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독트린’ 계승한 옐런 시대…성장·고용 중시 정책 가속화 전망

마침내 재닛 옐런 시대가 열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설립 이후 첫 여성 의장이자 1980년대 후반 이후 앨런 그린스펀, 벤 버냉키 전 의장과 함께 세 차례 연속 유대인이 의장을 맡게 됐다. 특히 옐런 의장의 남편은 비대칭 정보를 이용해 역행적 선택 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조지 애커로프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다.
<YONHAP PHOTO-0236> Janet Yellen, President Obama's nominee to be the next Chair of the Federal Reserve, testifies during her confirmation hearing before the Senate Banking Committee on Capitol Hill in Washington, D.C. on November 14, 2013. UPI/Kevin Dietsch/2013-11-15 05:46:02/
<????沅??? ?? 1980-2013 ???고?⑸?댁?? 臾대? ??? ?щ같? 湲?吏?.>
Janet Yellen, President Obama's nominee to be the next Chair of the Federal Reserve, testifies during her confirmation hearing before the Senate Banking Committee on Capitol Hill in Washington, D.C. on November 14, 2013. UPI/Kevin Dietsch/2013-11-15 05:46:02/
옐런 의장은 경제학자일 뿐만 아니라 모형을 통해 예측을 잘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실무적인 면에서도 금융 위기 이후 줄곧 버냉키 전 의장과 같은 입장을 표명했을 뿐만 아니라 그 밑에서 실무를 총괄해 남아 있는 위기 극복과 경기 회복 과제를 해결하는 데 적임자로 평가돼 왔다. 위기 이후 후유증인 ‘애프터 크라이시스’ 문제도 무난하게 해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옐런 시대’ 이후 여성의 힘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5대 직책은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미국 대통령과 Fed 의장, 독일 총리,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를 말한다. 벌써 IMF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독일 총리는 앙겔라 메르켈이 차지한데 이어 Fed 의장마저 옐런이 맡게 돼 ‘여성 삼두(三頭) 시대’가 열린 것이다.

변수가 많지만 현재 여론조사 결과로 본다면 차기 미국 대통령까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정치적으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메르켈 총리 구도 하에 경제적으로 옐런 의장과의 협조가 잘 이뤄지려면 ‘포스트 드라기’는 여성이 맡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시나리오대로 간다면 바야흐로 국제 금융시장은 ‘여성화(womanization)’ 시대를 맞게 되는 셈이다.

옐런 시대가 열림에 따라 역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미국의 통화정책이 어떻게 될 것인가’하는 점이다. 옐런 의장은 중앙은행이 그때그때 통화정책 여건 등에 따라 포함 혹은 관할 범위가 변해야 한다는 유연한 입장을 보여 왔다. 전통적으로 중앙은행은 물가 안정과 발권 기능, 최종 대부자로 은행의 은행, 금융사에 대한 감독 등이 고유 권한이다.


주식과 부동산도 통화정책 대상
하지만 글로벌화와 온라인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특정 국가를 감안해 통화정책을 추진하다가는 중앙은행이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 가장 큰 변화는 ‘통화정책 관할 대상에 실물경제뿐만 아니라 부동산 등 자산 시장을 포함할 것인가’하는 점이다. 이 문제를 놓고 ‘그린스펀 독트린’과 ‘버냉키 독트린’ 간의 논쟁이 오랫동안 전개돼 왔다.

‘그린스펀 독트린’은 통화정책 대상에는 원칙적으로 증시나 부동산과 같은 자산 시장 여건을 포함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으로, 그린스펀 전 의장의 신념이다. 하지만 이 독트린은 2000년대 초반 실물경제 여건만 고려한 저금리 정책으로 한때 큰 성공을 거둔 것처럼 보였지만 이제는 자산 거품을 일으켜 금융 위기를 낳게 한 주범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버냉키 전 의장은 통화정책 대상에 부동산 등 자산 시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실제로 이를 추진해 왔다. 특히 고수익을 목적으로 각종 파생 상품과 레버리지 투자로 실물 경기와 자산 가격이 따로 노는 정도가 심한 여건에서는 통화정책이 자산 시장을 반드시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버냉키 독트린’의 핵심이다.

옐런 의장도 ‘버냉키 독트린’을 실천해 온 인물로, 주요 통화정책 결정에서 자산 시장을 감안해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 학계를 중심으로 아직도 ‘그린스펀 독트린’과 ‘버냉키 독트린’ 간의 논쟁이 진행되고 있지만 옐런 시대가 도래하면서 버냉키 시대보다 후자 쪽으로 더 기울며 통화정책에 자산 시장의 고려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중앙은행의 새 역할 모델 실험하는 Fed
통화정책 관할 범위 등 정책 여건이 변화된 만큼 중앙은행 목표도 수정돼야 한다는 것이 옐런 의장의 입장이다. 중앙은행 목표는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있는 만큼 밀턴 프리드먼 등과 같은 통화론자와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유진 파머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와 시카고학파는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천사와의 키스’만 할 것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세계경제가 글로벌화되고 시장경제가 활성화됨에 따라 물가가 추세적으로 안정되고 있다. 날로 격화되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최종 상품의 가격 파괴와 인하에 따른 ‘월마트 혹은 마트 효과’가 보편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물가가 불안하다면 중앙은행이 설정한 목표치를 벗어나는 정도다.


적정 금리 산출 방식도 달라져
물가가 안정된 시대에서 중앙은행은 물가 안정만 고집하기보다 성장과 고용, 위기 극복 등과 같은 다른 목표를 추진해야 한다. ‘악마와의 키스’가 ‘천사와의 키스’로 대접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의미다. 옐런 의장은 버냉키 전 의장과 함께 앞으로 중앙은행이 ‘물가 목표제(inflation targeting)’뿐만 아니라 ‘성장 목표제(growth targeting)’, ‘고용 목표제(employment targeting)’를 함께 설정해야 한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미 선진국을 중심으로 각국 중앙은행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물가 안정보다 경기 부양과 고용 창출 방향으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Fed는 2012년 12월 회의에서 물가 안정뿐만 아니라 고용 목표제를 도입했다. 이때 실무적인 차원에서 고용 목표제 도입을 검토하고 실질적으로 주도했던 사람이 옐런 의장이다.

옐런 시대를 맞아 고용 창출에 최우선 목표를 둔다면 경기에 우호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계속 유지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수확 체증의 법칙이 적용돼 청년층 고용에 한계를 보이는 정보기술(IT)이 발달함에 따라 세계경기 호·불황에 관계없이 고용 창출을 우선하는 통화정책 운용이 정착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화정책 목표가 수정된다면 적정 금리 산출 방식도 변경돼야 한다는 것이 옐런 의장의 기본 방침이다. 특정국의 정책 금리를 올리는 데에는 여러 기준이 있지만 종전의 경우 금융 시스템과 시장경제의 원리가 잘 작동될 때에는 전통적인 중앙은행 목표대로 인플레를 중시해 정책 금리를 변경해 왔다.

옐런 의장은 오래전부터 ‘최적 통제 준칙(optimal control rule)’에 따라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을 주장해 왔다. 이 준칙은 Fed의 양대 책무를 달성하기 위해 두 목표로부터의 편차를 최소화하는 정책 금리 경로를 산출해 통화정책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특히 고용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면 물가가 일시적으로 목표치를 벗어나는 것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옐런 시대를 맞아 ‘최적 통제 준칙’에 따라 통화정책을 운용할 때 ‘제로’ 금리는 최소한 2015년 말까지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경제가 정상화된 뒤에도 종전의 ‘테일러 준칙’과 ‘수정된 테일러 준칙’보다 더 오랫동안 제로 금리 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