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과 신흥국의 ‘국제 분업’ 무너져…각자 생존의 길로

이번 주 화제의 리포트는 우리투자증권 신환종 애널리스트가 펴낸 ‘기차놀이는 끝났는가. 선진국과 신흥국, 회복의 연결 고리 약화’를 선정했다. 신 애널리스트는 이제 미국의 경기 회복 소식이 신흥국에 큰 호재가 되는 시절은 지났다고 예견했다.


왜 선진국과 신흥국의 주가지수는 디커플링이 계속될까. 2013년 신흥국과 선진국 간의 주가지수는 반대로 움직였다. 이는 선진국 경기 회복이 더 이상 신흥국의 경기 상승을 보장하지 못하는 ‘디커플링 현상’으로 일컬어졌다. 2014년 초반의 증시도 신흥국의 둔화세가 선진국에 비해 두드러지면서 디커플링에 대한 좀 더 깊은 고민이 생겼다. 선진국이 회복되면서 신흥국을 끌고 갔던 과거의 ‘기차놀이’ 패턴은 왜 달라졌을까.
<YONHAP PHOTO-0802> An employee looks at an assembly line at a Ford manufacturing plant in Chongqing municipality April 20, 2012. The new Ford car massive manufacturing plant, which opened in February, will need to be a success if Ford is to get a better foothold in the world's biggest car market, where it badly lags rivals such as General Motors Co and Volkswagen AG, which together produced the six top-selling cars in the country in 2011. Ford -- which was late getting into China -- had just 2.8 percent of the 18.5 million vehicle market last year, against GM's 14 percent and VW's 12 percent. Picture taken April 20, 2012. To match FEATURE FORD-CHINA/        REUTERS/Stringer (CHINA - Tags: TRANSPORT BUSINESS) CHINA OUT. NO COMMERCIAL OR EDITORIAL SALES IN CHINA/2012-05-14 13:4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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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체질 개선에 성공한 미국
먼저 선진국을 대표하는 미국 경제 전반의 구조적 변화를 살펴보자. 금융 위기 이후 미국은 가계 부문과 기업 부문 모두에서 디레버리징 작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가계 부채의 연간 증가율이 2008년 4분기 마이너스로 돌아선 후 2013년 2분기까지 마이너스를 유지하다가 미국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기에 들어선 3분기 들어서야 소폭 상승했다. 미국의 금융회사와 기업은 2008년 이후 금융 위기 극복 과정에서 부채비율을 빠른 속도로 낮추고 재무구조 개선에 힘써 왔다. 그 결과 비금융 기업들의 총자산 대비 부채비율은 금융 위기 직전인 2007년 말 35.9%에서 점차 하락해 2013년 11월 중순 22.6%로 낮아진 상태다. 이에 따라 부동산 등 자산에 끼어 있던 거품이 제거되면서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재정비됐다.

미국 기업들이 체질을 빠르게 재정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미국 자본시장의 효율적이고 탄력적인 공급 메커니즘이 있어서다. 미국은 한국과 다르게 ‘BBB’ 등급 이하를 받은 회사채의 비중이 전체의 80%에 달한다. 이는 A등급 이상 기업이 80%를 차지하는 한국 시장과 무척 대조적이다. 투기 등급 회사채의 주요 자금 공급원 중 하나인 미국 하이일드 시장을 예로 들어보자. 지난해 이 시장에서 투기 등급 회사채가 차지한 비중은 25% 이상이다. ‘BBB’ 등급 이하의 비중이 5% 미만인 한국과 상반된다. 또 2013년 미국에서는 모두 3391억 달러어치의 투기 등급 채권이 발행됐다. 2012년 3292억 달러를 넘어서며 가장 높은 발행 비중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은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과 같은 구조화 채권을 통해 다양한 신용 상태를 가진 기업들에 보다 손쉽게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기에 접어든 2012년 미국 CLO 마켓에서는 2008~2011년 발행량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540억 달러어치의 CLO가 발행됐다. 미국의 경기 회복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2013년에는 2006년과 2007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많은 813억 달러어치의 CLO가 발행됐다.
[화제의 리포트] 글로벌 경제, ‘칙칙폭폭’ 기차놀이 끝났다
에너지 혁명도 미국 경제의 구조를 바꾼 큰 요인이다. 셰일가스 개발로 지난 5년간 텍사스·오클라호마·노스다코타·사우스다코다·펜실베이니아를 중심으로 에너지 개발 산업이 빠르게 성장했다. 이는 그 자체로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지역 경제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그뿐만 아니라 산업 소재의 단위 원가를 낮춰 제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미국 천연가스의 가격은 2011년 1mmBtu(1mmBtu=28.263 682㎥)당 4.02달러에서 2012년 2.80달러 선으로 떨어졌다. 셰일가스 덕분에 가스 가격이 유럽의 3분의 1 수준이 ?틈? 그 결과 석유화학 산업의 미국 회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메탄올 제조사인 메타넥스가 칠레 남부에서 멕시코만으로 공장을 이전했으며 다우케미컬·리언델바젤·셰브론필립스화학 등이 텍사스 주에 새로 에틸렌이나 폴리에틸렌 생산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에너지 혁명과 별도로 미국 제조업 그 자체의 경쟁력 역시 강화됐다. 원인은 여러 가지다. 첫째, 미국과 여타 신흥국 간 노동비용 차이의 축소다. 예를 들어 2006년 미국과 중국의 시간당 임금은 16달러까지 벌어졌지만 2015년에는 7달러까지 좁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미국 근로자의 생산성 향상과 노동시장의 유연성이다. 일례로 포드는 자동차노동조합(UAW)과 저임금 계약직 노동자의 고용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중국과 멕시코로부터 공장을 이전하겠다고 합의했다. 셋째, 운송비용의 감소, 물류와 창고 비용 감소, 시장과의 접근성 강화, 첨단 기술의 활용성 증가 등 생산 기지를 미국으로 옮김으로써 발생하는 전반적 혜택이 부각됐다. 중국과 신흥국으로 옮겨갔던 생산 시설뿐만 아니라 유럽과 일본에서의 생산 기지까지 미국으로 이전되고 있다. 이케아(IKEA)가 버지니아에 공장을 만들었고 에어버스도 앨라배마에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일본의 자동차 회사들도 미국 현지 공장에서의 수출을 늘리고 있다.


구조 개혁 대신 핫머니 기댄 신흥국들 ‘타격’
그렇다면 미국의 이 같은 구조적 변화가 왜 신흥국들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미국 기업의 영업이익은 비용 절감과 경쟁력 회복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에 속한 기업의 과거 12개월 이익률은 2009년 말 2% 중반까지 하락한 후 빠르게 상승, 2011년 말 9%를 넘어섰다. 그 후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8%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아직까지 기업 이익의 증가가 고정 투자와 고용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그나마 투자도 해외 공장 설립이나 해외 직접 투자 등 기존에 취해 왔던 공격적인 형태보다 값싼 자국의 에너지와 기술력을 이용해 시너지 효과를 취하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이는 미국과 신흥국 간 경기 상승의 연결 고리가 점점 약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2013년 11월 수출입 지표를 보면 음식료와 자동차를 제외한 자본재 및 산업재의 수입 증가율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산업 생산과 소매 판매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수입 증가율 개선 속도가 더디다는 점은 이머징 마켓이 갖는 미국발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원자재 가격 약세도 신흥국들에 부담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진행된 중국의 본격적인 경제성장은 원자재 및 천연자원 가격을 고공 행진하도록 했다. 그러나 2012년 이후 가격 조정이 시작된 상품 시장은 그동안의 가격 상승과 공급과잉으로 침체 국면에 들어갔다. 상품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는 원자재의 수출과 수입이 경제성장에 큰 몫을 하는 이머징 국가들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신흥국 중에서는 총수출에서 원자재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많게는 95%까지 이르는 국가도 있다. 특히 높은 수익률을 찾아 유입된 글로벌 핫머니와 경기 활성화를 위한 이머징 국가들의 정책 금리 인하는 자산 가격의 거품을 형성했다. 글로벌 성장의 전체적인 파이가 작아진 상황에서 구조적 개혁과 새로운 성장 모델로의 패러다임 전환 대신 핫머니를 이용한 자산 가격의 거품을 통해 성장을 추구한 이머징 국가들의 대응 전략은 결국 실패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다. 실제로 이머징 국가의 모든 자산, 즉 채권·주식·통화·원자재 등의 가격 모두가 하락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신흥국 각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정치적 소요는 2000년 초반 이후 신흥국 투자 확대의 핵심 요소였던 정치적 안정성??기반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 2013년 말 진행된 태국의 반탁신 시위로 바트화의 전망이 불확실해진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를 통해 볼 때 2014년에도 선진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막연히 신흥국의 회복을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테이퍼링과 유동성 축소 이슈가 본격적으로 부각될 때 펀더멘털이 개선되지 못한 신흥국들은 자금 유출 부담이 높아지고 금융시장 변동성이 높아질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구조조정과 시장 개혁이 진행되고 있거나 시장이 기대하는 방향의 정치적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지역은 견조한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신흥국에 대한 선별적 투자는 고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어 주목할 만하다.


정리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