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인지도로는 인재 확보도 어려워…경영자 PI도 필수

Q 저는 설립된 지 20년 된 중견 전자부품 회사를 경영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재무적으로나 조직적으로 안정돼 있습니다. 2~3년 전부터 회사를 좀 더 키우고 싶어 설비투자를 시작했는데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새로 들여온 설비들을 가동하려면 상당한 수준의 기술 인력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채용 공고를 내도 지원자가 많지 않을 뿐더러 얼마 안 되는 지원자들도 필요한 자격 조건을 갖추지 못한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회사의 연봉이나 복리후생은 웬만한 대기업에 비해서도 크게 손색이 없습니다. 회사의 기술력이나 제품력도 우수해 우리 회사 제품을 구매하는 기업들의 평가도 좋은 편입니다. 어떻게 해야 좋은 인력을 확보할 수 있을까요.

A 가끔 회사의 내용에 비해 외부 평가가 높지 않은 기업들을 접하게 됩니다. 이런 기업들은 일반 소비자가 아니라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른바 ‘BtoB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인지도가 낮습니다. 이들과 거래하는 기업들을 비롯해 관련 업계에는 잘 알려져 있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잘 모릅니다. 이들 기업들은 고객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홍보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합니다. 임직원들도 인지도가 낮다는 것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매출액이 몇 천 억여 원이나 되는 대기업인데도 대중적 인지도가 낮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인지도가 낮은 것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인지도는 브랜드와 직결됩니다. 사업의 안정성이나 성장성은 브랜드의 직접적 영향을 받습니다. 브랜드가 좋으면 고객이 신뢰하게 됩니다. 같은 값이면 믿을 수 있는 회사의 제품을 살 것이고 값이 조금 비싸더라도 신뢰할 수 있는 회사와 거래하고 싶을 겁니다. 정부의 지원을 받거나 해외시장에 진출할 때도 브랜드는 큰 영향을 미칩니다. 사업을 확장할 때도 브랜드는 막강한 위력을 발휘합니다. 기업이 새로운 제품을 내놓거나 신규 시장에 진입하려면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입해야 합니다. 이때 브랜드가 강하면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신현만의 CEO 코칭] 브랜드 투자가 기업 운명을 가른다
인텔을 살린 앤디 그로브의 승부수
귀하가 관심을 갖고 있는 인재 확보도 브랜드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누구나 안정적인 직장을 원합니다. 연봉이나 근무 조건이 좋아도 잘 모르는 회사에 들어가려면 큰 결심이 필요합니다. 특히 직급이 높고 전문성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모험을 선택하지 않습니다. 회사의 브랜드가 강하면 연봉을 적게 주고도 우수한 인재를 영입할 수 있지만 브랜드가 약하면 연봉을 많이 줘도 인재를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브랜드가 채용 비용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귀하도 우선 회사의 브랜드 상황을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브랜드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면 지금부터라도 브랜드 관리를 시작하십시오. 회사의 로고나 홈페이지도 개편해 보세요. 여력이 있다면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광고를 집행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브랜드 관리를 강화하려면 전담자가 필요합니다. ‘대기업도 아닌데 너무 과잉투자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회사가 성장 발전하려면 두 사람이 꼭 필요합니다. 우수한 인재를 뽑고 교육 훈련하는 인사 담당자와 회사의 브랜드를 키우는 브랜드 담당자입니다. 브랜드에 대한 투자는 금방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브랜드를 관리하면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인텔입니다. 인텔은 마이크로프로세서라는 컴퓨터 부품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이 부품은 일반인들의 눈에는 보이지도 않습니다. 설명하기도 어려워 전문가가 아니고는 그 가치를 알지 못합니다. 귀하의 회사처럼 인텔 역시 회사의 내용에 비해 인지도가 턱없이 낮았습니다. 그래도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세계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기술력과 제품력이 막강했기 때문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연구·개발비를 쏟아붓는 회사 중 하나였기 때문에 인텔의 위상은 절대로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았죠.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1980년대 후반 인텔의 하청업체인 AMD가 저가를 무기로 인텔에 도전했습니다. AMD가 시장점유율을 늘리자 인텔의 위상도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고민하던 앤디 그로브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브랜드화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미친 짓을 하고 있다’는 비아냥거림을 감수하고 막대한 비용을 들여 브랜드 관리를 시작했습니다. 그로브 CEO는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마케팅 캠페인을 전개하고 델·NCR·IBM·컴팩 등 PC 제조회사들과 공동 마케팅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는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인텔은 1991년부터 PC 겉면에 인텔 인사이드라는 로고를 붙였습니다. PC 안에 인텔의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부착돼 있다는 것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인텔은 PC 회사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캠페인에 참여하는 기업에는 마이크로프로세서 값의 5%를 공동 광고비용으로 적립해 줬습니다. 적립된 비용은 PC 회사가 PC 광고를 할 때 50%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중소·중견기업에서 경영자의 개인 브랜드 더 중요
그로브 CEO는 1998년까지 이 마케팅에 무려 34억 달러를 쏟아부었습니다. 2700개가 넘는 컴퓨터 회사가 인텔 인사이드 캠페인에 참여했습니다. 그 결과 1998년 포천이 발표한 브랜드 순위를 보면 인텔의 펜티엄은 코카콜라와 말보로에 이어 3위를 차지했습니다. 그 덕분에 인텔은 단순히 AMD의 저가 공세를 방어하는 차원을 넘어 마이크로프로세서 값을 50% 이상 올려 받을 수 있었습니다.

브랜드 투자는 이렇게 효과가 큽니다. 따라서 귀하의 회사도 하루빨리 브랜드 관리를 시작해야 합니다. 기술력이나 제품력에만 주력하지 말고 브랜드 관리를 경영의 최우선순위에 올려놓으십시오. 귀하를 비롯한 경영진의 주요 관심사로 만들고 전 직원이 브랜드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하세요. 브랜드는 한두 번의 광고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모든 직원이 오랫동안 공을 들여야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는 겁니다.

브랜드와 관련해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회사 브랜드의 한 축을 차지하는 게 바로 CEO의 브랜드라는 겁니다. 회사의 브랜드는 CEO가 누구냐에 따라 큰 영향을 받습니다. ‘CEO 주가’라는 말을 들어봤을 겁니다. 우리는 종종 어떤 사람이 CEO를 맡느냐에 따라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내리는 것을 목격하게 됩니다. CEO가 회사의 발전은 물론 경영 실적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마찬가지로 역량과 성과가 검증된 CEO가 경영을 맡고 있다면 회사의 브랜드 가치는 커질 겁니다.

따라서 귀하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키우려면 경영 책임을 맡고 있는 귀하 자신의 브랜드를 키워야 합니다. 경영자들이 PI(Personal Identity)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글로벌 기업은 물론이고 일부 한국 대기업의 CEO들도 자신의 브랜드를 관리하기 위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어떤 경영자들은 자신의 PI를 전담자를 둘 정도로 PI에 신경을 쓰기도 합니다. 이들은 자신의 브랜드가 회사 브랜드와 직결돼 있고 회사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가끔씩 외부에 자신을 알리는 것을 쑥스러워하는 경영자들을 접하게 됩니다. 어떤 경영자들은 언론에 등장하는 것을 외도라도 하는 것처럼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경영자의 대외 활동은 본인의 브랜드는 물론 회사의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에선 CEO의 활동이 회사의 브랜드를 키우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