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변동성 우려…미국·유럽·일본에 경기 부양 촉구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2월 20일 “신흥국 시장의 변동성이 올해 글로벌 경제의 가장 큰 위협”이라고 다시 한 번 경고했다. 호주 시드니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앞두고 낸 보고서에서다. IMF는 “글로벌 경제의 회복세는 아직 미약한 데다 아주 큰 경기 하강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며 신흥국의 급격한 자본 유출과 금리 인상, 가파른 통화가치 하락이 신흥국 위기의 핵심이라고 지목했다. 그러면서 “올해 우리가 예상한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 3.7%의 달성 여부는 터키에서 브라질에 이르기까지 신흥 시장의 변동성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미국 중앙은행(Fed)의 ‘테이퍼링(tapering:양적 완화의 점진적 축소)’과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 우크라이나와 태국의 정치 불안 여파 등으로 신흥 시장은 올 들어 주가와 통화가치가 동반 하락했다. 올 들어 한 달 반 만에 글로벌 투자자들이 신흥국 주식 및 채권시장에서 뺀 자금이 지난 한 해 동안 이탈한 자금을 벌써 넘어섰다. 펀드 자금 조사 기관인 EPFR글로벌에 따르면 올 들어 2월 12일까지 이머징 마켓 주식형 펀드에서 이탈한 자금은 217억 달러였다. 채권형 펀드에서 빠진 자금은 80억 달러로 집계됐다. 총유출 자금 297억 달러는 지난해 전체 유출 자금 292억 달러를 웃돈다.
유로존 디플레, 글로벌 경제 위협 요소 지목
문제는 자금 유출이 여기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IMF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경기 회복세와 Fed의 지속적인 테이퍼링 여파로 신흥 시장으로부터의 자금 유출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내용의 IMF 보고서가 발표되자 뉴욕 증시가 급락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IMF는 신흥국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두 가지 처방을 제시했다. 우선 인도와 터키 등 인플레이션이 비교적 높고 재정 건전성이 떨어지는 신흥국은 금리를 더 올리고 정부 지출을 삭감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구조 개혁을 통해 대외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에 대해서는 경기 부양책을 계속 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미국에 대해서는 Fed의 점진적인 테이퍼링을 촉구했으며 이와 관련해 신흥국 금융 당국과 더욱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국 간 정책 공조를 통해 테이퍼링이 신흥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IMF는 신흥국 위기 외에도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의 디플레이션 위험을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 지목했다. 유로존의 지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7%였다. 이는 유럽중앙은행(ECB)의 목표치 2%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유로존의 저물가가 지속된다면 자칫 지난 몇 년간의 경기 부양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경기 위축으로 예기치 않은 시장 충격을 가져 올 수 있다. IMF는 “유로존은 경기 후퇴에서 벗어나 약한 회복세에 들어선 상태이지만 여전히 평탄하지 않고 연약한 상황”이라며 “ECB가 금리를 더 내리고 새로운 대출 프로그램을 만들어 대출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워싱턴 = 장진모 한국경제 특파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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