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벤처 투자자들은 연속 편향을 가지고 있을까’

Based on “Do Venture Capitalists Have a Continuation Bias?” by Dmitry Khanin and Raj V. Mahto(2013, The Journal of Entrepreneurship, 22(2), pp.203~222)


연구 목적
벤처 투자자는 수많은 신생 벤처기업 중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는 기업 후보군을 선별한다. 최종적으로 투자할 기업을 선택하기 위해 정교한 의사결정 절차를 거친다. 이때 의사결정은 벤처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벤처기업들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한편 초기에 투자했던 벤처기업에 후속 투자(재투자)할 때에는 이전의 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그 가치를 판단하게 된다.

드미트리 카닌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풀러턴캠퍼스 교수, 라즈 마토 미국 뉴멕시코대 교수는 기업가 정신 저널(Journal of Entrepreneurship) 최근호에 ‘벤처 투자자들은 연속 편향(continuation bias)을 가지고 있을까?’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저자들은 벤처 투자자가 벤처기업으로의 후속 투자를 결정하는 단계에서 해당 기업에 진행했던 초기 투자 여부에 따라 편향적인 판단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을 규명했다.


연구 대상
여느 타 의사결정자보다 벤처 투자자에게서 더 두드러지게 관찰되는 두 가지 경향이 있다. 첫째, 작은 표본도 모집단을 대표할 수 있다고 믿는 ‘작은 수 법칙(law of small numbers)’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벤처 투자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정 벤처기업에 대한 정보를 통해 얻어낸 사실을 대다수의 스타트업 기업에도 적용하며 일반화하는 경향이 있다. 둘째, 벤처 투자자는 지나친 과신을 지니며 자신의 판단력이 옳다고 착각하는 성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벤처 투자자 간 투자 경쟁이 일어날 때 투자자들은 벤처기업의 성과를 실제보다 더 높이 평가해 몇 회에 걸쳐 후속 투자를 진행하기도 한다.

기존 논문에서는 이러한 벤처 투자자 성향의 근거를 ‘몰입의 상승(escalation of commitment)’에서 찾았다. ‘몰입의 상승’은 의사결정을 내린 후 시간이 지나면서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증거와 새로운 정보가 나타나는 데도 과거의 의사결정을 수정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몰입하고 집착해 투자를 늘리는 현상이다. 기존 학자들은 벤처 투자자들이 벤처기업과 강한 유대감을 지속적으로 형성하며 몰입을 높였다는 관점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반면 이 논문의 연구진은 ‘연속 편향’으로 벤처 투자자의 그릇된 의사결정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이 정의한 바에 따르면 ‘연속 편향’은 벤처 투자자의 벤처기업에 대한 초기 투자 여부에 따라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해당 기업에 투자하기를 선호하는 성향을 말한다.
저자들은 객관적인 방식으로 벤처기업의 성과를 분석하려는 벤처 투자자의 노력과 의사결정의 편향성을 배제하려는 벤처 투자자의 시도가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벤처 투자자의 의사결정 과정에 왜 ‘연속 편향’이 생기는지를 연구했다.


연구 방법
저자들은 연구를 위해 2개의 가설을 세웠다. 첫째는 벤처 투자자가 벤처기업을 발굴하려는 목적의 투자를 행할 때 후속 투자를 결정하는 단계에 도달하면 초기 투자를 진행할 때와 마찬가지로 보다 객관적으로 해당 기업을 평가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벤처기업 발굴 목적의 투자가 아닌 벤처 투자자 간의 투자처 확보 경쟁과 같은 성격의 투자일 때 벤처 투자자는 초기 투자 때보다 더 적극적으로 벤처기업에 후속 투자를 제공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즉, 경쟁적 투자를 행할 때 벤처 투자자는 자신의 의사결정 과정에 연속 편향을 띨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미국 내 51개의 벤처 투자회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와 인터뷰를 실시했다. 저자들은 이들 대상자를 두 그룹으로 나눴다. 첫째, 벤처기업 발굴 목적으로 ‘모험적 성격의 투자를 행하는 그룹’과 둘째, ‘경쟁적 성격의 투자를 행하는 그룹’이다. 조사 대상을 보다 세부적으로 구분하기 위해 투자자 각자가 선호하는 투자 단계와 산업 분야를 선택하게 했다. 세 개의 주요 산업 분야에는 생명과학·첨단기술·통신 분야가 포함됐다.

첫째 모험적 성격의 투자를 행하는 그룹은 ▷벤처기업의 상품 및 시장 전략 ▷사업 모델 ▷경영진 평가 ▷경영진의 전문성 ▷경영상의 유연성 ▷유망 소비자군 ▷소비자가 해당 상품을 받아들일 예상 속도 등 총 일곱 가지의 항목으로 평가했다. 둘째 경쟁적 성격의 투자를 행하는 그룹에는 ▷본인이 어느 한 벤처기업에 투자하려고 하는 사실이 경쟁 투자자에게 알려지지 않을 경우 ▷본인의 투자 건에 대해 경쟁자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을 경우 ▷본인이 투자하려는 기업에 경쟁 투자자 역시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표현한 경우 등 총 세 항목으로 나눠 가설을 검증했다.


연구 결과
연구진의 분석 결과 첫째 가설과 둘째 가설은 모두 채택됐다. 벤처 투자자가 모험적 성격의 투자를 행할 때 초기 투자와 후속 투자 단계에서 투자 의향의 정도는 비슷한 것으로 평가됐다. 따라서 이때 연속 편향이 개입될 확률은 낮은 것으로 검증됐다. 한편 벤처 투자자가 경쟁적 성격의 투자를 행할 경우 후속 투자를 제공할 때에는 초기 투자 때보다 더 높은 투자 의향을 나타냈다.


벤처 투자자가 흔히 하는 착각 중 하나는 본인 스스로가 후속 투자를 할 수 있을 만큼의 유효한 정보를 가지고 있고 벤처기업의 성과에 미치는 자신의 기여도 또한 매우 높다고 여기는 점이다.


저자들은 벤처 투자자가 자신의 후속 투자 행위를 합리화하는 데에는 ‘정보의 오류’와 ‘나르시시즘의 오류’도 한 몫한다고 판단했다. 연구진이 제시한 ‘정보의 오류’라는 개념의 의미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벤처 투자자는 초기 투자 단계에서 벤처기업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제한된 정보를 근거로 투자를 진행한다. 하지만 후속 투자 단계가 다가오면 초기 투자로부터 얻은 벤처기업의 매출액이나 순이익 등 객관적인 정보를 확보했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후속 투자를 합리화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나르시시즘의 오류’는 혹시라도 일어날 부정적인 사건에 대해서는 의사결정자인 벤처 투자자 본인의 영향력이 작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프로젝트의 성공을 이끄는 데에는 자신들의 역할이 결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여기는 경향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벤처 투자자가 자신의 후속 투자를 합리화하는 동시에 흔히 하는 착각 중 하나는 본인 스스로가 후속 투자를 할 수 있을 만큼의 유효한 정보를 가지고 있고 벤처기업의 성과에 미치는 자신의 기여도 또한 매우 높다고 여긴다고 판단했다. 일반적으로 의사결정자는 정보가 많을수록 유익한 정보 또한 그만큼 비례한다고 착각하기 쉬우며 이런 이유로 ‘정보의 오류’가 발생하는 것이다. 한편 벤처기업의 수익에 대해 벤처 투자자가 상당히 기여했다고 과대평가하는 데에서 벤처 투자자들이 ‘나르시시즘의 오류’를 범할 수 있는 것이다.


시사점
최근 벤처기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미국의 페이스북이나 세계적인 게임 ‘앵그리버드’를 개발한 로비오도 처음에는 작은 벤처기업에 불과했다. 이들 기업의 성장 과정을 살펴보면 벤처 투자자의 투자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렇듯 성장 잠재력이 높고 유망한 초기 단계의 기업을 발굴, 투자하는 것이 벤처 투자자의 역할인 만큼 벤처 투자자의 의사결정은 더욱더 신중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

벤처 투자자가 객관적인 기업 평가 절차를 거칠 수 있도록 보다 더 노력할 때 올바른 벤처 투자의 생태계가 조성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같은 환경이 뒷받침될 때 신생 벤처기업은 자사의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고 더 큰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김수경 삼정KPMG 경제연구원 연구원 sookyungkim@kr.kpm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