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와 가치 동조화 우려…위안화 거래소 설립 등 대응 나서야

테이퍼링 추진에 따라 한국의 국제 위상과 내부적인 완충 능력에 상관없이 외자 이탈 등 부작용이 의외로 크게 나타남에 따라 ‘제3의 대안’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이제 한국의 수출 비중이 미국보다 중국과 주변국이 압도적 지위를 차지하는 상황에서는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추세에 맞춰 ‘한국 내 위안화 허브’를 구축하자는 방안이다.

시진핑-리커창 체제 출범 이후 중국은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국제화 과제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가장 먼저 체결했던 아세안 10개국과 위안화 무역 결제 협정을 확대했다. 중국 내에서도 위안화 무역 결제가 가능한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 적용했고 외국인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위안화를 본토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길도 개방해 놓았다.
외환은행 본점 위엔화....
/허문찬기자  sweat@  20131120
외환은행 본점 위엔화.... /허문찬기자 sweat@ 20131120
위안화 국제화가 리커노믹스의 핵심
막대한 외화보유액을 활용한 통화 스와프 협정은 그동안 3단계에 걸쳐 이제는 거의 모든 국가와 맺을 만큼 단기간에 가장 빠른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전의 1단계에서는 중화 경제권과 화인 경제권에 속한 중국의 실질적인 영향권에 속한 국가와 통화 스와프 협정을 추진했다.

금융 위기 이후 2단계에는 한국을 비롯해 말레이시아·벨라루스·인도네시아·싱가포르·우즈베키스탄·몽골·카자흐스탄 등 주로 신흥국과 체결했다. 유럽 재정 위기가 발생한 2011년 이후 3단계에서는 이전 두 단계의 성과를 바탕으로 유로 랜드 회원국을 중심으로 선진국과의 통화 스와프 협정을 맺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국이 최근 수년간 위안화의 국제화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는 것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자국의 경제 위상에 걸맞은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가장 크다. 금융 위기 이후 중국은 미국과 함께 ‘차이메리카 혹은 G2 시대가 열렸다’고 할 만큼 국제적인 위상이 매우 높아졌다. 구매력 기준으로 골드만삭스는 2020년 안에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특히 테이퍼링 추진 이후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를 더 서두르는 것에 대해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국제 위상 확보 이외에 다른 목적이 있는지에 더 주목하고 있다. 외화보유액의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축소해 이른바 달러 함정(dollar trap)에서 탈피하기 위한 목적이다. 금융 위기 이후 중국의 미국채 보유 규모를 지속적으로 줄여 온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당초 계획과 예상에 비해 빠른 진척에도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멀다. 국제통화기금(IMF)의 8가지 지표를 사용해 주요 통화의 국제화 정도를 평가한 결과를 보면 위안화는 아직?沮?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은 위안화의 국제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자본거래의 통제를 지적했다. 중국도 이 점에 주목해 앞으로 빠르게 자유화를 진척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위안화가 새로운 기축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화폐의 본래적 기능과 지역 혹은 범세계 중심 통화로서의 조건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가능하다. 특히 화폐가 가져야 할 거래 단위, 가치 저장 기능, 회계 단위 등의 본래적 기능을 다할 수 있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세계 기축통화는 특정국 국민 이외에도 같은 지역 블록 혹은 전 세계 국민들이 사용하기 위해서는 다자 기능도 함께 충족시켜야 한다.


유로화 기축통화로 정착까지 100년 걸려
특정 통화가 이런 요건을 갖춰 새로운 기축통화로 도입돼 정착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경과해야 한다. 유럽의 경우 유로화가 도입되기까지 길게는 20세기 초 자유사상가에 의해 첫 통합을 구상한 시점부터 따진다면 100년 이상이 소요됐다. 현재 유로화가 공식적인 지역 공동 통화로 도입된 지 10년이 넘고 있지만 유로화가 제도로 정착되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즉 유럽 재정 위기로 유럽 통합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요구와 함께 유럽 통합, 유로화 사용 범위 확대 등에 부정적 시각이 만만치 않??확산되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위안화 국제화 등 중국의 국제 위상 제고에 따라 다양한 각도에서 추진될 중국의 정책 변화에 시급히 대비해 놓아야 한다. 갈수록 중국이 주변국에 대해 세력을 확장해 나가는 시점에서 무역 불균형이 심하고 제3국 시장에서 중국과 경합 관계가 가장 높은 한국에 대한 압력이 높아질 것은 확실하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기축통화 노리는 위안화, 한국 위협하나
최근 몇 년간 한국이 당한 수입 규제 중에서 중국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위기 이후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해 주는 대목이다. 중국 내 한국 기업에 대한 차별도 한계를 넘은 지 오래됐다. 또 국제화 추진에 따라 위안화 가치가 절상될 가능성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그 어느 때보다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놓아야 한다.

쉽게 생각하면 한국과 경쟁이 가장 심한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올리면 경쟁력 면에서 반사적인 이익을 기대해 볼 수 있지만 가장 우려되는 것은 원화와 위안화 가치 간의 동조화 현상이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원화와 엔화 가치 간의 동조화 현상이 심해 한국의 외환 정책과 경제의 독립성이 크게 떨어진 상태에서 원화와 위안화 가치 간의 동조화 현상까지 가세된다면 상당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지난 6년간 평균 한국의 전체 수출의 30% 이상을 중국이 차지한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한국 기업과 외환시장 참여자들이 위안화 환율을 참고 지표로 삼을 필요가 있다. 정책 당국에서도 테이퍼링 추진 이후 급물살을 타고 있는 ‘한국 내 위안화 거래소 혹은 위안화 허브’ 구축 문제도 전향적으로 검토해 볼 때다.


용어 설명
달러 함정(dollar trap)은…

중국이 달러의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로 미국 국채 매입을 중단할 경우 가치 하락을 더욱 부추겨 결국 자신의 외화보유액(상당 부분이 미국 국채)에서 손실이 발생하므로 지속적으로 달러 자산을 매입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 상황을 말한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