중국은 라진·선봉 등과 연결되는 대규모 교통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라진·선봉지역과의 연계 개발은 2009년 11월 국가 사업으로 국무원의 승인을 받았다.
한국에서도 북한의 인프라 투자에 대한 논의가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2월 16일 북한 경제특구와 이에 대한 인프라 개발 사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건설 물량이 60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북한 경제특구의 개발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를 냈다. 북한은 라진·선봉, 황금평, 원산지역 등의 경제·관광특구 사업 추진에 이어 추가로 지난해 11월 각 도에 외자 유치 및 경제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13개 경제개발구를 지정했다.
박용석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관광특구, 경제개발구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건설 물량은 약 60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만큼 건설 업계가 북한 경제특구 개발 동향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북한 경제특구에 대한 남한 기업의 진출은 국내 산업단지의 경쟁력 약화에 따른 대안이 될 수 있다”며 “특히 라진·선봉 경제무역지대에 대한 진출은 동북아시아 물류 거점의 확보와 향후 한반도 종단철도(TKR)와 대륙철도(TSR·TCR·TMR 등)의 연결을 위한 사전 사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건설산업연구원이 분석한 인프라 건설 규모 60조 원은 경제 특구에 국한된 것이다. 즉 통일이 이뤄진다면 인프라 건설 규모는 훨씬 더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국토연구원은 통일 전후 10년간 총 122조 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약 100조 원 정도가 투자될 것으로 보이는 북한의 주택 건설을 제외한 수치다. 연평균 12조 원으로 2013년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1%에 달하는 금액이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분야별로 도로와 철도 건설 등에 58조 원, 가스 등 에너지 관련 사업에 26조 원, 철도 건설에 24조 원, 산업 단지 건설 등에 24조 원, 항공 항만에 2조 원, 기타 28조 원으로 나타났다.
통일의 경제적 장단점 면밀히 파악해야
이렇듯 향후 통일을 염두에 두고 투자를 진행해야 할 때 눈여겨봐야 할 큰 투자 포인트는 두 가지, 즉 광산업과 인프라 투자다. 즉 건설업이 가장 직접적 수혜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인프라 투자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물류·유통 분야 역시 활성화가 가능하다. 라진·선봉 지역은 한국·중국·러시아 등 3개국이 맞닿은 요충지다. 물류 허브로 거듭날 좋은 요건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철도 연결을 통해 육로로도 유럽 대륙까지 화물 운반이 가능해진다. 러시아와의 천연가스관 연결 등을 통한 에너지 산업, 북한의 풍부한 철광석을 활용한 철강 산업도 장기적으로 기대되는 산업이다.
여기에 일부 소비재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도 눈여겨볼만하다. 한 자산 운용사 임원은 “북한은 마땅한 인프라가 없기 때문에 국내에 있는 설비만으로 가동률을 높여 매출을 늘릴 수 있는 기업 및 산업이 수혜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즉 남한에서 대량생산한 뒤 북한으로 바로 운송할 수 있는 필수 소비재들의 매출이 늘어날 것이란 설명이다. 또 브랜드 가치가 높고 한국을 대표하는 일등 내수 기업들이 향후 확대된 소비자를 기반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한국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시장이 크게 확대되는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업 등도 관심 대상이다. 백두산과 비무장지대(DMZ), 금강산의 관광 산업도 비교적 이른 시간 내에 조명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부동산 시장도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특히 평양과 서울 사이, 개성과 서울 사이에 있는 땅값이 치솟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이 요건이 충족되는 파주는 이미 LG디스플레이 등 제조 기업과 롯데·신세계 등 유통 기업이 대규모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물론 남북한 간의 통일 과정은 큰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 뱅커(PB)는 “통일이 되면 사회체제, 금융시장 등 많은 것이 변화될 것”이라며 “불확실성을 원하지 않는 외국인 투자자와 자산가들은 오히려 한국 투자를 기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기자금이 빠지면서 원화 가치가 급락하고 증권시장이 폭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실제로 골드만삭스는 지난 2월 16일 한국이 독일식 흡수 통일을 하면 ‘쪽박’을 차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한국과 북한의 인구 및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한국이 통일비용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월 18일 새누리당 당내 모임인 ‘통일경제교실’에서 “독일식 흡수 통일이라면 쪽박이라는 표현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통일이 가져올 비용은 정확하게 산출하기가 어렵다. 각 연구 기관별로 통일 후 10년 동안 적게는 371조5000억 원에서 많게는 3042조6000억 원이 든다는 게 연구 결과다. 최소·최대 편차가 10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북한 근로자들의 임금 수준과 통일 후 사회보장 제도 등 예상치 못한 비용 때문이다. 그만큼 리스크가 크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오히려 통일 후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헤지하는 금·달러 등 ‘안전 자산’을 통해 큰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는 분석 역시 있다. 즉 환율 급변 등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면서 북한 경제의 재건 과정에서 생길 투자 기회를 엿보는 게 좋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외화를 확보해 여유 자금을 분산하고 위험 자산보다 금이나 달러 같은 안전 자산의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 오태동 LI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국과 북한의 소득 격차가 심각한 상황에서 통일이 되면 조세 부담이 늘어나고 경기가 후퇴할 수 있다”며 “이때는 안전 자산인 채권에 돈이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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