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준 회장, 법정 관리인 선임돼…탄탄한 해외 네트워크 강점

서울중앙지법 파산3부는 1월 9일 쌍용건설의 기업 회생 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30일 쌍용건설이 법정 관리를 신청한 지 열흘 만이다. 재판부는 해외 사업을 많이 하는 쌍용건설의 특수성이 국가 신인도에 영향을 줄 수 있어 회생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채권자협의회 의견을 받아 들여 법정 관리인으로 김석준(61) 현 쌍용건설 회장을 선임했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은 두 차례 워크아웃에 이어 회사의 법정 관리까지 책임지는 비운을 맛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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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그룹의 창업주 고 김성곤 회장의 차남으로 서른의 나이에 1983년부터 쌍용건설을 이끌어 온 김 회장은 1998년 외환 위기 여파로 그룹이 해체되는 등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는 쌍용그룹이 해체된 후 전문 경영인으로 복귀,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2004년 10월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하며 화려한 재기를 알렸다. 이후 쌍용건설 매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2006년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가 채권단의 요청으로 4년 만에 다시 돌아온 뒤 한국 내 주택 사업과 해외 수주를 적극 추진하며 재기에 나섰다. 특히 2006년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호텔을 수주했던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해외 네트워크가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도 쌍용건설은 8개국에서 3조 원어치(29억 달러) 정도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재판부는 법정 관리인으로 김석준 현 쌍용건설 회장을 선임했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은 두 차례 워크아웃에 이어 회사의 법정 관리까지 책임지는 비운을 맛보게 됐다.


하지만 해외에서의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건설 경기 침체, 인수·합병(M&A) 실패 등에 따른 유동성 위기로 지난해 3월부터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 절차를 밟게 됐고 결국 지난해 12월 법정 관리행을 택하고 만다. 이는 채권단과 워크아웃에 참여할 의무가 없는 비협약채권자인 군인공제회의 ‘고통 분담’을 놓고 극심한 의견 차이를 보이며 추가 유동성을 수혈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군인공제회는 3년 전 쌍용건설에 대출해 준 850억 원과 이자 385억 원을 포함해 총 1235억 원을 받아야겠다며 가압류에 나섰고 우리은행 등 채권단은 추가로 자금 지원을 해봤자 이 돈이 경영 정상화에 쓰이는 것이 아니라 고스란히 군인공제회에 넘어가는 상황이어서 양측이 팽팽히 맞섰고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채권단 내에서는 ‘부실 경영’을 이유로 김 회장의 퇴임론이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위기 때마다 쌍용건설 구하기에 나섰던 ‘김석준 카드’를 남겨 둬야 한다는 의견 또한 만만치 않다. 김 회장은 향후 정부 기관 및 채권단 등과 협의해 국내외 건설공사를 정상화하는 데 주력하고 1400여 협력 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만드는 데 온 힘을 쏟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30년간 쌍용건설과 영욕의 세월을 함께한 김 회장은 다시 한 번 격랑의 파고를 넘을 수 있을까.


김민주 기자 vit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