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부터 한국 시장 철저 조사…지자체·업체 셈법 제각각

스웨덴의 세계 최대 가구 업체 이케아가 한국 시장 출격을 앞두고 있다. 경기도 광명시에 짓고 있는 한국 1호점이 9월 중 완공 예정으로 늦어도 올해 4분기 문을 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말에는 2호점 개장을 염두에 두고 고양시에 5만1297㎡ 부지를 사들인 상태다. 3호점은 서울 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강동구 고덕·강일 보금자리주택사업지구 내 단독 매장 입점을 위해 현재 강동구청과 협의 중이다. 지방 대도시 주변에도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해외시장에 진출할 때 1호점을 내고 1~2년 정도 시장 반응을 살피며 추가로 지점을 확대하는 전략을 쓰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공격적인 행보다.

사실 이케아의 한국 진출은 늦은 편이다. 세계 43번째다. 아시아에도 8개국에 나가 있으며 10년 전 중국, 7년 전 일본에 먼저 진출했다. 한 국가에 역량을 집중한 이후 인근 국가에 노하우를 적용하는 전략이다. 아시아 시장 노하우가 있는 만큼 한국 시장에 대한 장기 계획도 서 있다. 1호점 개장 전부터 3~4호점 부지를 확보하려는 것도 그 일환이다.

이케아코리아 한국 법인은 2011년 12월 출범했지만 그 이전부터 영업 사무소를 두고 시장조사를 진행해 왔다. 이케아코리아 관계자는 “한국은 이케아에 매우 중요한 시장일 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시장 중 하나”라며 “한국 진출을 위해 많이 준비해 왔다”고 밝혔다. 그간 별다른 대외 활동을 하지 않았던 이케아코리아는 올 들어 한국어 홈페이지(ikea.kr)를 개설하고 건축자재 박람회에 가구를 선보이는 등 서서히 소통에 나서고 있다. 현재 서울 반포 임시 사무실에서 활동 중인 50여 명은 광명점이 문을 여는 대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국내 중소 가구 업체 ‘직격탄’
지난해 매출만 43조 원을 올린 세계 최대 ‘가구 공룡’ 이케아의 연내 진출로 국내 가구 업계는 초비상이다. 특히 매장이 들어서는 광명과 고양의 가구 업체들은 깊은 시름에 잠겼다. 업계에선 국내 가구 시장 규모를 7조 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 중 70%가 중소업체들이다. 경기도에는 전국 가구업 종사자의 47%가 밀집돼 있다. 지역 중소 업체들은 연일 시위를 이어가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강점희 고양가구단지 이사장은 “경기 때문에 지금도 350여 개 가구 유통 업체 중 70%가 적자”라며 “중소 업체는 그나마 낮은 가격 덕에 근근이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데 저가 제품을 판매하는 이케아가 들어오면 어려워질 게 뻔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가구 업체뿐만 아니라 생활용품과 잡화를 판매하는 소상공인들도 가세해 이케아 저지와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광명시와 고양시 등 지자체의 셈법은 조금 복잡하다. 지역 경제 활성화, 고용 창출 같은 순기능에 반색하면서도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케아의 직격탄은 중소업체들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어서다. 지자체가 ‘상생 방안’을 마련하라며 중재에 나서고 있지만 법적으로 막을 수 있는 근거는 없는 상황이다.

이케아의 강점은 디자인 역량과 저렴한 가격, 그리고 볼거리·즐길거리 넘치는 매장에 있다. 인구구조론 관점에서도 이케아의 성공 가능성이 설명된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며 ‘대를 물려 쓰는 가구’ 개념이 옅어지고 있다. 품질은 다소 떨어져도 디자인과 가격으로 효율성을 강조하는 이케아식 영업이 통할 수 있는 배경이다. 한샘·리바트·에넥스 같은 대형 업체들도 일찍이 대응책을 마련하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재미있는 건 가구뿐만 아니라 유통 업계 전체가 이케아의 한국 진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이케아는 단순한 가구 업체가 아니다. 가구를 포함해 인테리어와 생활용품, 아동 용품, 식음료 등을 한 공간에서 판매한다. 쇼핑을 하면서 휴식도 취하고 음식도 먹을 수 있어 ‘어른들의 놀이터’로 불린다. 이에 따라 국내 대형 마트 및 백화점 등에도 영향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권이 넓어지는 셈이다. 광명시에 사는 오경진(31) 씨는 “기존 상권에선 피켓을 내걸고 반대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론 찬성”이라고 말했다. 독일에서 유학 경험이 있는 오 씨는 “꼭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이케아에 자주 놀러갔다. 부지도 크고 예쁘고 저렴한 물건도 많은데다가 집처럼 꾸며 놓아 연인이나 가족끼리 놀러 가기 좋다”고 말했다. 결혼 2년 차인 그는 “신접 살림 가구는 국내 대형 업체에서 샀지만 출산하면 아이가 빨리 자라는 만큼 저렴한 이케아 제품을 살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광명시의 경우 이케아가 들어서는 곳은 KTX 광명역 인근 터로, 10년간 역세권 발전 계획이 표류됐던 곳이다. 이케아에 이어 이케아 부지 내 2만8000㎡에 롯데쇼핑이 들어설 예정이고 오성급 호텔이 건축 허가 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개발에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오 씨는 “벌써부터 집값이 오르고 있다”며 “본격적으로 문을 열면 더 오를 것 같다”고 기대감을 높였다.


이케아 “홈 퍼니싱 시장 키울 것”
한국 소비자 특성상 직접 조립하는 이케아식 DIY가 통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이미 국내에서는 영국 DIY 업체인 비앤큐가 구로 등에 입점했다가 손들고 나간 사례가 있다. 이케아도 과거 일본에서 현지화에 실패해 철수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여기서 얻은 교훈으로 이후 배송·설치·조립 서비스 등을 강화해 중국·일본 시장에 진출했고 안정 궤도에 올라섰다. 한국 시장에서도 이에 대비해 이미 한국 물류 업체와 협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일정 금액을 추가하면 배송·설치·조립 서비스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이케아 이후 뜰 비즈니스도 주목받는다. 일본 사례에 비춰 국내에 4~5개 매장이 생길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원거리 소비자를 위한 온라인 서비스가 생길 수 있다. 이케아 제품을 다시 온라인으로 되파는 리셀러 사업이다. 또한 배송·설치·조립을 대신해 주는 대행 서비스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쇼핑 단지가 주도하는 신유통 채널이 대두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케아와 시너지를 내려는 백화점·마트들이 가세한다면 말 그대로 없는 게 없는 복합 쇼핑몰 채널이 부상할 수 있다. 이미 롯데쇼핑이 이케아 1호점에 20년 임대 계약을 체결하고 매장을 열 계획을 세우고 있다. 가족 단위로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복합 쇼핑몰은 이미 유통 업계의 화두다. 이와 함께 ‘온라인 몰’도 주목받는다. 오프라인 한계를 가진 이케아가 한국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온라인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온라인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인테리어 제품 위주로 온라인 시장의 파이가 커질 수 있다.

이케아의 국내 상륙으로 국내 가구 업계의 위기가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단순히 부정적인 논리로만 보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는다. 업체 경쟁력 강화, 고용 창출 효과 등 긍정적인 측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샘은 최근 1조 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케아에 대비해 저가 브랜드를 출시하고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는 등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 한샘 관계자는 “이케아는 그 어느 나라에서도 전체 가구 시장의 15%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는 없다. 일본의 1위 가구 기업 닛토리는 이케아 진출 이후 8년 사이 오히려 두 배 이상 성장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케아는 국내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어떤 무기를 준비하고 있을까. 이케아 관계자는 “한국인들의 주거 문화와 기호 등을 이해하기 위해 수많은 가정 방문과 다양한 시장조사를 진행했으며 한국 소비자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위해 향후 지속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케아의 전략은 같은 제품이라도 그 나라 사람들의 특성과 니즈에 따라 ‘홈 퍼니싱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있다. 일례로 같은 제품이라도 국가에 따라 용도와 쓰임새를 다르게 제안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케아코리아는 이미 몇 년에 걸쳐 한국의 시장조사를 해 왔다. 직접 가정을 방문해 인터뷰와 설문 조사를 하며 한국 소비자들의 집에 대한 생각과 불편함을 파악했다. 특히 수납에 대한 니즈가 많은 한국 시장 특성에 따라 플라스틱 수납함은 신발장, 욕실 수건함, 오피스 케이블함 등으로 변신할 계획이다. 이케아 관계자는 “벽·창문·문을 제외한 모든 것을 집 안에 채워 편안하고 살기 좋은 집을 만든다는 홈 퍼니싱 개념이 한국에도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 진출 카운트다운을 알렸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