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과 맞물려 ‘급팽창’…벌써 3조 시장

이번 주 화제의 리포트는 신영증권 서정연·박세라 애널리스트가 펴낸 ‘병행 수입 & 해외 직구의 모든 것’을 선정했다. 최근 정부의 정책 및 소비 트렌드의 변화에 따라 병행 수입과 해외 직접 구매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20일 오전 10시 이마트(139480)(259,500원 3,000 +1.17%) 트레이더스 구성점에서 ‘캐나다 구스’ 패딩 판매가 시작된 가운데 고객들이 줄을 지어 입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이마트는 국내 할인점 최대 규모로 캐나다 구스 패딩을 병행수입해 기존 백화점 판매가 대비 20~30% 가량 판매한다. 
/ 이마트 제공...
20일 오전 10시 이마트(139480)(259,500원 3,000 +1.17%) 트레이더스 구성점에서 ‘캐나다 구스’ 패딩 판매가 시작된 가운데 고객들이 줄을 지어 입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이마트는 국내 할인점 최대 규모로 캐나다 구스 패딩을 병행수입해 기존 백화점 판매가 대비 20~30% 가량 판매한다. / 이마트 제공...
올 들어 유통 업계에서 가장 부각되고 있는 이슈는 병행 수입과 해외 직접 구매(해외 직구)다. 마치 새로운 유통 채널의 등장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각 언론에서 앞다퉈 관련 이슈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아직 소매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에도 못 미치는 이 시장이 갑작스레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바로 정부가 움직였기 때문이다.

지난 1월 9일 열린 물가관계부처회의를 통해 정부는 물가 안정의 한 방편으로 유통구조 개선 및 병행 수입 시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오는 3월 더욱 구체적인 방침으로 무장될 예정이다.

병행 수입은 외국에서 적법하게 상표가 부착돼 유통되는 상품을 제삼자가 국내의 상표권자 또는 전용 사용권자의 ‘허락 없이’ 수입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한국에는 이미 1995년 병행 수입이 법적으로 허용됐다. 병행 수입 업체는 해외의 매장이나 제3국의 독점 판매 업체를 통해 제품을 수입해 자국의 대형 마트나 온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상품을 판매한다.

이미 병행 수입 활성화 정책은 2012년부터 추진돼 왔다. 2012년 물가관계장관회를 통해 병행 수입 물품 통관 인증제가 마련됐다. 이 제도는 관세법 위반 사실이 없는 성실 업체가 수입하는 병행 수입 물품에 대해 정식 통관 물품이라는 것을 인증하는 통관 표지를 부착해 판매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전까지 소비자들은 수입 명품 브랜드 구매 시 정식 수입된 진품인지 알 수 없어 병행 수입 물품 구매를 꺼려 왔다. 그러나 이 제도를 통해 구매 현장에서 스마트폰 등으로 통관 사실을 즉시 확인할 수 있어 구매율이 증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와 함께 관세청은 2013년 3월 병행 수입 통관 인증 대상을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대형 유통 업체들도 이 제도를 활용하게 함으로써 사실상 시장 진입을 승인하게 된다.

논의가 더욱 구체화한 시점은 박근혜 정부가 시작되면서부터다. 2013년 물가회의에서는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을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유통 구조, 독과점, 가격 및 원가 정보의 비대칭성’ 등이라고 제시했다. 특히 공산품의 유통 구조는 상대적으로 단순하지만 일부 ‘독과점적 공급 구조’로 인해 비경쟁적 가격 거품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곧 독점 판권 수입 업체를 지적한 것이다. 이후 산업통상자원부 주도로 유통구 조 개선 태스크포스(TF) 산하 분과회의가 구성돼 각종 유통 구조에 대한 모니터링 기능이 강화돼 왔다.

2013년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올해도 역시 병행 수입 활성화 방안이 논의됐다. 올해는 특히 통관 관련 각종 진입 장벽을 완화함으로써 시장 참여자를 늘리겠다는 의지가 돋보인다. 주요 검토 과제로는 통관 인증제 대상 업체 선정 기준 완화, 통관 표지 부착 가능 상표 확대, 품목별 병행 수입 가이드라인 마련, 병행수입업협회를 중심으로 병행 수입품에 대한 공동 애프터서비스 추진 등이 있다.


독과점적 공급 구조 바꾸기 팔 걷어
유통 업계를 대상으로 행해진 여러 규제들과 달리 이번 정책은 스마트 소비, 가치 소비에 익숙해져 가는 한국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와 방향을 같이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하지만 정부의 방침은 소비 트렌드에 맞추고자 한 것이라기보다 공산품 물가 상승의 주범 중 하나로 ‘고가의 수입 브랜드’를 지목했고 특히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수입 물품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행위에 대응하는 경쟁 채널을 강화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결국 병행 수입 활성화는 ‘유통 구조 개선’을 전제로 제시된 대책이라는 점에서 기존 수입 브랜드 유통 채널에 대한 문제 제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해외 직접 구매 트렌드에도 주목해야 한다. 해외 직구는 병행 수입보다 한층 능동적인 소비 행태다. 특히 아마존 한국 진출 가시화 등을 감안할 때 해외 직구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병행 수입 시장 규모는 2조 원이며 해외 직구 시장 규모는 1조 원으로 파악된다. 해외 직구의 규모는 병행 수입의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지만 성장세를 감안하면 2~3년 내 그 규모와 맞먹을 것으로 추정된다.

해외 직구는 직접 구매, 구매 대행, 배송 대행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 해외 쇼핑몰 중 한국으로 직배송하지 않는 상품이 다수인 까닭에 배송 대행 업체들이 시장 확대에 수혜를 보고 있다. 상황이 어찌됐든 병행 수입과 해외 직구가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유는 이 방식을 통해 수입된 물품의 가격이 한국 유통 업체들의 판매 가격 대비 현저히 낮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왜 가격차가 발생하는지에 대한 관계 부처의 분석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신영증권은 특정 수입 물품을 세 가지 방법으로 구매할 경우 소비자 부담가액과 관련 업체별 마진을 분석해 봤다. 몇 가지 가정이 전제되긴 했지만 수입 브랜드의 한국 유통가격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채널은 독점 수입업자나 백화점 등 최종 유통 업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백화점과 독점 수입 업체들에 정책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들 업체들이 병행 수입을 사업 모델로 적극적으로 수용하거나 자사 온라인 채널을 통해 해외 쇼핑객들의 역직구(해외에서 파는 물건을 한국에서 직접 구매하는 방식) 소비에 미리 대응하는 등의 중·장기적인 전략이 제시된다면 현재 시장의 우려는 완화될 수도 있다. 하지만 당분간 소비 트렌드와 정책의 수혜주를 찾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마트,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해
병행 수입 활성화 정책에 발맞춰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업태는 대형 마트다. 대형 마트는 첫째, 병행 수입의 주요 아이템인 패션 잡화의 경우 상대적으로 고마진 상품이라는 점. 둘째, 병행 수입이나 해외 직구족들의 관심 상품이 아닌 식품이 매출의 70%라는 점. 셋째, 재고 매입을 통해 사업을 영위하므로 병행 수입의 재고 부담 리스크 관리에 비교적 노하우가 있다는 점에서 향후 이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마트는 현재 업계에서 해외 직매입 상품 매출 규모가 가장 크며 도매형 유통 채널인 트레이더스를 통해 병행 수입 물품 완판 사례가 많아 더욱 주목된다. 또한 작년까지 강제 휴무에 따른 실적 부진을 겪었던 이마트가 올 들어 이로부터 자유롭고 식품 전문 온라인몰 강화, 매출 총이익률 개선 지속 등으로 영업이익률을 회복하는 국면에 진입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실적 턴어라운드가 예상되는 시점에 정책상의 기회까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이마트의 투자 매력이 높다고 생각된다.


정리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