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 완화에 비판적인 공화당 의원들 대거 반대표

세계의 첫 ‘여성 경제 대통령’이 탄생했다. 재닛 옐런 차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지명자가 1월 6일(현지 시간) 미 의회 상원 인준을 통과했다. 옐런 지명자는 2월 1일 버냉키 현 의장의 뒤를 이어 4년 동안 미국의 통화정책을 이끈다. 기축통화인 달러의 가치를 결정하는 Fed의 통화정책은 미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도 막강한 영향을 미친다. 미국 시간 주간지 타임이 최신호에서 올해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옐런 차기 의장을 지명할 정도다. 옐런 차기 의장은 Fed 100년 역사에서 첫 여성 수장이며 1979년 취임한 폴 볼커 전 의장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원 의장이다. 동시에 부의장에서 의장으로 승진하는 첫 사례다.
[GLOBAL_미국] 역대 최저 득표로 출발한 옐런호
하지만 ‘옐런호(號)’가 넘어야 할 파도는 겹겹이 쌓여 있다. 상원 인준 과정에서도 엿볼 수 있다. 옐런 차기 의장은 상원 인준 투표에서 찬성 56표, 반대 26표를 얻었다. 상원은 총 100명인데 18명이 폭설 등으로 투표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를 감안해도 득표율이 역대 최저 수준이라는 오명을 남겼다. 폴 볼커, 앨런 그린스펀 등 전 의장들은 90% 이상의 지지를 받았다. 버냉키 의장은 2006년 상원 인준 과정에서 투표 없이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그러나 2009년 재임 때는 찬성 70, 반대 30이었다. 당시 역대 최저 득표였지만 옐런 차기 의장이 그 기록을 갈아치운 셈이다.

옐런 차기 의장이 저조한 득표를 얻은 것은 Fed의 양적 완화(채권 매입 프로그램)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공화당 의원들이 대거 반대했기 때문이다.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랜드 폴 상원의원은 인준 투표를 저지하려고 양적 완화와 이를 적극 옹호해 온 옐런 차기 의장을 비판하는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나섰지만 잠시 후 마이크를 내려놓아야 했다. 민주당이 장악한 상원이 작년 11월 필리버스터 저지 요건을 60명에서 51명으로 완화했기 때문이다. 그 덕에 옐런 차기 의장은 60표를 얻지 못하고도 인준을 통과할 수 있었다.

옐런 차기 의장이 직면한 도전 과제는 크게 경제 충격을 주지 않고 양적 완화를 축소(테이퍼링)하고 매파와 비둘기파 둘로 나눠진 Fed를 통합의 리더십으로 이끌고 시장 및 정치권과 원활하게 소통하는 것 등 3가지다.


폴 볼커 이후 첫 민주당원 의장
지난해 12월 Fed는 월 850억 달러 규모의 양적 완화를 올해부터 월 750억 달러로 줄이기로 결정했다. 버냉키 의장은 ‘결자해지’ 차원에서 출구전략의 방아쇠를 당겼지만 출구전략의 속도, 즉 테이퍼링의 속도를 결정하는 것은 옐런 차기 의장이 풀어야 할 과제다. 서두르면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고 늦추면 자산 버블이나 인플레이션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미국 경기가 지금처럼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한다면 올해 12월 전까지 7차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100억 달러씩 줄이면 연내 양적 완화를 종료할 수 있다.

FOMC 내에는 이미 테이퍼링 속도와 기준 금리 인상 시기 등을 놓고 이미 매파와 비둘기파 간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양분된 의견을 자신의 의도대로 끌고 가는 것은 순전히 옐런 차기 의장의 리더십에 달려 있다. 버냉키 의장처럼 시장과 소통을 잘할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한다.


워싱턴 = 장진모 한국경제 특파원 jang@hankyung.com