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권 EK푸드 대표
자타 공인 스타 셰프인 에드워드 권(43, 본명 권영민). 이제 그에게 ‘비즈니스 셰프’란 새로운 수식어가 생겼다. 총매출 260억 원을 웃도는 종합 식품 기업 EK푸드의 최고경영자(CEO)로서의 활약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주방에서 요리만 하던 그가 어떻게 수백억 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식품 기업을 일궈낼 수 있었을까. 그 답은 ‘(재능+노력)×협력자×행동’이라는 성공의 원칙 안에 있다. 세계를 종횡무진하며 명성을 쌓던 권 대표가 한국에 들어와 왕성한 활동을 펼치던 2011년 초, 그는 EK푸드를 설립했다. 4년이 지난 올해 직원 수는 60여 명, 그중 조리사를 제외한 내근직 인원은 19명으로 늘었다. 권 대표는 “사업부문이 확장돼 인원을 충원했다”고 했다. 레스토랑 운영 사업이 주축을 이뤘던 EK푸드는 현재 ▷식품 사업 ▷단체 급식 ▷외식 컨설팅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비즈니스 모델을 다원화해 상생 효과를 누리고 리스크를 줄이자는 취지에서다.이런 전략이 필요하게 된 건 레스토랑의 부진 때문이다. 스타 셰프의 명성만큼이나 인기가 높았던 ‘더 스파이시’, ‘더 믹스드 원’, ‘에디스 카페’ 등이 그렇다. 이제 남은 곳은 청담동의 ‘LAB24’ 하나다.
“한국에 와서 그간 많은 레스토랑을 오픈했는데, 관리 부족으로 아쉬운 결과를 낳았습니다.”
매출 260억 원 웃도는 기업 일궈
하지만 때로는 스타 셰프라는 게 오히려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좋은 점도 있겠지만 일단 스타 셰프가 하는 레스토랑이 잘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이를테면 ‘에드워드 권이 만드는 스파게티는 뭔가 굉장히 달라야 하고 특별할 것이다’, 뭐 이런 기대 심리에 못 미치면 바로 컴플레인으로 이어지는 거예요. 그러다 결국 발길이 끊기는 거죠. 기대치가 너무 높은 게 문제예요. 숨기고 싶을 때가 많죠.”
2012년 한남동에 문을 열었던 ‘더 믹스드 원’의 실패는 그에게 많은 가르침을 남겼다. 브랜드 콘셉트부터 문제였다. ‘한국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었던 모던 캘리포니아 멀티 퀴진을 풀코스로 맛볼 수 있다’는 게 이곳의 콘셉트였다. 권 대표는 두 달에 한 번씩 메뉴 전체를 바꿔 가며 최고의 맛을 선보였다. 그럼에도 결과는 참혹했다. 새로운 음식을 소개하려는 그의 욕심과 고객의 니즈는 접점에 닿지 못했다. 익숙하지 않은 맛에 고객은 그저 차갑게 등을 돌릴 뿐이었다. 마케팅의 부재와 다소 외진 위치 선정도 한몫했다. 레스토랑이 존재하는 것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고생만 죽어라 하고 제일 크게 안 된 데예요(웃음). 오픈을 준비하며 17억 원을 투자했고 운영하는 2년 동안 9억 원을 투자했는데 모두 날렸어요. 가장 크게 실패해서 그런지 가장 애착이 가고 아쉬운 곳이기도 해요. 실패라기보다 배웠다고 생각해요. 다시 하라면 글쎄, 좀 대중적인 메뉴를 고르겠죠. 이 레스토랑 실패 이후 좀 변했어요. 비즈니스를 하다 보니 생기는 괴리랄까요. 세상과 타협하는 것, 늘 셰프와 CEO 경계의 딜레마에 빠져 있을 것 같아요.”
권 대표는 실패의 경험을 어색하고 불편하지만 성숙해지기 전에 거치는 변화되는 시기의 경험으로 받아들였다. 실제 레스토랑 사업이 고전하는 동안 얻은 배움은 새로운 사업을 탄탄하게 만들어 주는 훌륭한 자양분이 됐다. 권 대표는 브랜드 관리 능력이 부족하다는 약점을 파악하고 보완할 브랜드 컨설팅 전문가와 협업 체계를 구축했다. 그중 최근 가장 힘이 보태진 사업부문은 외식 컨설팅 분야다.
레스토랑 운영을 원하는 클라이언트에게 컨설팅 의뢰가 들어오면 EK푸드는 협업을 맺은 브랜드 컨설팅사와 협의를 거친 후 토털 컨설팅 내용을 클라이언트에게 전달한다. 이때 EK푸드는 브랜드 노하우를 전수하고 브랜드 로열티를 받는다.
“결국 ‘에드워드 권’이라는, 또는 EK푸드가 가진 ‘요리’라는 재능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해 내는 고부가가치 산업이에요. 투자를 최소화하며 이익을 최대로 남길 수 있는 방법이죠. 다만 뷔페를 어떤 시스템으로 어떻게 운영해 나가야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그 부분만큼은 욕심내지 않고 전문 브랜드 컨설팅사를 영입하기로 했죠. 결국 오너와 두 파트너사가 함께 뷔페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겁니다.”
작년 분당에 문을 연 뷔페 레스토랑 ‘더 믹스드 원&다이닝’이 이러한 형태다. EK푸드의 브랜드를 입은 ‘더 믹스드 원&다이닝’의 오너사는 따로 있다는 얘기다. EK푸드는 음식 부문을 전담하고 시스템이 안정화를 찾을 때까지 권 대표가 1주일에 몇 차례 방문해 체크한다. 나머지 브랜드 관리는 전문 컨설팅사가 맡았다.
급식·식품 시장 키운다
그 시너지는 톡톡히 발휘됐다. 오픈한 지 1주일도 안 돼 500석 만석인 이곳의 예약이 넘쳐나 대기자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입소문은 입소문의 꼬리를 물고 금세 EK푸드로 문의 전화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제 전문 분야만 신경 쓰면 되니 능률도 올랐죠. 뷔페는 오는 3월 부산 영화의전당 입점 외엔 아직 다른 계획은 없습니다. 돈이 된다고 다 할 수는 없는 일이죠.”
EK푸드의 또 다른 사업부문인 단체 급식에도 EK 브랜드에 전문 브랜드 컨설팅사를 묶었다.
“그동안 뭐든 내가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다가 오류를 범한 게 많았어요. 이제는 전문가 조언도 듣고 해야죠(웃음). 뷔페나 단체 급식 운영은 개인 레스토랑과는 또 다르더라고요. 브랜드 컨설팅사와 같이하지 않았더라면 글쎄요, 대박 났거나 쪽박 찼겠죠. 이렇게 사업장을 늘리며 스펙 쌓기를 하는 중이에요. 조만간 사업장이 확 늘겠죠. 열심히 노력할수록 점점 더 많은 업체에서 연락이 오고 계약이 타진되고 있습니다.” EK푸드의 단체 급식 사업은 3년 전 KT 광화문 사옥을 시작으로 서초·양재 사옥과 제주 파라다이스 카지노 직원 식당에서 이뤄지고 있다. KT 광화문·양재 사옥에서는 급식과 함께 EK 브랜드의 베이커리 또는 카페도 운영 중이다.
“매일 조·중·석식을 포함해 하루 평균 3000끼 이상을 제공하는데, 이것으로 버는 돈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그럼 그걸 왜 하느냐, 한 업장에서 급식 이용 인원이 600~700명 정도만 돼도 한 달에 약 500만 원 이상의 이익이 생겨요. 이런 규모로 10개 정도만 운영해도 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죠. 단체 급식 사업부 하나만 떼어 놓아도 중소기업 수준은 될 거예요.”
권 대표는 EK푸드만의 식품을 개발하는데도 열심이다. 외국에서는 셰프의 식품 시장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그 시장을 만들겠다는 게 권 대표의 목표다. EK푸드 식품사업부에서 다양한 식품 개발에 힘을 쏟고 홈쇼핑·편의점·대형마트 등 여러 유통 채널로 진출시키는 이유다.
“미국에서 셰프 얼굴이 그려진 냉동피자·통조림·드레싱·조미료·수프를 보면서 한국에도 꼭 셰프 식품 시장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내 것을 팔아 잘 살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좋은 것을 나누고 싶은 셰프의 마음에서 하는 일입니다. 사실 ‘에드워드 권’이라는 이름만 주면 고생 없이 더 많은 이익을 남길 수도 있죠. 하지만 그러지 않는 이유는 이름만 주면 제품 단가만 올라가 결국 소비자가 피해를 보게 되기 때문에 시간이 걸려도 우리가 직접 개발해 선보이는 겁니다.”
숱한 역경을 겪으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권 대표. 그는 돈을 좀 적게 벌더라도 욕심내지 않고 인정받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철학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